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요 Nov 14. 2015

니스는 최고의 해변이 아니었어

프랑스 남부 여행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미용실이 보인다. 나영 언니는 저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미용실을 왼쪽으로 끼고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 간다. 바다가 분명히 저 아래 있으므로 길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놓으면 길가에 늘어진 풍경이 그저 아름답다. 하지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보이던 작은 해변에 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불안한 마음이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니스에 반드시 와야 했던 이유를 까맣게 뒤덮고 말았다.


니스는 최고의 해변이 아니었어.





버스에서는 분명히 우리만 내렸다. 내려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은 한두 명 있었지만 동행은 없었다. 당연히 우리가 몸을 뉘일 썬베드가 없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잔과 나는 해변에 있는 레스토랑의 상아색 천 소파에 앉아 비싼 피자와 샐러드를 먹었다. 비싼 카메라와 짐 때문에 바다에 무작정 뛰어들 수는 없었다. 커다란 참치와 달걀 같은 모짜렐라 치즈가 두 덩이나 얹어진 샐러드도 쌔무룩한 기분을 달래 주지 못했다. 바다를 보면 오물거리는 치즈에서 그림의 떡 맛이 났다. 한참 뒤에 서버가 빈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비로소 그의 눈부신 금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포크로 뒤적이던 이 샐러드는 니수아즈 샐러드, 내가 먹고 싶었던 샐러드였다.




남은 샐러드, 특히 모짜렐라 치즈 한 덩이를 소중하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아껴 둔 치즈가 역겨운 맛으로 변할 때까지 온갖 영법을 구사하며 재롱을 부렸다. 말라 비치는 니스보다 파도가 거칠지 않았고, 바닷물도 훨씬 깨끗해서 재롱을 부리기 적절했다. 하지만 갑자기 깊어지는 수심은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어 다리가 닿지 않는 곳에 이르면 재빨리 육지 쪽으로 발을 저었다. 의아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정수리에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도 먼 바다에 얼굴을 내놓고 둥둥 떠다녔다. 금세 얼굴만 둥둥 영법을 터득한 잔은 나의 부러움을 샀다. 왜 수영장에서는 얼굴만 둥둥 영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탄식을 했다.


썬베드에서 준비한 책을 읽으며, 노릇노릇 익은 몸 뒤집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니 잔이 앞 자리에 있던 아저씨를 가리키며 말을 건넨다. "한국 분이시래!" 나는 반가움에 넙쭉 "어이코,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렸다. 비키니를 입고 인사를 드리려니 거 참 민망하다는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가 난처하게 대답했다.


Sorry.



photo by @unclejan







매거진의 이전글 게이 펍이 늘어진 골목 끝에 있는 예술가의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