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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ep1. 진하게 주세요. 연하게주세요. 그냥드세요.

내 돈 내 산 커피 한 잔을 완벽히 먹는 방법

거창하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 매우 밀접하고 그에 따라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를 적어본다. 사실 진짜 속내는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합리적인 소비와 더불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 스스로도 커피업계의 노동자로 10년 이상 일했지만, 그저 고객이라 또 바쁜 시간을 할애하여 오는 손님이라 다 말할 수 없는 내용으로 망설이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두의 농도는 원두의 양에 기준한다. 그리고 샷의 개수는 그 다음 차례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요청받는 부분 중에 하나가 이 '농도'에 대한 이야기다. 간결하게는 "진하게 주시겠어요?" "연하게 주시겠어요?"부터 자신이 커피에 관해 조금 알고 있다를 말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은 "샷이 몇 개 들어가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물론 그 질문 또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 의미를 모른척하고 진한 것을 요청하면 샷을 추가하거나 물을 적게 넣는 방향으로 연한 것을 요청하면 샷을 적게 넣는 등으로 답을 했다. 매일 오는 손님이 아니고서야 각 개인의 입맛의 차이는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대중 잡아 보편적인 선택을 할 뿐이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과 추출 시간 등의 기준은 사실 브랜드마다 상이하다. 물론 시대에 흐름에 따라 더 좋은 맛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추세는 변화되고 규모가 있는 브랜드일수록 그 추세를 따라가기 마련이라 비슷한 노선을 찾아가지만 이제는 그 중간정도를 찾은 느낌이다. 


원두의 농도를 정하는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원두의 양, 볶음 정도, 원산지, 품종 다양한 비교군이 있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기에는 무겁고 적절치 않다. 저렴하게는 천원 정도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그렇게까지 골 아프게 생각하면서 마실 고객이 있겠나. 그래서 매장 안에서 조절이 가능한 '원두의 양'을 기준으로 농도를 가늠해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고객이 점원에게 물을 수 있는 농도에 대한 가장 적당한 질문은 "원두가 몇 그람 들어가나요?"이다.


위의 예시처럼 같은 2샷을 제공해도 원두의 양의 다르다면 농도는 2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원두의 양이 애초에 많은 가게라면 연하게 요청해도 고객이 원하는 정도일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커피에 민감도가 높다면 샷의 개수보다는 원두의 양에 초점을 두면 좋을 것 같다. 



사실은 그냥 드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


대개 이런 요청을 하시는 손님들은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부분을 잘 요청하지 않는다. 앞 서 말했지만 커피 한 잔은 수 만 가지 경우의 수가 최적화 된 결과물이다. 여러 요인을 분석하면서 머리 아프게 마셔야 하는 음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커피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조언이다. 적어도 커피가 가치가 없어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음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핸드폰을 백만 원가량의 돈을 주고 구입하지만 정작 자신은 백만 원으로 그걸 만들 수 없듯이 커피도 그렇다. 한잔에 몇 천 원 정도를 주면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사실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그 매장에서 정해둔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가장 최적화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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