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병 교대식
잔은 모나코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전날 밤에 니스 역에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 그것이 모나코 여행 준비의 모든 것이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묻고 걷기를 반복했다. 8월 말 모나코의 날씨는 제법 더웠고, 왕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꽤 많았다. 끝판 계단을 딛고 아치형의 터널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모나코 왕궁이 나타난다. 펄럭이는 깃발을 보니 수퍼마리오 한 판을 넘긴 것 같다.
열두 시가 다가오면 관광객들은 분주해진다. 군악대와 근위병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진을 치고 제 나라의 국기 대신에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었다. 그늘에 앉아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트럼펫과 북소리, 하이얀 군복을 고이 접어 다려 입은 근위병들의 행렬이 이어지자 흥이 나서 달려 나갔다. 준비된 관광객들에 밀려 까치발을 잔뜩 세우고 멀리서 바라본 근위병들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행진곡에 맞추어 궁 앞에 닿았다.
열두 번의 종이 울리는 동안 그들은 명령에 맞추어 총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때마다 허벅지를 크게 내리치며 차렷 자세를 취하는데, 아름다운 종소리와 함께 퍼지는 그 소리가 흥미로웠다. 어깨 위로 총을 올리고 착! 가슴 옆으로 내리고 착! 바닥에 내려놓고 착! 묘한 추임새에 얼씨구 신이 난다. 열을 맞춰 선 장정들은 왼손으로만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도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남은 의식을 바라본다. 뙤약볕 아래 오후의 문지기를 맡게 된 두 명의 장정이 씩씩하게 문 앞에 다다르면 종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두 쌍의 근위병이 만나 마침내 교대가 이루어진다. 마주 선 두 사람, 한 명이 왼쪽으로 한 발 움직이면 상대방은 오른쪽으로 한 발 움직인다. 그렇게 왈츠를 추다가 한 명이 돌아서면, 어김없이 착! 허벅지를 내려치며 오전을 책임졌던 장정들이 궁 앞을 떠난다. 우리도 오른 손에 짊어진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입으로 나팔을 불면서 왕궁을 나섰다. 모나코 병정과 왈츠를 추는 듯이 발걸음이 우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