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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21. 2017

나는 장례식 때 청바지를 입을 거야

"사실 삼베로 만든 수의가 '일본식'이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데 ‘수의’ 얘기가 나오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실 삼베로 만든 수의가 '일본식'이래.


충격적이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일반 다큐멘터리에서도 죽을 때 삼베 옷을 입힌다고 보고 들어서 당연히 전통 한국식인 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오뎅’이 아니라 ‘어묵’이고, ‘사라다’가 아니라 ‘샐러드’가 맞는 표현이라는 건 배워서 안다. 기본적인 단어들이라고 꼭 올바르게 사용하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죽음은? 죽음 또한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상황이며 가장 중요한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사실을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사실 많은 사람이 잘 모른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사실이기도 해서 더 그럴 것이다. 나는 꼭 이 사실에 대해 모르는 학생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우리가 지금은 각자 자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전통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한국의 전통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23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께서 별세하신 날이다. 


매번 이렇게 한 분씩 하늘나라로 가실 때마다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제강점기, 아름다운 소녀가 겪었을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일본식 수의’에 대해 알고 나서 다시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장례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식 수의’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수단 중 하나였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삼베 수의에 대해 좀 더 말하자면,
 ‘죄인의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삼베는 신라 시대 때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가누지 못하고 당시 서민들이 즐겨 입는 삼베옷을 입은 데서 유래했다. 이때부터 죄를 짓거나 상을 당했을 때 삼베옷을 입는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삼베옷이 오늘날의 ‘수의’가 된 것은 앞서 말했듯이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이다. 당시 문화통치’ 시기였는데, 이 시기를 쉽게 말하면 신체적 폭력+문화적 폭력+정신적 폭력, 3콤보 썩은 고구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삼베 수의가 등장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첫 번째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낮추기 위한 일제의 계획이다. 조선총독부는 삼베 수의 이전에도 대한민국 황제와 신하들을 낮춰 부르거나 우리나라 마을 이름에 일본 하층민 거주지를 뜻하는 ‘부락’을 붙여 낮춰 부르게 했다. 이후 장례식에서도 죄인이 입던 삼베 수의를 고인이 입게 함으로써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우리 민족의 저항 의지를 꺾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견이 있다. 


두 번째는 ‘입을 옷이 없어져서’. 일제 강점기 때 놋그릇, 숟가락, 쌀 등 일본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그중에는 옷도 있었을 것이다. 억압받던 시기, 돈 벌 직장도 변변치 않아 재산은 점점 줄어들고, 일제의 수탈로 입을 옷은 없어지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삼베 수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적인 장례 예법은 무엇일까? 


전통 장례 옷은 ‘생전에 입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이라고 한다. 현대로 치면 경찰은 경찰 복장을, 승무원은 승무원 복장을 하는 것과 같다. 비단옷이나 명주, 무명이 전통 옷의 주재료였다고 한다. 삼베는 빳빳하고 아무 무늬가 없는 반면에 비단은 부드럽고 화려했다. (일부 돈이 없는 백성들은 삼베옷을 수의로 썼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시간 동안 제일 좋은 옷, 제일 좋아했던 옷을 입고 가는 것이 훨씬 멋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만약 자기 죽음을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 수의를 입고 잠든 나를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평소 입던 옷을 입고 잠든 나를 생각하겠는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 곁에는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 무조건 다른 나라의 것은 버리고 우리의 전통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을 지킴으로서 더욱 올바른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 본다. 문과나 이과의 차이란 없다.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이런 사소한 것들로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좋고 원하는 꿈을 이룬 후 내가 입고 있을 옷도 좋다. 마지막으로 만약 죽게 된다면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우리가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꽃이나 조화는 일본 황실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유족들은 팔에 완장과 가슴에 리본을 다는데 이것또한 일제 강점 시대 조선총독부가 강제로 시행하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한국의 전통 장례는 화려한 종이꽃을 상여에 장식하는 데 썼다고 한다. 일본식 조화 말고 병풍을 세우는 게 전통이었다고 한다. 


사실 삼베의 원료는 대마의 줄기다. 따라서 76년 대마 관리법이 시행된 뒤에 대마가 줄어들게 되고 더불어 삼베가 줄어들어 가격이 급상승했다. 사실 그 재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희소성이 높아져 값이 점점 오르고 있으며, 높은 가격 때문에 ‘고급’이라고 불리고 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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