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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Aug 07. 2018

수능 D-100 특집: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자소서를 자소설로 아는 그대에게

흔히들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그런 맥락의 구구절절 이야기를 읊는 자전적 수필이 아니다. 오히려 지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본인이 왜 거기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일종의 레포트다. 그것이 고등학생들의 대입 자기소개서든, 대학생들의 대외활동, 취업용 자기소개서든 말이다. 따라서 글솜씨보다는 내가 그 학교에 대해서, 그 학과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래서 그것을 근거로 거기에 왜 내가 가장 적합한 인재인지,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여 어떤 과정을 거치고 싶고, 졸업하여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제목 작성’, ‘문장은 짧게’, ‘맞춤법은 철저하게’, ‘”저” 생략’ 등은 굳이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분석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각 항목의 의도를 분석하고, 크게 크게 가이드라인을 작성해볼까 한다.


사실 자기소개서는 입시 철에 바짝 준비할 게 아니라 1, 2학년 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고, 학업 관련 대내, 대외활동, 학업 외적 활동, 인성과 사회성을 설명할만한 활동으로 구성해서 크든 작든 4가지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성적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 3년 동안 딱 3~5가지 정도만 계획적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더 준비할 시간이 없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일 것이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몇 가지 대학의 자기소개서 항목을 조회해보니 1, 2, 3번 항목이 같았고, 4번 항목만 학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문항별로 살펴보자.



1.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업적 요소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지원자의 학업을 대하는 자세와 성향을 토대로 대학 진학 후 학업 수행능력을 간접적으로 판단해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학업 수행능력이라는 게 꼭 공부 머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각보다 대학에서는 머리보다 동기부여와 그로 인한 성실함이 중요하다). 4번 항목이 지원동기를 서술하라는 경우라면, 1번 항목에는 학업을 지속하며 겪었던 난관과 극복과정, 해당 학과와 관련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한 자신만의 이야기 등을 서술하고, 4번 항목에는 지원동기와 학업계획, 포부를 서술하는 것이 좋다. 4번 항목이 지원동기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라면,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지원동기 및 포부의 비율을 1:1 정도로 문단을 나눠 담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공부를 왜, 어떤 원동력으로 하는지(진로까지 곁들여서)에 초점을 맞추고 풀어나간다.



2.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


학업 관련 활동으로 전공 적합성을, 학업 외적 활동으로 사회성, 인성까지 평가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항목이다. 여러 방면에서 지원자의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 활동도 3가지 예시를 들라고 한 것이다. 시상 성적이나 동아리 활동 등 1, 3, 4번에서 다 담지 못한 활동들을 작성하는 느낌으로 가져가면 될 것 같다. 질문에서 의미와 느낀 점을 강조하고 있고 활동 3가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사례 설명은 간략하게, 의미와 느낀 점 위주로 작성한다. 활동마다 내용 설명만 하려 해도 글자 수가 많이 필요하므로 나열식으로 3가지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임팩트 있는 활동 1~2가지로 진솔하게 작성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3가지 다 작성하려는 경우, 어차피 고등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다 뻔해서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 없다는 것과 의미와 느낀 점 위주의 작성을 꼭 기억하자. 여기서 작성한 활동들을 대학에 진학 후 하고 싶은 활동들과 연계하면 좋고 진로와 결부시키면 더 좋다. 사례로 든 것들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가치관을 나타내고 있으면 훌륭하다. 이 경우 그 가치관을 강조하여 3가지 활동을 아우를 수 있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도입부를 가져간다. 도입부 얘기가 나와 하는 말이지만, 입학사정관이 모든 자기소개서를 다 꼼꼼하게 읽어볼 수 없으므로 모든 항목은 두괄식으로 처음에 중심 문장을 서술하고 시작할 것을 권한다.



3.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성평가 항목이다. 취업시장에서도 협업(협력)과 갈등 관리 항목은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해마다 대학에서 행해지는 범죄로 인성 관련 문제가 뉴스로 공론화되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 더 중요해진 항목이다. 굳이 학업과 관련 있을 필요는 없고, 작은 활동이라도 좋으니 진실성 있고 솔직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소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느낀 점이 중요하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어떤 갈등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해서 다시 뭉칠 수 있었고, 그렇게 뭉쳐서 어떤 방법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 서술한다. 사연은 수식어구 없이 담백하고 너무 길지 않게 작성하고, 느낀 점 위주로 문항을 풀어나가길 바란다. 예시로 든 사례가 직업 활동을 할 때 겪을 수 있는 사례와 비슷하면 더 좋다.



4. 지원동기, 대학이 해당 지원자를 선발해야하는 이유


일단 현재 우리는 1번 항목을 통해 과목과 전공에 대한 동기를 설명한 상태다. 이 항목에서는 좀 더 구체화하여 왜 그 학과여야 하는지, 왜 그 학교여야 하는지, 그리하여 본인이 그리는 본인의 궁극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를 작성한다.


왜 그 학과여야 하는가

사실 고등학생이 접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는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졸업해서 무엇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상태에서 이 부분을 쓰려면 잘 쓰기가 힘들고 또 그 학과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인 줄 모르고 그것을 작성하게 될 수도 있다(당연히 감점대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의 학과 홈페이지를 들어가서(포털사이트에 'OO학교 OO학과' 검색) 커리큘럼(학교에 따라 교육과정, 개설과목 등)이라고 써진 곳을 들어간다.  거기에는 입학해서 무슨 과목을 듣게 되는지 리스트가 쭉 나오는데, 그중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본인이 가장 흥미롭게 공부했던 부분이랑 가장 비슷해 보이는 과목을 몇 가지 꼽아본다. 그러고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어떤 부분에 흥미가 있어서 대학에 진학해서는 어떤 과목들을 배워보고 싶다고 간단하게 2~3줄 정도의 학업계획서를 작성한다. 나열만 해봤자 아무 쓸데 없으니까 욕심대로 많은 과목 다 쓰려 하지 말고, 딱 한 계열(표로 된 커리큘럼 표를 보면 계열이 한 줄로 연결되어있다) 과목들만 뽑길 바란다. 학교에 따라 이 홈페이지 안내가 표로 작성돼서 한눈에 들어오는 학교도 있고, 그런 시각자료 없이 해당 과목 설명만 자세하게 돼 있는 데가 있다. 어차피 같은 이름의 학과라면 배우는 것은 거의 비슷하므로 학업계획서에 쓸 과목을 구성할 때는 표 형태로 된 학교 자료를 참고하고, 그것이 어떤 과목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장을 쓸 때는 설명문 형태로 된 학교 자료를 참고하길 바란다. 연구원을 꿈꾸는 이공계 학생이라면, 더 나아가 홈페이지에 소개된 연구활동 설명 자료와 위 내용을 연계해서 작성하면 금상첨화다. 굳이 이런 자료들을 외부인들에게도 공개된 홈페이지에 게시해놓는 이유가 다 학생들의 그런 열정을 알아보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다들 공부만 하다가 점수 맞춰서 원서 쓰지, 이렇게까지 하는 학생들이 적으니 은밀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필자의 모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표 형식과 설명 형식의 예


왜 그 학교여야 하는가

관찰력이 좋은 학생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교육과정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밀한 점을 캐치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교육과정에서의 그러한 다른 학교들과의 차별점을 언급해주면 좋다. 과목에서 못 찾겠다면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를 유심히 읽어보자. 홈페이지 학과 소개 글은 해당 학과에서 생각하는 그 학교, 그 학과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특징과 주력분야, 성과 등을 ‘자랑’해놓은 곳이다. 그런다고 그런 것들을 칭찬하고 있지 말고, 그런 특징적인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여 본인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진로) 서술하자. 이 부분이 학과 부분보다 짧으므로 학과 부분에서는 학문적인 얘기를 하고, 이곳에서 진로와 연관 짓는 편이 균형 있고 좋다. ‘칭찬이 아니라 도구로’를 꼭 기억하길 바란다.


마무리

마지막은 포부를 밝히며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본인만의 상징적인 무언가를 들어 평가자에게 본인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좋다. 너무 오글거리는 것보다는 적당히, 고등학생이니까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패기 있는 것이 좋다.



4’.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조금 특이하게 4번 문항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3가지’인 경우도 있었다. 문장과 메시지가 멋있는 감상문을 쓰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굳이 책인 이유는 책은 세상 모든 종류의 가치관을 담고 있고, 또한 가장 논리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책은 상징적인 장치일 뿐, 그냥 가치관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이다. 선정한 책의 성향, 그 책을 선정한 이유, 그 책에 대한 평가, 그 책으로 인해 달라진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서 지원자의 삶의 철학, 가치관, 자세, 목표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굳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유명한 책, 어려운 책을 꼽을 필요는 없다. 솔직하게 본인이 가장 감명받았던 책을 고르고, 그것과 삶의 지향점 및 진로를 결부시켜 작성하자. 항목이 3가지이고 ‘자신에게 준 영향’을 굳이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이나 이념을 접하면서 생긴 변화를 마주하는 자세, 그 가치관의 변화를 일상에 적용하는 과정, 그런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를 토대로 지향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중심으로 작성하면 된다.


출처: 이말년

전체적으로 예시도 없고 설명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소개서니까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 필자가 속한 학과를 예로 항목마다 예시문을 작성해볼까 하다가, 표절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볼, 그로 인해 피해를 볼 학생이 있을 수 있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틀을 만들어 그 틀에 맞추도록 학생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제한하고 있어 좋은 글은 아니다. 하지만 수시,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평가 기준도 모호해지고, 전문 업체들의 성행으로 입시 공정성이 많이 후퇴한 감이 있어서 펜을 잡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글을 통해 그런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피해를 ‘덜’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꼭 필자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가 아니라도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참고만 하는 것이다. 여하간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방식을 분석하여 본인만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 이 글은 수능 D-100 특집으로 기획된 릴레이 칼럼입니다.

1. 수능 D-100 특집: 전략적 수능 준비

2. 수능 D-100 특집: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현재 글)

3. 수능 D-100 특집: 논술과 면접 준비하기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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