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어른, 선진국 아이의 저작권

세대차이를 표현하던 후진국, 선진국이 저작권에서도 보인다.

by 변곡점더하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게임 아이템, 음악을 결제하고 듣는 선진국 아이


내가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해하는데 가장 시간이 걸렸던 일이 무엇이었던가?

게임을 하던 아이가 간절하게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어 하는 모습이 그 하나였고

좋아하는 음악을 너무도 당연하게 결제해서 듣는 것이었다.


"게임 아이템으로 캐릭터 옷을 왜 사는 거야? 네가 입을 옷이나 사지.. ".

아이는 정작 본인이 입을 옷은 관심도 없을뿐더러 사러 갈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매우 즐거워하며 게임 캐릭터 옷을 고르고 레이저가 나오는 무기는 매우 중하게 결정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음악을 돈 주고 결제해서 듣는다고? 멜론이었던가...

처음 음악을 사서 듣는다고 했을 때 나는 내심 놀랐다.

아이는 음악을 공짜로 듣는 것을 범죄라고 불렀고 나는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대놓고 반박은 하지 못했다.

이미 세상은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 깊은 곳에 아깝다는 생각에 수긍하지 못했다.


나는 학창 시절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열심히 듣던 별밤 가족이다.

별밤을 라디오로 들으며 행복해했다.

녹음하는 행위는 나에게 매우 신성한 작업이었다.

이불을 덮어쓰고 별밤을 들으며 숨죽여 녹음했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 하나에 모아서 녹음했다.

숨을 꾹 참으며 어떠한 잡음도 들어가지 않게 노력했다.

녹음 시작을 알리는 카세트의 딸깍 소리가 녹음테이프에 저장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손가락을 눌렀다.

하루 종일 음악 방송을 듣다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숨이 멎듯 좋아했다.

그 더운 한여름에도 답답한 이불 안에서 녹음했는데...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서 테이프가 늘어져라 들었는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곡만 엄선해서 쏙쏙 골라냈고 가사가 다 외워질 때까지 들으며 소중하게 보관했다.

저작권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달랐다.


8282의 나라... 기술도 복사, 글도 필사, 베껴서 빨리 따라잡자!


내가 살던 시대는 과학기술도 베껴서 만들어내야 했던 시대였다. 빨리빨리~의 시대!

미국과 일본 등 소위 과학이나 기술에 있어 선진화된 국가의 기술을 베껴서라도 습득하고 생산하던 시대였다. 무언가를 베껴서 성장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빨리빨리 베끼고 만들어서 발전하는 시대를 숨 가쁘게 살았다.

남들이 힘들게 만들어 낸 것에 대한 노력을 존중하고 보호하기보다는 빨리 베껴서라도 따라잡아야 하는 마음.

나의 이익이 우선시 되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성수대교 붕괴라는 참사를 만들어 내기도 한 빨리빨리가 가져다준 양면의 얼굴이었다.


글을 연습할 때는 많이 읽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했다.

글을 필사한다는 것은 베낀다는 것! 그대로 써보는 것이 하나의 습득 방법이었다.

베끼는 것부터 시작하는 습득 방법을 취하다 보니 나는 뭔가를 베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이는 나를 트레이닝하는 과정이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였다.

그 과정 또한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이므로 내 노력의 과정이고 결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저작권은 사용 용도 등에 따라 법의 적용의 범위가 다르다.

이렇게 사적으로 본인 혼자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베끼기가 단련하는 과정의 하나였던 나는 저작권 개념을 지키는 범위가 모호했다.

이렇게 모호하게 살아온 내가 저작권에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을 머리로 하는 상식적 납득은 백번 천 번 공감한다. 하지만 마음 깊이 공감하고 흔쾌히 대가를 치르기 힘들었다.


새로운 문화 생산, 제본하고 살았던 나와 다르다.


아이가 자라면서 놀라운 점이 있었다. 내가 듣던 시절의 노래를 아이가 안다는 것이었다.

"오? 네가 어떻게 그 노래를 알아?", 유명한 아이돌 가수들이 리메이크 곡을 만들었단다.

나에게는 향수를 불러오는 곡이고 지금의 아이에게는 새로운 명곡이다.

원곡의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리메이크.. 베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지금 세대의 음원 생산 방식이다. 아이들은 당연하게 저작권을 지불하고 새로운 버전의 곡을 소비했다.


남편은 나를 후진국에서 자랐다고 하지만, 나는 "개발도상국은 된다 이 사람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작권에 있어서의 나의 의식 수준은 후진국이기에 반박을 못하겠다.

선진국 아이와 후진국 어른이 세대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그 하나의 지점이 저작권이다. 아이가 어른의 행동에 소리 높여 지적하는 점은 저작권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아이는 무료로 소비하거나 복제하는 것을 범죄라고 불렀다.

나는 "뭐가 그렇게까지 범죄야.. 야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책을 복사하여 제본하고 썼던 시절도 있었다.

마음에 조금 걸리는 수준과 범죄로 인식되는 것의 차이가 그 행동을 다르게 한다.

이런 행동 자체가 저작권 침해일 것인데.. 이런 행동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복사한 책은 친구가 쉽게 복사할 수 있었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학교 앞에 설치된 복사기, 스캐너로 복사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살았으니 말이다.

이런 행동은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았고 어느 범위에 저작권 위반이 해당하는지 인식되지 않았다.

세상이 점차 저작권에 대한 인지를 강화하면서 머리로는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크다.


내가 사는 세상과 아이가 사는 세상은 저작권의 관점으로 보면 공기가 확연히 다르다.

아이는 당연히 모든 저작권에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복제하면 안 되는 세상에서 호흡하고 살아간다.

아이가 생각하는 범죄의 반열에 들어가는 행동들.. 그 기준을 혼동하는 나를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 우리 세대는 '서리'라는 것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문화였고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들으며 자란 세대다. 지금의 아이들은 서리가 장난이고 책도둑은 도둑으로 보지 않는 것에 깜짝 놀라겠지만 말이다.

나는 저작권을 공부해야 하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몸에 체화된 습관이다.

배워서 머리로 알게 된 것과 태어나면서 마음과 몸에 완전히 익숙한 세대의 인식은 다르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는 자


아이가 살아왔던 시대는 SNS에 자신의 이야기 콘텐츠를 올리고 온라인상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버에 나의 일상과 콘텐츠를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한편으로는 본인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

나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를 마시는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나도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소비하는 사람이다.

콘텐츠 하나를 생산하기 위하여 들이는 노력과 정성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저작권 보호는 이제 머리로 습득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에 체화된 아이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나도 저작권의 가치와 보호를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공기처럼 인식하는 후진국을 탈피한 어른이다.

이제는 종이 책보다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며 온라인 책을 소비하는 것이 더 편해지고 있다.

서서히 나의 몸에도 저작권이 체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저작권이 보호되는 세상에서, 선진국 아이들과 같은 호흡을 하는 선진국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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