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학과가 있어도 여대라서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 봤을 여대, 그러나 원서를 넣기 전 여대라는 이유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러한 학생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2년간 학교생활을 하면서 '여대'라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문제가 되지 않음을 먼저 경험한 재학생으로서 내가 느낀 여대에 대하여 써보고자 한다.
고등학생 당시 어느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을지 고민하던 중 관심있는 학과인 어느 여대의 ‘디지털미디어학과’ 를 알게 되었다. 그 과에 흥미도 있었고 당시 나의 성적을 고려하였을 때 합격 확률이 높은 과여서 놓치기 아까운 학교였다. 하지만 단지 ‘여대’라는 이유로 온갖 편견을 가지고 추측을 하며 '여대에 가면 여자들 밖에 없어서 기싸움을 많이 하겠지', '남자가 학교에 없으니 연애도 글렀다', ‘여자들 밖에 없는데 대학생활이 무슨 재미가 있어’ 등등 많은 생각들로 원서 최종 결정전까지 망설였다. 그러나 입학 후 나는 행복한 연애도 하고 좋은 동기들을 만났으며 기싸움은 커녕 서로서로 협력하는 학교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미팅에서는 친구가 맘에 드는 남자가 있다고 사인을 보내면 나머지 친구들은 다들 으샤으샤 잘되라고 도와주었고, 소위 말하는 여우 같은 친구 때문에 남자 문제로 뒷말이 나오거나, 안 좋은 소문이 날 일도 없었다. cc때문에 과 모임 나갈 때 눈치 보일 일도 없고 그로 인해 주변 친구들도 과 내에서 무리가 갈릴 우려도 전혀 없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끼리만 있는 집단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낮았다. 모든 집단에서 그렇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여대라는 집단에서는 그러하였다.
또 다른 여대에 대한 편견으로는 여대는 취업을 못한다는 인식이다. 이것이 과연 ‘여대’이기 때문에 취업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 여대가 취업률이 낮은 것이 아니라 여성의 취업률이 낮은 것이다. 우리는 여성의 차별을 ‘여대’ 차별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또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보았을 때도 여대의 취업률 데이터는 공학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서울시내 43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성신여대를 비롯한 6개 여대의 취업률은 62.9%였고 이는 전체 평균인 61.4%보다 높았다. 물론 서울 대학만을 조사한 결과이지만 ‘여대’여서 취업률이 낮다는 편견은 없어졌다. 오히려 여대가 경쟁력 있는 여성 인재를 양성해 사회 전반의 성에 따른 구조적 불리함을 해결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렇듯 여대에 와서 여러가지를 보고 느끼면서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죽어도 가기 싫던 여대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그 집단 속에 들어가 실제로 경험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깨지면서 여대의 좋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여대는 자율적 선택이 보장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집단 활동을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고, 내가 집순이고 혼자가 편한 사람이라면 그 또한 얼마든지 남의 눈치 안보고 할 수 있다. 교내 동아리·소학회·교외활동 등 내가 어울리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고, 혼밥·독강 등 일명 개인플레이를 하고자 한다면 다른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마든지 더 편하게 누릴 수 있다.
또한 남들이 나에게 씌우는 프레임, 내가 나를 프레임에 가두는 말에서부터 더 자유롭다. '여자들은 무거운 거 들지 말고 가서 쉬어', '야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세', '너는 여자한테 무슨 그런 말을해!', '여자들은 화장하는 게 예의지' 등등 나를 배려하는 말 일수도, 칭찬하는 말 일수도, 보호받기 위한 말 일수도,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 자연스럽게 나온 말 일수도 있는 무언가를 가장한 프레임에 갇힌 말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여대라는 공간속에서는 여자로서 평가받기보다 사람으로서 평가받고 그것이 나를 자립심 있는 사람으로 나아가게 한다.
더불어 여대이기 때문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공학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불법촬영(일명 몰래 카메라), 단톡방 성희롱 등 여성 상대 성범죄로부터 자유롭다.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교수님이나 강사님께서 성차별 또는 여성 혐오 발언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설사 그런 일이 있어도 학우들이 위와 같은 점에 깨어 있기 때문에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교수님께 전달하여 성차별 없는 발언으로 강의가 진행될 수 있게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대도 공학과 다르지 않다. 대학생활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진리의 케바케라는 말이 있듯이 공학에서도 여대에서도 그 진리는 다르게 적용되지 않는다. 단지 '여대'라는 타이틀 때문에 지레 겁먹고, 편견을 가지고 가고 싶은 학과가 있어도 포기하는 일은 없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