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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25. 2018

약자를 위한 언론인을 꿈꾸나요?

건국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강제철거로 인한 아현포차 상인들의 눈물”

“국경 없는 마을로 떠나볼까요!? -안산 다문화 마을-"

“학생들의 학습권은 어디로 갔나”

“빈껍데기 성교육”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우리 학교 장애학생도우미 인터뷰-"

“또 제 전공수업을 듣지 못한다고요?”

“나는야 난희난희망난희 -난희 작가님 인터뷰-


 위의 글은 제가 썼던 기사들 중 일부의 제목입니다. 제목들을 보고 어떤 곳에 기재한 기사인지, 혹시 아시겠나요? 바로 대학교 교지에 실은 기사들입니다.

교지(校紙) [명사] 학교 신문

교지(校誌) [명사] 학생들이 편집·발행하는 잡지

 교지는 이 두 가지 모두를 말해요. 아마 중·고등학교에도 교지를 만드는 동아리 같은 게 존재할 거예요. TMI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영자신문부를 했었거든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계속 학교 내의 언론기관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 건국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에 들어갔답니다. 당연히 중·고등학생 때 써왔던 선생님 인터뷰나 학생들 설문조사 부류의 글들을 쓸 거라 생각했으나, 대학교 교지는 정말 차원이 달랐어요. 정말 정말 많이 달라서 처음 기획안을 가져갈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하지만 교지에 1년, 2년 몸담으면서 제 자신이 실질적으로 발전됨을 느꼈고, 심지어는 진로도 정하게 되었어요. 아마 기자, 논설위원 등 언론계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글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부터 대학교 교지는 어떤 곳인지, 제가 느꼈던 바를 알려드릴게요.

약자를 위한 언론 - ‘건대인의, 건대인에 의한, 건대인을 위한 교지’


 교지는 그 학교의 학생들이 주요 독자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지만 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필수로 다뤄요. 학교 측에서 수업 수를 갑자기 감소시켜 학생들의 학습권이 지켜지지 못한 문제와 우리 학교 성교육 시스템의 문제점, 장애학생도우미에 대한 이야기, 유학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학교(유학생을 무분별하게 받을 경우 수업 수는 그대로인데 학생 수가 늘어나서 원하는 수업을 듣기 힘들어집니다. 학교 측은 대학교 평가 시스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유학생을 많이 받아요.) 측 비판 등의 기사를 썼어요.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학교 측에 문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학생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전공 수업을 급감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학교 해당 기관에 연락하여 확실한 정보를 얻어야 해요. 학생들에게 거짓 정보가 담긴 기사를 읽게 할 순 없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학교 측이 제대로 도움을 안 주기도 하고, 연락을 피하기도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생겨요. 그래도 학교 언론 기관의 기자라는 자격으로 학교에 공식적으로 취재를 요청해볼 수 있어서 학교의 어두운 면(?)까지 속속 알게 된답니다. 그런 기사를 게재했을 때 학생들이 ‘좋은 정보를 얻었다’, ‘궁금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피드백을 주면 정말 보람차죠. 특히 건대교지는 ‘자치 언론’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기사를 검열 받는 건대신문, 건대방송국 등과 달리 검열을 전혀 받지 않아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 작은 사회 내에서 일반 학우들은 약자에 속하게 돼요. 그런 학우들의 입장에서 학우들의 편을 들고, 그들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약자를 위한 언론 –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건대교지는 학원, 사회, 문화, 기획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나눠서 기사를 게재해요. 이 중 사회 파트에선, 기존 기성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을 파헤치려고 합니다. 기성언론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은 아무리 그해 이슈가 많이 되었다고 해도 너무 지루하고 특색이 없기 때문에 다루지 않아요. 그 대신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글을 쓴답니다. 강제철거로 인한 아현포차 상인들의 눈물”이라는 기사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던 기사예요. 국회법률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일이 강제철거에 관한 법률을 찾고 감성을 배제한 채 객관적으로 사건을 전달하려 했어요. 합법적인 절차가 아니라 갑자기 강제철거가 이루어져, 평생 살던 곳과 일자리를 잃어버리신 아현포차 상인 어르신분들의 입장을 담았어요. 아무래도 법과 관련된 기사를 쓰는 건 정말 어려워서 자료조사와 기사 작성에 시간을 많이 뺏겼어요. 기사를 쓸 당시 다른 과제나, 시험공부도 얼른 해야 하는데 너무 기사에만 목숨 걸고 있는 거 같아서 이 글을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답니다. 그렇지만 역시, 기사가 완성되면 이걸 쓰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싹 사라질 만큼 엄청 뿌듯해요. 대학생들이 관심을 두기 어려운 분야라 그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해주는 기쁨도 크죠.

 교지에 실리는 글은 아무리 가벼운 주제처럼 보일지라도 비판의 대상이나 교훈점이 있어야 해요. 국경 없는 마을로 떠나볼까요!? -안산 다문화 마을-"이라는 기사는 제목만 보면 단순히 다문화 마을 소개 글이라는 착각이 들지요. 하지만 사실 안산 다문화 마을을 소개보단, 외국인 노동자분들과 외국인 밀집 마을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편견을 깨자는 게 기사의 주목적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밝고 맑은 글만 쓰기를 좋아하는 일종의 휴머니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남들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도 했고요. 교지에서 글을 쓰면서 비판적 사고가 많이 키워졌고, 이제는 무엇이든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단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둠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게 되었지요.


안녕하세요, 건대교지편집위원회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누군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항상 하는 말이에요. 학교 언론 기관의 기자이다 보니, 유명인들을 인터뷰할 기회도 가끔 생깁니다. 어떤 기자분은 우리나라 1세대 힙합 뮤지션인 주석을 인터뷰하셨고, 저는 “대학내일”이라는 잡지에서 웹툰을 연재하시며 “난희만화”라는 만화를 그리시는 난희 작가님을 인터뷰하였어요. 일반인의 자격으로는 쉽게 만나기 힘든 분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교지 기자의 큰 장점이에요. 또 이곳저곳 취재를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좋답니다. 제주도에 직접 가서 해녀분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수요집회, 평화나비 인터뷰, 충청남도 청양에서 전통주 장인 인터뷰 등 새로운 경험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어요. 그 가치를 글로써 학생들에게 공유해줄 수 있는 점도 즐겁죠.

 저는 처음 대학에 입학하고 꿈이 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제 꿈을, 바로 교지에서 찾았어요.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긴 싫었어요. 제 자아실현도 할 수 있으면서 사회에 필요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교지에서 글을 써보면서 제가 추구하는 삶이 이러한 글을 쓰는 삶이란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기자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기사를 쓰다 보면 가끔 학생들에게 욕먹을 때도 있고, 학교 기관이랑 사이가 틀어질 때도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기획회의를 하는데 6시간씩 해서 집에 막차 타고 들어가기 일쑤기도 하고요. 그치만 제 인생을 찾아 준 교지이기에, 약간 애증의 마음을 가지고 오래오래 교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 혹시 약자를 위한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대학 입학 후, 교지에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글, 실제 사회 속 소외된 자들을 위한 글을 쓰길 바라봅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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