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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요 Nov 14. 2015

카프다일에 별장이 있다니

프랑스 남부 여행






바딤은 블라디보스톡 한인 2세였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읽던 책 표지를 보고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알아 보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보고 읽던 한글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좋아하는 몇 가지 한국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고기, 비빔밥, 쌈 따위의 진부한 단어가 오고 갔다. 다행히 싸이와 강남 스타일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는 제법 대화를 이어 나갔다. 바딤은 바닷물에 젖은 손을 살짝 말리고 휴대폰을 꺼내 아들의 돌잔치 영상을 보여 주었다. 한복을 차려 입고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는 의식을 치르는 아이 곁에는 늘씬한 러시아 엄마가 있었지만, 아들 녀석의 돌잡이 영상에 함박웃음을 짓는 바딤은 그저 본적도 없는 쌀집 아저씨 같았다.




바딤은 모스크바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꽤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카프다일에서 보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카프다일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카프다일에 별장이 있다니. 언덕 위에 노란 집이 그들의 별장이라니. 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잔은 바딤에게 모스크바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오고 가느냐 물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알고 보니 그는 모스크바에서 은행 관련 일을 하면서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의 재력가였다. 우리나라였다면 한국은행 지점장님 정도였을까.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모나코 근처의 작은 해변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 은행에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우리는 그저 이 만남이 흥미로웠다. 잔은 바딤의 가족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러시아어만 고집하는 그의 아들은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살갑게 다가가지는 못 했지만 작별 인사는 아쉬워했던 도련님 덕분에 카프다일에서의 물놀이는 더욱 즐거웠다. 그리고 이틀 뒤에 다시 찾은 카프다일에서 바딤의 가족을 다시 만났다. 바딤의 가족과의 재회도 기다렸지만, 무엇보다 카프다일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photo by @uncle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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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놀이를 즐긴 곳은 정확히 Cap d'Ail의 Mala Plage(Mala beach)이다. 트립어드바이져(대한민국)에서는 '카프 엘'로 검색을 할 수 있다. 니스 항구 'Le port' 정류장에서 모나코로 향하는 100번 버스를 타고 'Edmond's Cap d'Ail' 정류장에서 내리면 인포센터를 금방 찾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찾았을 때는 두 번 다 문이 닫혀 있었다. 바다를 향해 무작정 내려가면 안내 표지가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정류장까지는 니스에서 40분, 모나코에서는 15쯤 걸렸다. 모나코에서 출발했을 때는 깜빡하고 한 정거장을 지나서 내리게 되었는데, 덕분에 해변을 훨씬 좋은 전망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Cap d'Ail은 La Reserve de la Mala와 Eden Plage라는 두 곳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썬베드를 대여하고 있다. 성수기에는 30유로에 썬베드를 빌릴 수 있다. 물론 레스토랑의 양 옆과 중앙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해변이 있고, 공공 샤워기도 우뚝 솟아 있어서 무료로 해변을 즐기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해를 피할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우산이라도 챙기자. 첫날에는 하얀 파라솔의 Reserve를 이용했는데 빨간 파라솔 Eden보다 조금 더 고급진 느낌이었다. 음식은 니스보다 비쌌지만,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아 억울할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둘째 날에는 버스 정류장 근처의 슈퍼에서 과일과 음료를 잔뜩 챙겨서 내려갔고, 이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정말 작은 해변이지만 Eden 보다는 Reserve 앞 바다의 바위들이 작고 비교적 평탄한 바닥이라 물놀이에 더욱 적당했다. 아쿠아 슈즈와 수경을 챙긴다면 소소한 물고기 떼를 관찰하며 안전하고 행복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보트를 빌릴 수도 있고 마사지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돈은 많이 든다.  


Eden Plage: http://www.edenplagelama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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