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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21. 2018

정시생의 수능 후
10일간 논술 준비하기

수능 후 논술을 보게 된 이유

  수능이 끝났다. 나는 정시생이었다. 수시 원서를 넣을 때 수능을 잘 치면 정시로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 후에 논술시험이 있는 4개의 대학교에 논술전형으로 원서를 넣어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가 내 수능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수능 날 집에 돌아와 수능 답안을 채점한 후 바로 KTX 기차표를 예매해서 금요일 새벽 6시 서울로 떠났다. 수능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그다음 주 일요일까지 총 10일 동안 노량진에서 고시원에 살면서 논술 공부를 하고 원서를 넣은 각 대학에 논술시험을 치러 다녔다. 금요일에 노량진에 도착한 후 바로 다음 날인 토요일부터 아침 8시에 논술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중간에 30분 정도 잠깐 점심과 저녁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학원에서 글을 쓰고 수업을 들었다. 수능이 끝났지만, 입시가 끝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시 채점표가 나와 성적이 확정된 후 수시 결과를 기다리고 정시 원서를 쓸 대학들을 알아볼 때에 비해서 의외로 많이 무겁지는 않은 10일간의 생활이었다.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논술이 끝난 후 결과까지 남은 시간 동안 드는 불안한 생각들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많은 입시생이 수능이 끝나고도 이어지는 면접, 논술, 실기, 원서 작성 등의 입시를 넘어야 한다.

 

노량진에서의 생활

 물론 부담스럽기도 했다. 수능 후 집중적으로 서울까지 올라와 논술을 배우는 것은 비용이 꽤 많이 들고 이렇게 하고도 안 되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해했다. 공부하다가 학원 앞에서 엄마와 전화하며 울기도 했고 다른 날에는 고시원 비상구 계단에서 남산타워를 보며 내가 넣은 대학들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러나 불안하고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논술을 다 치고 먼저 내려가는 친구를 배웅하며 노량진에서 생애 처음 먹어본 버거킹의 햄버거 맛은 아직도 기억난다. 학원이 일찍 마친 날에 친구들과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읽기도 했고 또 쉬는 시간에 빨리 뛰어나와 컵밥을 사 먹기도 했다. 지금도 페이스북 등 매체에 저렴하고 맛있는 노량진 맛집이 올라오면 가본 곳이 있어서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새벽마다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다녔던 논술학원 위층에서 내가 듣던 인터넷 강의의 강사가 강의하기도 했다. 수능이 끝난 후 논술을 준비했던 노량진에서의 10일은 불안했지만 많은 수험생이 나와 비슷한 시간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논술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

  논술전형만을 준비하여 논술 공부를 하는 입시생도 많지만 정시생 중 보험으로 수시 원서 중 논술전형을 쓴 입시생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정시생 중 보험으로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을 넣은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논술 수업을 들었지만 스스로 논술을 그렇게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선생님에게 딱히 칭찬을 받아본 기억도 없기에 수능이 끝나고 논술을 준비해야 했을 때 막막한 기분이 들었었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논술과 달리 수시 논술은 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라 내 생각을 펼쳐나가는 방식, 사용해야 하는 용어들이 꽤 많이 정해져 있다. 동시에 창의성도 요구된다. 이러한 것을 수업을 통해 배웠지만, 목표하는 학교마다 선호하는 논술시험의 방식이 다르기에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 문제만 제시하고 이에 대해 길게 서술하게 해서 평가하는 학교도 있으며 여러 문제를 내고 답변의 길이는 조금 짧게 요구하여 평가하는 대학교 또한 있다. 또 다른 힘들었던 점은 수능이나 수시와는 달리 결과 발표가 나기 전까지 내가 잘 썼는지, 못 썼는지 판단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지표가 없다. 객관적인 채점 기준이 물론 있겠지만, 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생이라 논술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었기에 논술을 배우고 쓰고 나온 후에도 스스로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점들이 내가 논술을 준비할 때 겪은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

  

수능에 쏟았던 시간

 나는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붙었고 그 대학에 현재 다니고 있다. 내가 수능을 망치고 10일간 논술을 준비하고 응시하고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왜 내가 고등학교에서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능과 모의고사에 그렇게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회의감을 느껴서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 달에 한 번 정도 들었던 논술 대비 수업과 수능 후 10일간의 노력으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수능과 논술을 거치고 또 그 이후의 시간을 보내며 알게 된 건 이러한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대학에 추가합격을 했는데 내가 입학한 후 논술전형을 뽑을 때 처음에는 논술 실력을 보고 그 후에는 수능성적도 조금은 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내가 다니는 학교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구도 이를 확언해준 적은 없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수능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논술에서 절박함이 부족했다면, 현재와는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수능을 공부한 시간이 아무 의미 없지 않았으며 내가 공부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그 결과로 대학에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능 후 논술을 치는 정시생들에게는 아직 논술시험, 원서접수 등이 남았다. 수능이 끝난 후 논술을 준비하는 것이 다른 친구들은 수능이 끝난 후 입시가 거의 끝났거나 혹은 수능 전에 입시가 끝난 상황이라 불안하고 마음잡기 힘들 수도 있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불안한 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때까지 해왔던 노력과 시간이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열심히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될 것이다. 오죽했으면 수능 6교시가 운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운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온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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