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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25. 2018

강의실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만나다.

경희대학교 '오케스트라의 오늘'

  '후마니타스(humanitas)'는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인간의 인간다움을 의미하기 위해 사용한 말입니다. 이 말 속에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라는 본질적 질문이 들어 있습니다. 경희대학교는 학생들이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자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스스로를 발명하고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후마니타스라고 재정의하였습니다. 그래서 경희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후마니타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양 필수 과목들을 ‘후마니타스 칼리지’라고 일컫습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에는 예술, 외국어, 체육, 고전 읽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교과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경희대학교 명강의로 손꼽히는 ‘오케스트라의 오늘’이라는 예술 교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오늘’은 2016년 6월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서울시향이 맺은 ‘교양강의 개설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줄여서 서울시향이라고 일컫는데, 이 교향악단은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명훈 아래 성장한 아시아의 주요 오케스트라 중 하나입니다. 서울시향은 세계적 명성의 객원지휘자 그리고 협연자와 함께하는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여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아시아 교향악단으로는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음반 출시 계약을 맺기도 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오늘’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시향이 교육기관과 맺은 최초의 협약이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외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MOU 체결을 통해 서울시향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 ‘오케스트라의 오늘’이라는 강의는 경희대학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조은아 교수님께서 지도하십니다. 강의에서 서울시향의 협력을 받는 프로그램은 ‘정기공연 감상과 함께 수강생만을 위한 리허설 공개’, ‘공연 현장 준비에 대한 공연기획 특강’ 그리고 ‘서울시향 단원이 직접 강의실을 방문해 연주하는 강의실 콘서트’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정기공연 감상 & 리허설 공개 

 강의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롯데 콘서트 홀에서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아르스 노바*세헤라자데**를 감상하게 됩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었어도 학생 입장에서는 공연을 감상하는 데 시간을 내기가 힘들고, 다른 문화예술 활동에 비해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의 시간에 공연을 감상하고, 서울시향 측에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학생을 위해 입장료를 거의 반값으로 할인해주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오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여유롭게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은아 교수님께서는 “리허설 공개는 오케스트라로선 아주 드문 일인데, 서울시향 측에서 학생들에게 리허설을 공개해줌으로써 학생들이 무대 위에 결과물로 내놓은 음악이 아니라 과정으로 진화하는 생생한 음악적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학생 신분에서 아시아의 주요 오케스트라 리허설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14세기를 맞이하여 유럽 음악에 새로이 일어난 하나의 흐름입니다. 이전 음악과 비교했을 때, 자유롭고 세련되어 있으며, 복잡한 기교를 집중시켰습니다

** 림스키-코르사코프가 1888년에 작곡한 교향 모음곡입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천일야화에 기반한 이 교향곡은 러시아 음악에서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동양에 갖고 있던 지대한 관심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공연기획 특강 


 ‘오케스트라의 오늘’을 수강하는 학생이면 강의 중에 서울시향 홍보 마케팅 김유나 팀장님께서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신 오케스트라 공연기획 특강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보통 객석에서 볼 수 있는 악기 연주자 그리고 지휘자만을 떠올리는데, 강연을 통해 무대 바깥에도 공연을 기획하는데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년도 1학기때 하신 특강을 예로 들어보면, 해외 오케스트라에서는 펀드레이징, 즉 자금 조달 체계가 발달되어 있지만, 한국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펀드레이징을 받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서울시향 공연 기획을 위한 기부나 협찬을 받는데 상당히 힘들었다는 팀장님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의실 콘서트 


 강의실 콘서트는 주로 서울시향 단원 7명이 강의실에 직접 방문하여 경희대학교 학생들만을 위해 연주하는 공연입니다. 18년도 1학기에 열린 강의실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첼리스트, 더블베이스트, 플루이스트 단원이 왔으며, 조은아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매 학기마다 강의실 콘서트에 오시는 악기 연주자가 다르다고 합니다. 악기 본연의 울림을 생생하게 느끼고, 연주를 하는 동안 단원들이 주고받는 호흡과 몸짓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실 콘서트는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지친 학생들에게 잃어버렸던 감수성을 되찾게 만들어 주는 서울시향의 ‘선물’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기 파트만 열심히 연주해서는 좋은 음악을 탄생시킬 수가 없습니다. 다른 단원들이 연주하는 파트도 적극적으로 들음으로써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만 휼륭한 음악이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오케스트라는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개성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경청’이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오늘’ 강의는 학생들이 오케스트라에서의 경청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강자의 주장뿐만 아니라 약자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듣는 습관을 만들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령 약자가 강자의 힘에 눌려 침묵을 하게 되더라고, 학생들은 강의에서 배운 ‘경청’이라는 습관을 통해 약자의 침묵마저 알아채고 이를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오케스트라의 공동체 정신을 배움으로써 경희대학교가 지향하는 ‘후마니타스’가 되는데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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