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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19. 2018

나, 치위생학과 가도 괜찮을까?

치위생학과의 오해와 진실

 취직이 어려운 요즘,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수월하다는 보건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간호를 제외한 보건계열 학과에는, 처음부터 그 보건학과를 꿈꿔서 온 학생들이 많이 없다. 부모님께서 취업 잘 된다고 추천해줘서 지원했거나, 간호학과를 꿈꿨지만 성적이 낮아서 다른 보건계열로 돌렸거나, 전문성을 갖는 안정적인 직업이라 생각해서 지원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간절히 원하는 학과에 지원해도 많이 흔들리고, 과연 올바른 선택일지 망설여지는 판에, 어쩌다 보니 지원한 학과에 대해서는 얼마나 걱정될까? 불안한 마음에 많은 사이트에 찾아보지만 각자 말들도 다르고, 정말 보건계열 재학생이 쓴 글인지 의심이 가는 글이 태반 일거다. 

 하지만, 필자는 치위생학과 재학생으로서 치위생학과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해주고자 한다. 최대한 선배님들의 경험과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객관성을 갖추려고 노력하였으나, 필자가 모든 대학교를 다녀보지 못한 점, 모든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의 경험을 다 듣지 못한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1. 전문대(치위생과) VS 4년제(치위생학과)


많은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인 가치관에 맞게 가면 된다. 전문대와 4년제는 같은 치위생을 공부하는 것 같지만, 그 방향성은 다르다. 전문대는 말그대로 ‘치과위생사 양성소’라고 할 수 있다. 국가고시 위주의 공부만을 하고 국가고시 위주만의 실습을 진행한다. 전문대의 목표는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여 많은 수의 치과위생사를 배출하는 것이다. 

반면에 4년제는 ‘치과위생사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치과위생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주체적인 판단 하에 환자를 다루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교육한다. 쉽게 말하자면 전문대보다 더 구체적으로, 더 많이 배운다. 그렇기에 전문대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며,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서도 4년제를 좀 더 선호하고 급여도 더 높은 편이다. 

 본인이 단순히 치과위생사가 되어 얇고 긴 직장을 원한다면 전문대를 추천한다. 등록금도 아낄 수 있으며 오히려 더 빨리 경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4년제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본인이 치위생학을 배워서 다양한 진로로 가고 싶고, 학벌에 욕심이 있으며, 사명감을 느끼는 치과위생사가 되고 싶다면 4년제를 오는 것을 추천한다. 


2. 대학교, 어디로 가야하지?


 자, 전문대와 4년제 중 어디를 갈지 고민이 끝났다면, 이제는 어떤 대학을 갈지가 문제다. 솔직히 말해보자. 치위생(학)과가 있는 학교들은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들은 대학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떤 대학이 더 좋은 지 고민이 돼서 인터넷에 물어봐도 전부 ‘고만고만하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일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치위생학과로 정말 알아주는 몇 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말 다 ‘고만고만’하다. 특히 치과위생사는 면허증만 따면 정말 어디든 취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세부적인 대학간판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재학생으로서 어떤 기준으로 대학을 가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싶다. 


[자대병원의 유무 / 학교의 역사(선배들의 아웃풋) / 군기의 유무/ 실습환경의 유무/ 실습하는 병원이 어디인지 /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는지 / 등록금 / 집에서 가까운지(기숙사가 가능한지 )/ 전공교수님들의 숫자 및 약력/ 얼마나 다양한 실습을 하는지 등] 


이 가이드 라인 안에서, 본인 가치관에 맞게 우선 순위를 정한 후 골라서 대학을 가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치위생학과가 가장 유명한 학교는 연세대(원주), 가천대, 을지대가 있다. 


3. 치위생학과, 무엇을 배울까?


 치위생학과를 생각하면 대부분이 석션과 스케일링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그것만 실습하는 줄 안다. 하지만 입학하고 나면 정말 이런 것까지 배워야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운다. 참고로 강의록(교재)가 영어로 되어 있는 학교도 있고, 한글로 배우는 학교도 있다. 보통 4년제가 영어로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배우고, 전문대는 국가고시에 나오는 내용 정도로만 한글로 배운다. 하지만 학교마다 커리큘럼은 다르기 때문에 꼭 ‘4년제는 이렇고, 전문대는 이렇다’고 확답을 줄 수 없다.

 전공 기초 이론으로는 생명과학에 대한 과목들을 주로 배운다. 해부학, 조직발생학, 치아형태학, 생리학, 약리학, 병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공중 보건학, 보건 통계학, 치과재료학 등이 있다. 말로만 얘기하면 그렇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아서 몇 개 과목의 강의록 사진을 첨부하였다. 

 전공 심화로는 치주, 보존, 보철, 교정, 외과, 내과, 소아치과 등이 있다.(이 역시 학교마다 전공 이름은 다르다.) 치과도 여러 개의 과로 나뉘어 지는데, 필자의 학교의 경우 각 과에서 필요한 이론을 배운다. 치과위생사는 석션과 스케일링이 주업무인 것 같지만, 구강건강의 증진과 구강질병의 예방이 주업무다. 즉, 모든 수술과 진료 방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므로 각 원리와 이론을 환자에게 쉽게 설명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배운다.  

 실습의 경우, 4년제는 2학년 때 동기들과 상호실습으로 연습하며, 3학년 때부터 병원실습을 할 수 있다. 필자가 재학중인 대학에서는 자대병원이 있기 때문에 학기 중에서는 자대병원에서 실습하며, 방학동안에는 타대학병원에서 실습한다. 각 실습에서는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의 어시스트를 하며 무엇을 배우는 지 옆에서 지켜보고 관찰하며 일지를 써서 제출한다. 또 학교 내에 있는 실습실에서 대상자들을 데려와 스케일링을 한다. 이때, 단순히 스케일링만 하고 보내지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치과위생사의 주업무는 구강건강 증진과 구강질병의 예방업무처치이기 때문에 대상자의 구강 상태가 어떤지 알려주고 어떻게 구강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내해준다.

 실습도 병원실습과 상호실습만 있지 않다. 필자의 대학에서는 ‘사회 치위생학’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학교 주변의 요양원과 유치원에 가서 구강보건 교육과 간단한 예방 처치 업무(불소도포, 실란트 등)를 한다. 유치원에서는 유치원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극으로 보여준다. 그 외 미생물학 시간에서는 미생물을 배양하며, 치과재료학 시간에는 치과재료를 가지고 직접 상호 실습을 한다. 학교에 따라서는 방사선학 시간에는 직접 방사선실에 들어가서 구강 마네킹을 가지고 방사선 촬영을 하기도 하고, 해부학 시간에 시신 선생님을 직접 관찰하기도 한다. (시신을 기증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시신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앞서 2번 문항에서 어떤 대학을 가야 할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줬었는데, 그 중 ‘얼마나 다양한 실습을 하는지’라는 목록이 들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대학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실습이 한정적일 수 있다. 방사선 촬영 실습이 가능한 학교도 있고, 시신 선생님을 직접 관찰하고 만질 수 있는 학교도 있다. 똑 같은 치위생학과를 간다면 당연히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는 학교로 가는 게 맞다. 


4. 치위생학과 재학생의 학교생활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 필자는 현재 2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는데, 매일 같이 자퇴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산다. 대학생활의 로망인 동아리와 학점을 전부 챙기려고 하다 보니 밤새는 건 일상이다. 일주일에 레포트는 기본적으로 두 개가 있으며, 추가 과제가 주어지면 레포트는 플러스 알파이고, 퀴즈도 매주 본다. 심지어 하는 동아리가 공연 동아리이다 보니 뺏기는 시간도 많다. 정신없이 과제와 레포트와 동아리에 시간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시험기간이다. 시험범위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 정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나마 주말에 조금 여유가 생기는데, 주말은 주로 봉사와 대외활동으로 보낸다. ‘대학생이면 대외활동 하나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지난 여름방학 때  대외활동을 신청한 나 자신이 가끔 밉다. 건강하고 즐겁고 바람직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면 본인의 역량을 정확히 알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벌려 놓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학점을 챙기고 싶다면 공연동아리처럼 시간을 빼앗는 동아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치위생(학)과는 시간표가 전부 미리 짜여서 나오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따로 하지 않는다. 시간표를 짜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지만 공강은 없다. 가끔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5시 30분까지 고등학교처럼 시간표가 짜인 날도 있다. 시간표는 항상 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아, 방학 동안에는 치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덴탈잡’이라는 치과위생사 구인 사이트가 있는데 ‘치위생학과 학생이 방학 중 아르바이트 구합니다.’라고 이력서를 올리면 치과에서 연락이 온다. 다른 곳보다 시급이 세고, 주 6일 하루 종일 일하기 때문에 한달에 150~190만원정도 벌 수 있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꿀알바라고 할 수 있다. 


5. 취업률, 정말 100%인가?


 자신이 어떤 치과를 가던 상관이 없다면 100%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면허를 따지 않은 치위생학과 재학생도 치과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면 정말 많이 연락이 온다. 아르바이트는 길어야 몇 달 정도 일하기 때문에 복지가 안 좋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크게 힘들지 않다. 하지만 직장을 고르는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급여와, 복지와 병원 급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눈높이와 맞는 치과를 고르려면 오래 걸린다. 막상 들어갔는데 자신과 맞지 않아서 이리저리 치과를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5-1. 대학병원 치과위생사,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대학병원 치과위생사는 T/O(자리)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들어가기 힘들 뿐더러, 정규직을 뽑기보단 계약직을 주로 뽑는다. 대학병원은 신입 치과위생사를 거의 쓰지 않으며, 경력직을 주로 선호한다. 아까 자대병원이 있는 대학을 가라고 했는데, 자대병원이 있으면 대학병원을 들어가기 훨씬 수월해진다. 같은 조건의 사람 두 명이 있을 때, 병원은 자대생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자대생이 아니어도 학점도 충분히 높고 토익 점수가 높으며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출중하다면 뽑힐 수 있다. 취업은 (본인 능력)x(대학간판=기회)이다.   


5-2. 병원 취직 말고 다른 아웃풋 

병원 말고 다른 곳에도 취직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 타 대학 아웃풋이 어느 정도로 다양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학교 아웃풋만 본다면 대학교수, 보건직 공무원, 군무원, 치과관련 기업 취직(오x템, 3x, 제약회사), 공공기관(질병관리본부, 국립과학수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등 정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물론 그러기가 어렵다. 하지만 본인이 대학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치과위생사 말고도 치위생학에 관련된 다른 길로 갈 수 있다.


5-3. 취업만 바라보고 왔는데, 적성에 맞을까?

필자의 경우, 어쩌다 보니 이 학교에 입학했다. 학창시절 내내 보건계열과 나는 정말 상관없는 분야였고 단 한 번도 병원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 입학했을 당시에 회의감이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전공 공부를 하면서 생각보다 이 분야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치과위생사가 꿈이라서 입학했지만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취업만 바라보고 왔는데 잘 맞을 수도 있다. 입학하고 공부해보기 전까지는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생명과학을 좋아하고, 사람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약간의 손재주가 있다면 적성에 맞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5-4. 직업수명이 짧고 박봉이라고?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인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 다르다. 육아휴직으로 쉬다가 복귀하시는 분도 있고 그대로 일을 그만 두시는 분도 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서 더 큰 병원으로 가신 분도 계시고 아예 대학원에 들어가신 후 치위생과 관련된 다른 분야로 진출하시는 분도 계신다. 능력이 없거나, 직장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이직하시는 분도 계시고, 해고당하는 분도 있다. 타 직장과 똑같다. 본인이 연차가 쌓이는 만큼, 연봉이 늘어나는 만큼 능력을 쌓으면 된다. 정말 ‘나 하기 나름이다. 치과위생사로서 정말 만족하시는 분들은 손발이 잘 맞는 치과의사와 함께 50-60대가 돼서도 일하곤 하신다. 

 연봉도 마찬가지다. 신규 치과위생사의 월급은 지역마다, 병원마다 굉장히 다양하게 차이가 난다. 140만원에서 240만원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것 역시 본인이 능력이 있다면 그만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대학병원에 들어간다면 첫 월급이 많게는 350만원까지도 올라간다. 결코 박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오래 일하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스펙과 경력과 능력을 쌓아야 한다


 어떤 직업군을 가던지 본인이 그 분야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 흔히 좋다고 말들 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도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치과위생사도 마찬가지다. 치위생학과에 와서 얼마든지 본인이 전공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고, 새로운 진로의 개척자가 되어 그 분야의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 치과위생사가 된다고 다 똑같은 기술을 갖고 다 똑같이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치과위생사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충분히 치과위생사도 명예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치위생학계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어떤 치과위생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꿈(목표)을 이루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해라. 확고한 뜻과 목표가 있는 학생이라면, 치위생학과는 충분히 좋은 선택이니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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