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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Sep 21. 2017

모든 패배자에게 쓰는 편지

이제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보통 12년에 시간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한글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입시’라는 분야의 경력이 10년이 넘은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2년 전에 같은 처지에 있었다. 하지만 20살 나는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달려온 마라톤에서 낙오하고 말았다.


보통의 고3이 그렇듯 나는 공부에 열중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공까진 몰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입시가 끝나는 겨울, 바닥에 쌓인 눈이 녹아버리듯 나의 꿈은 사라졌다. 당시 나는 패배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경기권에 있는 그저 그런 대학에 갔다. 사실 나는 그 대학이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입시라는 경쟁을 할 용기는 없었다. 당연히 학교에 애정도 소속감도 없었고 빨리 졸업해서 졸업장이나 따자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다.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학점은 과에서 꼴찌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렇다고 미래를 위한 다른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우울감을 잊기 위한 유흥에 집중했고 흔히 말하는 ‘혼모노’가 되어갔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에 나는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난 안될 놈’이라며 기존 실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고 도전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저혈압으로 쓰러졌을 때 혼자 병원에서 했던 꿈이 기억난 것이다. 당시 나는 병원에서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고 생각하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남에게 힘을 주는 말이나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무기력한 생활을 한다면 이 꿈을 이룰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잊고 지냈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이 나를 앞으로 다시 나아갈 힘을 주었다.


내가 패배라는 우물에 빠졌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전과 다르게 난 가만히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물 구석구석을 누비며 살피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차근히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우선 설득력을 가진 글을 쓰기 위해 정신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부했다.  당연히 교수님들은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 매일 저녁 다음날 할 일을 정리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는 것이라 지나친 열정으로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점차 적절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나는 통학을 하고 있다. 매일 1호선을 타고 각각 1시간 30분에 달하는 등하교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이 시간을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학교 공부를 하는 시간을 만들기도 힘들었고 자연히 어학이나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단어장을 만들어 들고 다녔다. 또 사람이 많아서 단어장을 보기 힘들 때는 미리 저장한 MP3 파일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해 필기했고 쉬는 시간을 통해 배운 내용을 복습하며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내 대학진학에 걸림돌이 되었던 어학을 일정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또 학교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교내 백일장, 공모전 등 관심 있는 분야의 활동에 참여했다. 성적을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었고 교과 이외의 활동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가장 중요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너무 높아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우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실패와 이를 극복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 인생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 또한 온전히 자기의 것이다.


사실 실패를 하고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모님이 실망하시겠지?” “남이 내 학교를 비웃지 않을까?” 등 남의 시선이 나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타인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실패 경험이 슬픈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슬픔은 실패 자체에만 있어야 한다.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 실패를 대신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왜 내가 내 실패에 대해서 남에 눈치를 봐야 하는가? 내가 노력한 것이고 실패에 가장 슬픈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위로하자.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을지 몰라도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외부의 것이 나를 무너뜨리도록 놔두지 않길 바란다.




실수를 범했을 때 오래 뒤돌아보지 말라.
실수의 원인을 마음에 잘 새기고 앞을 내다보라.

실수는 지혜의 가르침이다.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미래는 아직 당신 손에 달려 있다.

- 휴 화이트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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