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매년 60만여 명의 사람들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다. 넓은 세상,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이 60만여 명은 각자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처음 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n번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 중 어느 누군가는 꿈을 안고 특정 학과를 진학하기 위해서, 어느 누군가는 취직을 위해서, 어느 누군가는 대학이란 곳을 한번 가보고 싶어서, 또 어느 누군가는 남들 가는 대학 똑같이 따라서 가려고 등등 다양한 이유로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대학을 진학할 것이다.
나는 입시에 있어서 실패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의 고향에는 중학교가 단 2개 있다. 우리 친가뿐 아니라 사촌들도 같은 지역에 살았다. 아버지도, 친형도, 작은아버지도, 사촌 형도 모두 A 중학교를 나오셨다. 나도 그들을 따라서 A 중학교에 지원했지만, B 중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50% 이상의 확률이지만 그 경쟁에서 떨어졌다. 이때부터 실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중학생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중3이 되었을 때, 특목고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1차 시험에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그렇게 지역고등학교를 진학하였다.
재수도 했다. 첫 수능을 본 2014년 11월 13일 목요일, 그 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을까? 점심으로 싸주신 불고기가 너무 맛있어서였을까? 창가 옆자리라 눈으로, 시험지 위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그랬을까? 평소 보던 모의고사 성적과는 너무 다른 성적이 나왔다.
그때 나라는 사람은 정말 많이 무너졌었다. 고작 19년 살면서 3번의 입시가 있었는데 그 3번 모두 실패했다. 뭘 해도 나는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첫 수능 이후로 나는 집 밖으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았다. 방구석에서 컴퓨터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밥시간 때면 나와서 밥을 먹고, 바로 방에 들어갔다.
그렇게 긴 겨울방학이 끝나 갈 때쯤, 2월 초 서울로 상경해 자취하면서 종합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재수를 시작했다. 정말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나를 혹사했다. 각종 SNS, 카카오톡 등 모든 것을 정리했다. 평일과 주말 구별 안 하고,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죽어라. 공부만 죽어라 공부만 했다. 오로지 수능만을 준비했다. 그렇게 9개월간의 공부가 끝나고, 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편안하게 고사장을 나왔다. 평소보다 높은 성적이 나와서 취업이 잘된다는 어떤 과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3번의 실패가 진짜 실패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B 중학교를 갔기 때문에,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좋은 은사님들을 만들 수 있었다. 지역고등학교를 갔기 때문에, 매일 만날 수 있고, 모든 걸 알 수 있고, 주말이면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재수를 했기 때문에, 팍팍했던 재수 생활에서 함께 또 즐겁 게 공부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형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한 번 더 최선을 다해서 수능을 준비해서 대학에 왔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의 좋은 학과와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만들어준 3번의 실패에 감사하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들을 꼭 전해주고 싶다.
먼저 당신은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평소보다 긴장해서 아주 짧은 하루가 될 겁니다. 늘 하던 대로, 일상처럼, 평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보고 오시면 됩니다.
인생은 임무 목표에 실패했다고 끝나버리는 게임과 다릅니다. 대학입시에서 실패했다고 자신을 갉아먹는 나쁜 생각을 하지 마세요. 자신의 인생의 점수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이 직접 매기는 겁니다. 목표했던 것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목표를 달성해야만 성공하고, 별 3개를 준다거나 S등급의 점수를 매겨주지 않습니다.
아쉬움은 남을 수 있어도 후회는 하지 마세요. 3번의 실패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문제를 그렇게 풀지 말 걸, 더하기를 왜 곱하기로 봤지? 저도 3번의 실패는 있었지만, 결과가 어떻든 열심히,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서 했습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19년의 입시 인생에 대해서는 성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도 행복해야 합니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마세요. 친구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고 주말에는 쉬기도 하고, 멀리 놀러 가기도 하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세요. 저는 재수를 하면서, 저에 대해 가혹하게 해야 한다고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벌이라 생각해서, 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후회되는 날입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러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됩니다. 친구들과의 지금의 즐거운 시간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애드캠퍼스 칼럼 멘토단 2기 김감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처오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 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