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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26. 2018

새내기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 ; ‘새터 기획단’

대학교 신입생에게 처음이자 특별한 ‘새내기 배움터’를 만드는 새터 기획단

 며칠 전 종영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라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된 건 그저 작은 이유에서부터였다. 첫 화에서 등장한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의 모습이 내가 고등학교 시절 ‘오티’하면 떠오르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수능을 치고 대학교 합격 발표가 난 후, 대학교 홈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며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 찾아본 결과, 우리 학교는 입학 전 예비 대학 ‘오티 즉 새내기 배움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 동기들과 선배들을 처음 보는 자리인 만큼 프로그램에 대해 떨림과 기대도 부풀어 올랐다. 정확히 드라마의 장면들 같은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대학 입학 전 설렘은 모두 오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티 날 뭐 입지부터 시작해서 짐은 어떻게 싸야 하는지, 심지어 버스에는 누구와 앉게 될 까까지. 우리들은 ‘새내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갔다.


 위 문단에 나온 단어들과 내용에 공감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아예 처음 들어보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위에 언급했던 프로그램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예비 대 ‘새터’  대학 생활에 대한 정보를 일차적으로 제공하는 행사이고‘새내기 배움터’ 줄여서 ‘새터’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신입생들에게 대학교 수업, 수강 신청 등 대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정보와 대학 문화를 함께 나누는 행사다. 오티 ‘새내기 배움터 병행해서 쓰는 이유는 대학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새내기 배움터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제부터 새터라고 칭하겠다.) 

 

 나의 처음 새터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특별히, 크게 남는 기억이 없다.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거나 지루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즐거웠던 기억도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찾아보고, 상상했던 새터의 모습과 조금은 달랐다. 고등학생 때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갓 성인이 되어 친해지는 과정이 달라서 그랬던 걸까. 평소 사교성이 좋은 나에게도 새터에서 소위 말하는 ‘인싸’로 적응하기에는 힘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공통점을 찾아가야 했고, 나와 아예 다른 인생을 살던 사람들과 친해져야 했다. 심지어, 인원이 많은 영문과 사람들도 한 명씩 알아가기 벅찬데, 문과대에 속한 7개의 과가 다 같이 새터를 가고 프로그램을 함께 했기 때문에 과 사람들 모두와 얘기도 나누지 못한 채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말았다.

 이처럼 동기들과 알아가는 과정은 힘들었던 반면, 선배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대학 생활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몇 년씩 학교에 다녔던 선배들에게 듣는 강의 후기, 맛집 등 생생한 대학 생활은 새내기 생활의 기대를 한껏 높여주었다. 특히, 새터를 기획한 각 7개 과의 새터 기획단 선배들이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짧은 2박 3일의 프로그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지에 대해 ‘대단하고, 수고했다’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2월이 끝나고 드디어 3월, 개강의 달이 새내기들을 맞이했다.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던 나는 생각보다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새내기 생활을 보내지 못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으러 들어간 동아리는 결국 번번이 나오게 되고, 과 학생회에 들어갔지만, 과에 그렇다 할 만한 도움을 주거나 선배나 동기들과 끈끈한 사이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술을 매일 마시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논 것도 아니었고, 전공 공부에 빠져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갔고, 벌써 나는 1학년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시작할 때 즈음, 새터 기획단을 했던 선배가 학생회 단톡방에 다음 2017년도 새터 기획단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올렸고, 나는 그 공지를 보고 활동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하다 선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학교와 집이 가깝지 않았기에 3달의 겨울 방학을 학교에 반납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새터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 새내기 생활을 이도 저도 아니게 보낸 만큼 1학년의 끝자락은 무언가를 해내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터 기획단 활동은 다시 2016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고민 없이 지원할 후회 없는 활동이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새터 기획단은 국문과, 사학과, 철학과, 영문과, 중문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 콘텐츠학과 이렇게 7개의 문과대 내의 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각 과당 2~3명씩 자원해 다 같이 예비대학과 새터에서 할 프로그램, 대본, 숙소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다시 말해 신입생들의 첫 대학 생활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건국대학교 문과대 기획단은 기획단만의 특별한 명칭이 있다. 보통 ‘새터 기획단’을 줄여 ‘새기단’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우리는 ‘주체’라고 부른다. (역사적인 사건과 그에 대한 자부심도 들어간 단어라고 하더라)주체들은 지난 연도 새터의 프로그램들을 참고해 7개의 과 친구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그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한다. 예를 들어, 과 깃발 만들기 게임, 골든벨 게임이나 미션 수행 게임, 장기자랑, 고민 해결 프로그램 등 신입생들이 서로 친해질 기회가 최대한 많아지도록 한다. 기획뿐만 아니라 신입생들의 새터 참석 여부도 물어보고, 수강 신청과 시간표 짜기 등 전반적인 대학 생활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소해주는 일도 한다. 즉, 신입생들이 입학하며 처음 마주하게 되는 ‘선배’가 바로 주체들인 것이다. 

 처음 모임을 했을 때, 내가 이 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프로그램 중 우리 학교 문과대 새터에 빼놓을 수 없는 짝 춤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신입생들 전체가 같이 춤을 추는 프로그램인데, 음악도, 춤도, 또 그에 맞는 대본도 직접 짜야 했다.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느낀 건, 내가 콘텐츠를 기획하고 컨텐츠를 통해 타인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이었다. 1학년 내내 알지 못했던 나의 능력을 짧다면 짧을 겨울 방학 때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갓 대학 생활을 시작할 친구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내가 새내기였을 때를 생각하게 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주체 활동을 통해 나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1학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겨울 방학 내내 함께한 다른 주체 친구들과 ‘집단’이라는 공동체를 진정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3달 동안 힘든 시간을 함께 겪고 고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2박 3일로 정해져 있던 새터가 사회적으로나 안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하루 만에 끝내는 것으로 결정이 나버렸다. 우리가 2박 3일로 짰던 프로그램들은 없어지거나 수정해야 했고, 시간과 애정을 쏟은 만큼 그 힘든 시간을 모두 함께 겪어야 했다. 새터가 끝나고 왜 선배들이 눈물을 흘렸는지 직접 해보니 알겠더라. 무사히 끝마쳤다는 기쁨의 의미도 있지만, 우리가 그랬듯이 3달 동안 고생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추억의 의미도 담겨 있는 눈물이었다. 학교 호수가 꽁꽁 얼 만큼 추웠던 16년도 겨울의 문과대는, 17년도 주체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아직 독자들에게 ‘새터’에 대한 감흥이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터가 드라마나 웹툰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대학 생활을 곧 시작하게 될 새내기 인생에 있어 새터는 대학 생활의 첫 추억이자 첫 단추이다. 나의 처음 새터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 화려한 모습이 아니었지만, 나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 주기엔 충분했다. 새내기 생활을 아쉽게 보냈기 때문에 기획단 활동을 지원했고, 기획단 활동은 나의 2학년 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첫 시작이 기대했던 것과 매우 달라도, 그를 계기로 내가 원하는 방향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대학 생활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곧 다가올 독자들의 새내기 그리고 대학 생활에 대한 꿈과 기대가 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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