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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Jul 03. 2018

Shift + Delete

제발 조심해서 쓰자

 Shift + Delete, 파일 영구삭제. 여러분은 이 윈도우 단축기를 자주 사용하시나요? 저는 평소에 “휴지통에 버린 다음에 다시 꺼내 보지도 않을 건데 그냥 지우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일 삭제를 할 때는 항상 영구삭제를 합니다. 지금까지 영구삭제를 유용하게 잘 써왔는데, 최근에 Shift + Delete를 눌렀다가 패닉 상태에 빠졌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건은 2018년 5월 28일에서 29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그즈음 저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보집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분담해서 자료를 찾아본 후 사건이 일어난 당일에 다시 모여서 자료를 취합해 지원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5 페이지가량의 서론 뒤에 친구들이 정리해서 보내준 자료를 덧붙여가며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흐름에 맞게끔 중간중간 글을 수정하기도 하고, 사진을 더 찾아서 추가하기도 하면서, 새벽 3시 즈음에 단 한 부분만 남겨두고 20 페이지의 지원서를 완성했습니다. 친구들과 만세를 부르면 집에 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집에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바탕화면에 남은 사진, 자료들을 삭제하고 있었습니다. ‘Shift + Delete’로요. 신나게 삭제를 하고 있던 도중, 옆에서 제가 삭제하는 것을 지켜보던 친구가 한 마디를 해왔습니다.


“지원서, 메일에 보내 놨어?”

"....................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정말 말 그대로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계속 굳어 있자 불안함을 느낀 친구가, “ㅇ…아니야….. 있을 거야…..”라며 컴퓨터 파일들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있을 리가 없죠.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저는 인터넷 검색창에 ‘shift delete 복구방법’ 을 검색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검색결과에는 다양한 복구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검색결과

 친구들과 안심하며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을 따라서 삭제한 파일을 복구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습니다. 조마조마하게 진행상태가 100%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100%가 된 후 친구들과 저의 앞에 나타난 결과는 ‘복구 가능한 파일이 없음’이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을 다운받아봐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운받은 프로그램으로 이것저것 다 복구했을 때 드디어 복구되는가 싶었지만, Word로 작성했던 글들만 제대로 복구가 되고 제가 이용했던 한글로 작성한 문서들은 복구가 되지 않았습니다.(한글로 작성해서 제출할 것을 요구해서 한글로 작성하고 있었습니다.ㅠㅠ) 이때가 새벽 5시였습니다. 당장 12시간 뒤에 제출 마감인데 파일이 복구도 안 된다는 사실에 저에게 2차 패닉이 찾아왔습니다. 패닉에 빠져 멍 때리던 도중 제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같이 집에 가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패닉에서 빠져나와 친구들에게 거듭 사과를 하고 내가 복구를 해오겠으니 이제 집에 가서 몇 시간 후에 학교 나올 준비를 하자하고 친구들과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새벽 6시쯤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친구들과 역할 분담을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보내준 자료들이 메일에 남아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파일들을 다운받고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되살려 친구들이 보내준 자료를 원래의 순서대로 정리한 후, 정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제가 적었던 서론을 다시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오전 11시 30분쯤에 다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던 부분을 제외하고 다시 완성했습니다. 그 파일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친구들과 공유하고 몇 번 더 점검한 후 추가 및 수정을 거쳐서 오후 4시 55분에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제출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지원서는 무사히 제출되어 합격 연락도 받았습니다. :)


이 일로부터 저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째, 중요한 문서는 잘 백업해 두도록 하자.

둘째, 혹여 지웠을 때를 대비해 문서를 작성할 때는 Word를 사용하자.

셋째, Shift + Delete는 함부로 사용하지 말자. 그리고 사용할 때는 다시 한번 생각하고, 확인해보자.


 부디 여러분은 삭제를 할 때 조심해서 저처럼 중요한 파일을 삭제하는 일을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모두 안전하게 파일 삭제하세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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