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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ep3. 풍부한 산미는 좋은 커피의
기본 소양이다

좋은 산미는 커피에서 추구해야 하는 가장 좋은 성분이다.

요새는 프랜차이즈에서도 두 가지, 세 가지까지 원두선택을 제공한다. 표현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화사함이 느껴지는 산미 중심의 원두와 고소한 바디감이 좋은 원두, 세 가지라면 디카페인까지의 구성이 주가 된다. 판매지수로 보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데 산미가 좋은 커피는 10잔 중 2~3잔 만이 판매되는 추세이다. 왜 유독 산미를 내세우는 커피들은 판매가 저조하게 될까?  



산미와 신맛은 교차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산미는 신맛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를 혼용해서 그렇다. 산미는 과일의 향을 품은 신맛을 이야기한다면 신맛은 발효가 잘못된 음식이나 톡 쏘는 불쾌한 신맛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렌지가 주는 신맛과 자몽의 신맛, 그리고 레몬의 신맛은 각각 다르다. 오렌지는 신맛이 있지만 단 맛과 함께 좋은 향을 머금고 있고 자몽은 쌉싸름하면서 단 맛, 레몬은 단 맛은 적고 정말이지 입에 물고 씹기 힘들 정도의 신 맛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커피도 사실 과일이라 커피 생두 각각 고유의 신맛들이 있고 원산지와 품종, 재배방식에 따라 다채로운 산미를 가진다. 불쾌한 신맛을 주는 커피라면 그것은 커피로스팅의 실패 거나 발효가 잘못되었거나 혹은 생두의 질이 떨어지는 다른 이유들이 있는 것이다. 



산미가 있다고 모두 비싸고 좋은 커피는 아니지만, 모든 비싸고 좋은 커피에는 산미가 있다.


스페셜티라고 분류되는 원두들은 대개 산미가 풍부하다. 그리고 그 산미를 발현하기 위해 배전도(원두를 볶는 세기)를 낮게 가져간다. 그래야 산미가 제대로 발현된다. 물론 강배전에서도 당연히 좋은 맛을 끌어낼 수 있다. 견과류나 초콜릿과 같은 제법 어두운 계열의 커피노트는 강배전에서 주로 발현된다. 그래서 생두별로 고유의 커피노트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커피를 선별하고 로스팅, 블렌딩하여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로스터, 바리스타의 일인 것이다. 
신맛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면 산미에서 과실향을 발견할 수 있다. 커피노트에 따라서는 체리, 딸기, 감귤, 레몬 등의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과일과 같은 맥락의 산미를 느낄 수 있는데 과일 그 자체의 맛과 동일한 맛의 세계가 아니라 향에 가깝다. 이 향은 '아로마키트'에 들어있는 수십 가지 향을 기준으로 하는데, 커피조향사들은 향을 익히고 기억하여 주관적인 세계에 객관을 부여한다.
 


고객이 쓰다면 쓰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다. 2012년 이브릭 챔피언인 김진구 바리스타님의 매장인 '커피나인'에 들어가면 가훈처럼 쓰여있는 문구이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니만큼 꼭 비싼 원두여야 만족을 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유명한 바리스타의 카페라고 해서 꼭 맛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래서 그의 매장에 방문하여 커피 자체로 만족은 각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철학과 신념은 배울만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그분은 나를 전혀 알지 못한다. 다만, 매장에서 100잔 이상 마신 고객들에게 명찰을 선물해 주고 매장에 액자를 만들어 진열하였었는데 그 안에 내 이름도 있다. 커피중독자 누구누구)
저 문구 때문인지 커피나인에서 마시는 커피는 유독 쓰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페셜티를 기반으로 널리 전하고자 하는 프로분들에게 같은 마음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어떤 유명 바리스타 분은 10프로도 수요가 없는 스페셜티를 널리 전하고 싶어서 90프로의 대중의 입맛에 맞춘 블렌딩을 따로 개발하셨다고도 한다. 주로 쓴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은 것이라고 본다.  나름 커피의 대중화와 고급화를 함께 가져가려 하는 고충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고객의 수준에 맞는 커피매장을 갖는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정치 명언처럼, 고객들은 그 수준에 맞는 커피 매장을 만나게 된다. 좋은 스페셜티를 소개하는 매장을 집 앞에서도 만나고 싶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커피를 애정하는 매장에 찾아가고 소비하고 감사하는 것이다. 항상 말하지만 고객으로서 여러 바이럴들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주관을 갖고 찾아다니는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는 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니 말이다. 좋은 커피 매장을 만드는 일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다. 




고객이 감별사들처럼 맛을 구분해내야 한다는 무게를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좋은 커피를 알아보고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는 말이다.
다음에는 산미 있는 커피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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