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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01. 2017

체크남방과 안경 버무림 그리고 취업 깡패에 대하여

공대생과 체크남방

I'll be back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온 명대사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은 자신들에게 인식하고 인간을 몰살시킨다. 이때 구형 로봇인 터미네이터는 핵전쟁을 막기 위한 열쇠가 되는 사라 코너를 지킨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 되려 인간을 위협한다는 내용은 당시 나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 나에겐 일개 액션 영화일 뿐이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세상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사람. 바둑기사 이세돌이 사석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16년 3월 9일.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가 펼쳐졌다.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모습 이전 세계에 방송되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위협적인 존재인지, 이로운 존재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린 시절 터미네이터를 보며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로 치부했던 광경 이내 눈앞에 현실에 비추어지는 순간이었다.


2020년을 기점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학자들은 전망한다.


다가올 시대를 대비하여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한 대통령 후보자가 이를 위한 교육개혁의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의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현재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강좌를 개설해서 짭짤한 수입을 벌고 있다. 가깝게는 인문계 고교 재학 중인 내 사촌 동생도 현재 정기적으로 나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이공계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더욱 명확하다. 공과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 시간에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이 갖고 계신 호기심을 공대생의 입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다음은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아주 흥미로운 질문들이다. 



1. 고장 난 전자제품은 공대생에게 가져가면 되는가.
2. 공대 아름이 누나의 존재
3. 왜 공대생들은 안경을 얼굴에 버무리는가.
4. 공대 = 취업 깡패?
5. 앞으로의 공대의 전망과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



 이 상당히 재미있는 질문들은 주로 틀에 박힌 ‘공대’라는 이미지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공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이 난무한다. 이 시간을 통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길 바란다. 또한, 공대에 다니고 있는 선배의 앞선 경험을 통 해공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안경 버무린 체크남방이 실화일까? 공대는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





 사례 1) 친구가 컴퓨터가 켜지지 않는다고 저를 불러 고쳐달라는데 고쳐주지 못했습니다…. 공대생으로서의 본분을 못한 건가요?

- K대 소프트웨어학과 1학년 조○○


캠퍼스 생활을 하면 공대 중에서도 특히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한 번쯤 겪어 볼일이다.

‘컴퓨터공학과’, 이름만 들어서는 컴퓨터에 대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전문 도라에몽 같지만 현실은 짱구에 가깝다.


우리가 배우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컴퓨터 언어를 이용하여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능력’이다. 우리는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 부품 조립과 같은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부분은 잘 모른다. 심지어 배운 것도 긴가민가하다. 고로 컴퓨터 수리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로 하자.



 사례 2) 형! 공대 아름이 누나가 그렇게 예쁘다던데 실화예요?

- C고교 이공계 3학년 하○○


먼저 ‘아름이’라는 말의 유래를 알아보자.

이 말은 2008년 무렵 당시 무명이었던 모델 이광수를 주연으로 한 통신사 광고로 탄생했다. ‘남녀 성비가 심히 불균형을 이루는 공대에서 남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여학우’의 의미로 탄생했지만, 현재는 공대에 다니는 여학우를 통틀어 아름이라 칭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대생의 현실적인 답변은 이렇다.

보통 남학생들이 아름이 누나라고 하면 기계공학과 출신인 걸스데이 소진 같은 누나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처럼 미모가 출중한 아름이 누나도 있고, 마음이 예쁜 아름이 누나, 말투가 예쁜 아름이 누나들도 있다. 소진 같은 누나는 흔치 않다. 내 가치관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예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 '아름이 누나는 예쁘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사례 3) 내가 얼마 전에 공대생을 소개받았는데…. 체크남방까진 괜찮았어. 그래 뭐 입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안경을 쓴 게 아니라 꼭 얼굴에 버무렸더라.

- E 여대 졸업생 선배 김○○


저런…. 통한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안타까운 일이다. 공대생으로서 코끝이 찡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저분에겐 공대생의 이미지가 틀어박혔겠지 싶다. 체크남방을 이해해주는 아량을 베풂에도 불구하고 얼굴과 버무린 안경은 감당할 수 없었나 보다. 공대생은 기본적으로 체크남방을 한 벌씩 갖고 있기라도 한 걸까. 안경을 김장 버무리듯이 잘 버무리는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옷을 입을 때 체크남방의 효율성이 높다. 많은 과제양에 치이는 공대생들은 머릿속에 '이렇게 입으면 예쁘겠다.'라는 생각보다 '이렇게 설계하면 돌아가겠다.'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패션에 신경 쓸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뭐 입을지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최대한 편한 옷, 활용도가 높은 옷을 찾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또한 이런 일도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H대기계 공학과 출신 강동원 그리고 하석진. B대 기계공학과 출신 임시완 등 공대에는 연예인 급의 꽃 미남과 더불어 긁지 않은 복권들이 많다. 또한 패션 열풍이 부는 요즘, 우리 공대생들도 패션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 매체를 보면 흔히 옷 잘 입는 사람들이라고 칭함을 받는 사람 중에서도 공대생들이 존재한다. 우리 주변에 공대생들이 때때로 좀 꾸미고 왔다 싶으면 꼭 칭찬을 해주도록 하자.

칭찬은 공대생도 춤추게 한다.



 사례 4) 납땜해요? 고된 일 하는 거예요?

- J 교회 고등부 2학년 김○○


전혀 아니다. 공대에서 납땜을 배울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주로 '빵판'이라고 불리는 브레드보드를 이용하여 회로를 구성하거나 각종 물리실험장치를 사용한다. 또한, 내가 속해있는 전자공학과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다루어 주로 설계하는 문제를 다룬다. 육체보단 정신적으로 고될 수는 있다.



 사례 5) '공대 = 취업 깡패'라는 공식이 학교에서 떠도는데 어느 정도예요?


먼저 공대가 왜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공과대학은 한 분야로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또한 학과 수업이 주로 수학과 물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인문계열의 학과들에 비해 복수전공을 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고로 타 학과에 비해 기업에서 필요한 수요보 다전 공자들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 전공자들의 취업률이 높은 현상이 일어난다. 참고로 내가 속해있는 학과의 취업률은 65%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타과 대학들과 비교한 상대적인 기준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변화의 속도가 급격한 곡선을 보이는 요즘엔 문과적 감성을 지닌 융합적 인공대 인재를 기업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시점이다.

 다시 말해 한 우물만 파는 사람보단 여러 우물을 파서 창의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전공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전공을 선택하여 대학 생활을 주도적으로 설계해나가는 것이 좋겠다.



 베일에 감춰져 있는 공대에 대한 학생들의 많은 궁금증을 살펴보았다. 공대에 대해 이해가 조금은 갔을 거라 믿는다. 또 얼마 전의 일이다. 내가 공대 안에서도 전자공학과에 다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교회 제자가 찾아와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 전공에서는 뭘 배워요? 마음에 들어요?

이 친구는 고교 입학 후부터 진로에 대해서 남다른 고민을 했던 친구다. 원서를 쓰면서 학과에 대한 고민으로 나를 찾아왔구나 싶었다.


나의 고교 시절을 돌아보면 꿈도 없이 막연하게 항공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학생이었다. 수시 원서를 쓸 때도 막연한 생각을 갖고 공과대학으로의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 입학 후 학기 중에는 수험생 시절보다 많은 공부량을 보며 '내가 생각했던 대학 생활은 이게 아니야!'라며 시험을 포기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과 공대로서의 장점을 깨달은 후로 나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대의 장점은 단지 취업이라는 문턱에서의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뿐만 아니라 공학 계열에서 사용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다양하다. 이 점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이점이었다. 내가 전문성 있게 배운 전공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공과대학. 이름만 들어도 어려워 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거나 몰랐던 부분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공대에서의 전문성을 갖고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킨다면 오직 나에게서 만나 올 수 있는 독창적인 것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당신은 소셜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웹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즉 이용자가 아니라 관리자가 될 수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로 평가되는 다니엘 핑크는 본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말한다.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면서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우뇌형 인재들이 부상할 것이다.

당신은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 갈 창의적인 인재다. 젊고 유능한 청년이다. 당신에게는 아직 못다 피운 잠재력이라는 꽃이 있다. 당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공학 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맞이하게 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 주길 바란다.


-애드캠퍼스 칼럼 멘토단 2기 고재형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처오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 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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