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수능이 끝나고 좀처럼 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논술 시험도 끝내고 대학발표를 앞둔 상태에서 그런 기분을 지우고 재충전을 하고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보던 참에 눈에 들어온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떤 에이즈 환자의 삶에 대해 보여주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소개하고 싶다.
영화는 로데오 경기를 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론 우드루프’는 로데오를 좋아하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전기기술자이다. 어느날 그는 갑자기 쓰러지게 되고 병원에서 에이즈 판정을 받는다. 심지어 30일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고 의사는 통보한다. 그는 처음에 이러한 사실을 믿지 못한다. 왜냐하면 영화의 배경인 1985년도에는 에이즈라는 병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동성애자들만 걸린다고 믿었던 그는 극단적인 호모포비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점점 안 좋아짐을 깨닫기 시작한 그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멕시코에서 새로운 에이즈 치료약을 발견한다. 하지만 FDA에서는 돈을 이유로 유효한 치료제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는 이 약의 확실한 효과를 깨닫고 환자들에게 직접 배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는 원래 일종의 마초 성향을 심하게 지닌 과격한 인물이다. 로데오 경기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자기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며 호모포비아로 동성애자들을 극도로 혐오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의 친구들 또한 모두 그렇다. 무엇보다 영화 초반을 보면서 일시적인 쾌락만을 쫓던 사람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갑작스레 에이즈에 걸리게 되면서 그에게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자신이 살고자 에이즈 치료제에 매달렸다. 하지만 병원에 들어가고 AZT로 인해 부작용을 얻는 많은 에이즈 환자들을 만나고 제약회사와 FTA의 만행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트랜스젠더인 ‘레이언’도 만나게 된다. 그가 가장 싫어하던 부류의 사람과 우정을 맺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그는 다른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새로운 치료약을 구해오기 시작하고 바이어스 클럽을 결성한다. 나는 그와 레이언의 관계가 매우 인상 깊었다. 타인에 대한 혐오를 그대로 표출하던 그는 같은 처지의 레이언과 지내며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약을 배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의 친구가 레이언을 조롱하자 주먹질을 하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인물이 너무 빠르게,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에게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그가 만나는 인물은 병원에 들어가 만난 의사 ‘이브 삭스’ 이다. 그녀는 돈과 명예만을 좆는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진정으로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윤리와 법 사이 갈등하는 인물이다. 론은 따뜻하게 다가와주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치료제 배포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함께 한다.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더욱 흥미로웠고 그들의 캐릭터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느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다. 특히 레이언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의 모습은 인물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아프고 그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의 주인공 론은 끊임없는 FDA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제를 나누려고 한다. 처음에는 돈을 받고 회원권을 주었던 그는 레이언의 죽음 이후 자신의 차를 팔아서 돈이 없어 약을 얻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치료제를 나누어 주었다. 그는 애초에 30일 밖에 살 수 없다고 진단을 받았지만 새로운 약을 통해 7년을 더 살았다. 그에게 주어진 7년은 그전까지 살던 시간보다 더 값진 날들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사실 다 끝난 기분이 들었었다. 어찌 보면 인생의 절반을 입시를 위해 달려왔고 그 입시가 끝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큰 아쉬움이 밀려왔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허무함을 느꼈다. 사실은 그 끝이 정말 끝난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소중하게 얻은 남은 생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그전에는 형성하지 못했던 관계들을 만들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론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나의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임을 느꼈다. 그리고 삶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치열한 미래를 스스로 그려보았다. 더불어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영화에서 비추어지는 환자들의 삶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달팠다. FDA와 제약회사와 같은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약자들을 괴롭히고 더 나은 삶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사회에서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소극적인 모습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 부당한 사회의 이면들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위해 나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동들을 찾아보았다.
영화라는 매체는 그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고 넓어 그만큼 다양한 생각들을 스스로 해볼 수 있다.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 혹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통해 단순히 영상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다시 생각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상 매체가 전해주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느끼는 감정이 더 극대화되기도 한다. 많은 학생들이 위에서 소개해준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삶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를 주제로 기획된 릴레이 칼럼입니다.
1.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 :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2.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본 글
3.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 : 월 플라워(Wall flower)>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