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un May 26. 2018

NYC. Glossier 쇼룸,경험의 강렬함

#모먼트_ Gloosier 쇼룸을 다녀왔다.

패션/뷰티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브랜드 글로시에 (Glossier). 

처음엔 미국의 핫한 코스매틱 브랜드로 알려졌고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도 팬들이 많이 생겼다.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2016년 뉴욕, 2018년엔 LA에 매장을 오픈했다. LA 매장은 오픈 그 자체로도 주목을 받았다. 작년에만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지난겨울, 뉴욕을 여행하면서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한 글로시에 쇼룸은 기대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뉴욕 소호에 위치한 매장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었다.  2층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많이 보이던 오프라인 매장이고, 1층은 막 론칭한 글로시에 향수만을 위한 쇼룸이었다. 


명품부터 핫한 브랜드의 매장이 있는 뉴욕 '소호'에 위치 하긴 했지만 사람이 많이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비슷비슷한 색상의 건물들 사이에, `Glossier` 로고가 보인다. `생각했던거보다 평범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NewYork 소호에 위치한 Glossier

빨간 문앞에 빨간옷을 입은 모델같은 직원분이 들어가기전에 나를 막아선다. 그리고 상냥하게, 그러나 절도있게 들고있던 패드에 간단하게 이름과 나이, 이메일같은 정보를 입력하게 한다.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진 공간이 사람들을 압도한다. 

빨간 커튼과, 알 수 없는 향기 (글로시에 향수 'glossier You'의 향이다)가 공간을 이룬다. 

유리박스 안에는 심플한 패키지의 향수가 나란하게 정렬되어 있다. 다양한 향을 출시했나 싶지만, 향수는 한가지 향 뿐이다. 향수의 메세지는 글로시에답게 'ultimate personal fragrance' .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라 전시된 향수를 따라가다 보면 가장 안쪽 공간까지 금세 도착한다. 빨간 옷을 입은 직원들, 흡사 모델 같은 큰 키를 가진 직원이 `come in`이라며, 신비로운 목소리로 인도한다. 


안쪽에는 세 개의 방(피팅룸 사이즈의 방)이 있다. 이제부터는 한 사람씩 방안에 들어가도록 시킨다. 낯선 곳에서, 혼자 알 수 없는 방안에 들어가려니 살짝 겁이 나기도 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방안에 들어가니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여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 무한히 보이지만 한 평도 채 안되는 상자같은 공간이다.

거울 방안에는 버튼만 하나 있다. 버튼을 누르자 정면으로 보이는 거울이 내려가더니 불쑥 빨간 장갑을 낀 사람 손이 나온다.  갑자기 나온 손 때문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된다. 바깥에서는 이런 일이 흔한지 낮게 웃는 소리도 들리고, 기다리는 다른 손님이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소리도 들린다. 


장갑을 낀 손에는 향수가 들려있다. 손목을 갖다 대자 향수를 뿌려주고는 유유히 벽 뒤편으로 사라졌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한편의 잘 짜인 퍼포먼스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방 안에서 나가자, 직원들이 미소를 지어준다. 쇼룸을 나오자 마치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상한 나라와 이상한 직원들. 여기서의 경험을 친구들에게 빨리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글로시에 공식 매장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립밤에서 부터, 파운데이션, 립스틱, 마스카라등 딱 필요한 만큼의 색상과 라인으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도 역시 주문하는 시스템은 특별하다. 


글로시에 매장 전경

진열된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별로 충분히 발라보고 사용해본 뒤, 주문서 펜으로 표시하고 계산대에 보여주면, 제품을 찾아 포장해 주는 방식이다. 


곧이어 내가 작성한 주문서와 제품을 꼼꼼하게 포장해 준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매장은 온갖 제품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두가지 샘플로만 전시되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안내하는 직원들도 충분히 있어 고객들도 질서 있고 매너 있게 제품을 사용해본다. 글로시에 매장은 뉴욕에 간다면 꼭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1층의 쇼룸은 앞으로 또 어떻게 꾸며질지 궁금하기도 하다. 


창업자인 에밀리와이즈(Emily Weiss)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Brand is really, really important.
 It’s kind of everything' 


제품과 브랜드 경험, 매장 모든 것이 Glossier 스럽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glossier pink 는 직원들의 복장, 제품 패키지, 포장, 모든 것의 중심이다.   

글로시에 핑크, 브랜드를 대표하는 key color 다


글로시에는 완벽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브랜드다.

보그 매거진의 패션 어시스턴트였던 창업자 에밀리와이스(Emily Weiss)는 처음엔 블로거로 이름을 알렸다. 주말에는 패션, 뷰티 스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평일이면 매일 뷰티 관련 포스팅을 올리면서 블로그 `In to the gloss` 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이 블로그는 요즘도 방문자가 일 150만이 넘는다고 한다. 

 요즘 세대들은 콘텐츠를 소비한다. 아마도 에밀리는 블로그를 성장시킨 경험을 통해 콘텐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소통하는 방법을 경험했을 것이다. 실제로 블로그를 통해 글로시에 브랜드 론칭을 알렸고, 1만 명 이상의 예약 구매자들이 대기하기도 했다. 블로그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된 것이다.


Glossier 인스타그램은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뷰티 브랜드다. 초기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했고, 심지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컨셉을 모으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16년 모이스처라이징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1000여 개를 가지고 Priming Moisturizer Rich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여전히 요즘도 인스타그램을 활발하게 이용한다. 제품 비주얼, 모델, 옥외광고, 셀럽에서 일반인까지 제품 후기 등, 글로시에를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사진들이 브랜드를 풍성하게 한다. 


글로시에 인스타그램


한국으로 돌아와서 두달 쯤 되었을 때, 잊고 있었던 `Glossier You` 향수 샘플을 뿌려봤다.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었던 지난겨울 뉴욕. 소호 거리에서 매장을 본 첫 기억, 쇼룸에서의 강렬했던 기억, 거울로 둘러싸인방, 직원들의 낮은 목소리, 그날의 온도, 행복했던 뉴욕 여행이 떠올랐다. 향기는 어떤 다른 것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고작 한가지 향을 론칭했을 뿐인데, 쇼룸을 꾸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잊지 못할 순간을 영원히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지휘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