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수능 수학을 대하는 자세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수학을 그렇게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아직도 내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온 부끄러운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 받은 내 수학 점수는 51점이었다. 그때를 돌이켜보자면 수학 공부와 관련해서 많이 헤맸던 것 같다.
기존의 내신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시험을 처음 맞닥뜨리면서 많이 당황했고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회피할 뿐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나는 수학을 반드시 잡겠다고 결심했다. 서점에 달려가 당시에 가장 인기 있었던 기본서를 샀다. 남들이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예습하고 있을 때 나는 다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파고들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탄탄히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수학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방학 동안 보충수업을 나가지 않았다.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그 수학 기본서만 공부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자기 전까지 수학 하나만 미친 듯이 팠다.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문제 하나하나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해답과 어디서부터 차이가 나타났는지 꼼꼼히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개월,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겨울 방학을 보내고 치른 고등학교 2학년 3월 모의고사에서 나는 수학 1등급을 받았다. 3월에 받은 내 인생 첫 1등급이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만의 수학 공부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겨울방학 동안 성적을 올린 과정을 떠올리면서 어떤 점이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분석하는 2학년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공부법은 어느 정도 체계성을 잡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내 인생 마지막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내가 수학을 공부하면서 익힌 공부법 중 후배들이 정말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싶은 몇 가지를 이번 칼럼을 통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기본에 충실하자
어려운 수능일수록 기초가 탄탄한 최상위권들이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쉬운 수능의 경우, 기존 기출문제 유형 파악, EBS 문제 풀잇법 학습만으로도 1등급을 쟁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어려운 수능의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모의평가와 같은 등급을 받기 힘들 것이다. 쉬운 수능이 나올 것이라고 섣불리 예상했다가 수능 날 무너지는 학생들이 참 많다. 수능은 무조건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강사 중에는 속된 말로, ‘꼼수’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로를 주고 최단거리 경우의 수를 세는 문제에서 파스칼의 삼각형을 이용한 풀잇법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원리가 아닌 ‘다른’ 풀잇법으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특정 유형, 특정 문제에서만 효과가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작년 2017 수능에서는 이 풀잇법 대신 중복 순열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풀잇법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등장했다. ‘꼼수’ 로 공부한 학생들은 해당 문제를 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복 순열의 원리를 정확하게 아는 학생들만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꼼수’ 풀잇법으로 편하게 공부할 생각하지 마라. 평가원은 언제든지 문제를 꼬아 낼 수 있고, 당신이 편하게 공부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철저하게 교육과정, 개념원리에 기반을 둔 풀이를 중시하고, 투박하게 공부한 사람만이 어떤 문제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강사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그리고 쉬워 보이는 풀잇법에 현혹되지 말라.
기출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나는 처음 기출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출문제를 가장 처음 공부할 때는 단원별로 구성된 문제집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해당 단원 개념을 공부한 후 그것을 실전에 적용해보는 가장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번 볼 때 총 2번 푼다. 첫 번째로 본인이 수능장에서 해당 문제를 처음 맞닥뜨렸다는 심정으로 접근한다. 문제당 5분~10분 정도 투자해서 풀 수 있는지 점검한다. 맞힌다면 정말 좋겠지만, 고난도 4 점 짜리 문제는 아마 대부분 틀릴 것이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금 맞고 틀리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문제를 풀고 나서, 내가 푼 풀이를 찬찬히 살펴본다. 내가 배운 수많은 개념 중 어떤 개념을 적용하였으며, 답을 도출해내기까지의 논리적 구조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틀렸을 경우 왜 오답을 냈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까지 해설은 절대 보지 않는다. 문제를 맞혔는지, 틀렸는지에 대해서만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일차적인 분석을 끝냈으면, 그때야 비로소 해설을 본다. 해설은 해당 기출문제집 해설을 참조해도 좋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EBS 기출문제 해설 강의를 참조하거나, 학교 선생님께 질문하면 된다. 내가 분석해낸 논리 구조, 관련 개념이 해설과 일치하는지 비교한다. 본인은 이러한 비교 과정을 통해 [해당 문제 풀이에 사용되는 핵심 개념]을 캐치했다. 이 ‘핵심 개념’이란 순수하게 문제 풀이에 사용되는 수학 공식이기보다는 답을 도출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2017학년도 수능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해당 문제에서 ‘핵심 개념’은 중복 순열을 계산하는 공식이 아니라, 최단경로의 가짓수를 세는 것은 중복 순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이 문제의 핵심은 ‘최단 경로 가짓수=중복 순열’이다. 필자는 수험생활 동안 이러한 핵심을 한 문제당 한 줄 내지는 두 줄로 요약하여 문제 밑에 간단히 메모하였다. 한 문제, 한 문제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일은 매우 고통스럽다. 시간을 많이 소모하며, 다른 친구들에 비해 문제를 많이 못 푼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까지 할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고 뚝심 있게 한 문제, 한 문제 분석해낸다면, 문제를 보는 통찰력이 길러질 것이다.
기출문제는 몇 회독을 해야 하는가?
정답은 없다. 수험생마다 수학에 할애하는 학습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이 볼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이번 수험생활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수학 기출을 공부했다. 10월까지 총 10회 독을 한 셈이다. 10회 독을 할 정도면 문제 해법이 다 생각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매번 볼 때마다 새로웠다. 항상 내가 모르는 단 1%를 위해 다시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부족한 개념을 다시 채워 넣는 소중한 시간이며, 문제 풀이의 영감을 주는 시간이다. 지겨워하지 말자.
EBS 연계 교재 활용법
EBS 교재를 풀다 보면 정말 쉽게 풀리는 문제가 있고, 또 어떤 문제는 지독하게 복잡한 문제도 있다. 아무래도 평가원에서 내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진다. 수능 수학에서 EBS 연계 체감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차라리 공부했던 개념을 적용해보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본인이 조금 헤맨 문제라면 앞서 언급한 기출문제 분석을 그대로 적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나는 수험생활 동안 EBS를 수능특강 4회 독, 수능완성 2회 독 하였다. 이것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후회한다. 지나치게 EBS에 학습시간을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EBS 교재는 2회 독+내신 시험 대비 겸 공부로 끝내고, 기출문제 공부에 더 투자하길 바란다.
나는 수험생활 동안 기본서, 기출문제집, EBS 연계 교재만으로 공부했다. 사설 모의고사는 일절 풀지 않았고, 평가원 문제를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그 덕분에 내가 수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국 30만 명이 넘는 인원 중에서 450명 안에 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뚝심’이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공부방법이 맞는지, 확실히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끝까지 소신 있게 뚝심을 갖고 공부할 때 성적은 반드시 오르기 마련이다.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 여러분도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길 바란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