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수능이 끝나고, 수능 가채점이 끝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어떻게 가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런데 대학을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큼 많은 고민이 n수에 대한 고민입니다. 한 번 더 도전해봐도 될까, 한 번 더 도전했는데도 안됐는데 또 도전해도 될까, 정말 힘든 고민입니다. 대학생으로 3년 동안 살면서 주변에 n수한 친구들도 많이 보고, n수를 했던 선배들도 많이 보면서 들었던 n수에 대한 생각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도 재수를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수학 점수가 고등학교 1학년 때 40점이었고, 여러 학원에서 저 보고 이 정도 수학 점수로는 4년제 대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내내 수학 점수를 올리기 위한 사투를 벌였고, 고3 올라가기 전에 모의고사 100점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른 과목에 소홀해졌고, 고3 내내 공부를 했지만 꾸준히 해오던 친구들을 따라잡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고3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고, 재수를 하면 이것보다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재수를 결정했고, 재수 동안 수학은 유지하면서 다른 과목도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재수 결과, 끌어올린 점수대로 결과가 나왔고, 생각지도 못한 사회탐구 과목에서 미끄러져서 원하던 점수가 나오진 않았지만 다시 도전해도 재수만큼 잘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그대로 만족했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원하는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케이스입니다. 이전에 공부를 너무 안 했었기 때문에 고3까지의 시간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재수 때도 사람들의 두 배로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자신이 이런 경우와 같다면 n수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1년 혹은 2년 안에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말입니다.
또한 저는 공부 방법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고3 마지막 10월쯤에 제가 수학 외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던 방식이 수능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가 확신이 섰습니다. 그래서 10월부터 그 공부방법으로 공부를 했으나 수능에서 그 방법이 실력으로서 발휘되기에는 공부시간이 너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수로 다시 시작하면 그 방법으로 1년 동안 공부해서 수능을 잘 볼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방법, 혹은 자신의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뀐 것이 확실하고, 이대로 n수를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n수를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다른 경우는 n수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모의고사도 꾸준히 잘 보고 공부도 잘하던 친구가 수능에서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n수를 많이 하게 되는데, 저는 감히 이런 경우도 n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시험 전에 잘했다고 해도 시험에서 못 봤다면 그건 그것 그대로 실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일뿐, 실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모의고사를 계속 못 보다가 그걸 도움닫기 삼아 수능 때 잘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모의고사를 계속 잘 보다가 수능 때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결국은 수능이 실력입니다. 이건 주변에 n수를 한 많은 친구들을 보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수능에서 한번 미끄러진 친구들이 다시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원하는 대학을 못 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대학에 와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소위 말해 명문대라는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요즘에는 취업이 안돼서 고시공부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갖는 일련의 엘리트의 길을 걸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결국에는 대학에 와서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목표를 갖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에 매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많습니다. 그 가치가 무엇인지는 자신이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을 n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아닌 이제 수능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본다면,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현재 사회,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는 더더욱 대학이 전처럼 중요하지는 않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몇 년 후면 수험생 수도 줄어들 것이고 예전처럼 대학 문이 좁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실력과 능력이 된다면, 그리고 엄청난 노력과 금전적인 투자 없이도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다면 명문대를 자신의 기반으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입니다. 그것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는 것이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명문대에 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그렇게 남들이 다 같이 똑같이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간 경우가 더 성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문대로 진학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일찍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도 많고, 반대로 명문대만이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매달려 n수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입니다. n수를 해서 남들이 인정해주는 대학을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공부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입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