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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Mar 02. 2020

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김영사 펴냄


당신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나는 당신에게 반하고 싶다.








"뭐해?"
"나는  순간이  좋더라•••."
"?"
"이렇게  좋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나는 가만있는데 빛이 점점 내게로 다가오는 기분이 들잖아."

그제야 나도 고개를 숙여 아래를 봤다. 올라가고 있는  분명 우리인데도, 새까만 에스컬레이터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도, 빛이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같았다. 어느덧 지상에 도착했다. 빛의 세계, 우리의 머리 위에선 정오의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태양만큼이나 E 또한 눈부셨던  같다. E 삶은 지금 정오의 시간인 거다. 가만히  있는데도, 빛이 내게로     다가오는 정오의 시간.








달라진 너의 일상과 삶을, 아직도 내가  알고 있다는 착각. 달라진 너를, 아직도 세상 누구보다 내가 가장  알고 있다는 착각. 그러니 너도 아직,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는 착각.  착각을 기반으로 실수를 하고  실망을 했다. 달라진 나는 이해받길 원하며 달라진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실수와 실망은 쌓여 갔고,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갔고,  이상 만나지 않게 되는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늘어 갔다.




언젠가 아직도 만나고 있는 오랜 친구가 불쑥 이런 말을  적이 있다.
"고마워."
며칠  잠을 자다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직도 나랑 놀아주는   되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 그렇잖아.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기적이고 모난 데도 많은데, 그런 나를 참아 주고 아직도 놀아 주는 친구들이 고맙잖아. 그때 나는, 뭐라고 답했더라. 아마도 오글거리는   견뎌 하는 나는 농담처럼  말을 받았을 것이다. 나만 하겠니. 너도 알잖아.  친구   없는 . 너까지 나랑  놀아 주면  외로워서 큰일 . 그래서 너한테 잘하는 거야. 나도 이기적이라서.


농담 같았던 나의  말들은, 진심이기도 했다. 어른이 된다는 ,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비밀과 거짓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에겐 각자의 다른 삶과 사정이 생겼고, 그사이 우리에겐 각자의 비밀과 자격지심과 허세와 거짓말이 생겼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 해도 절대 넘어서는  되는 경계선이 생겼다. 눈에 보이는 선명한 경계선이 아닌, 보일    어렴풋한 경계선 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우리는 종종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 또한 선명하지 않은, 어렴풋하고 어설픈 어른이라서. 어쩌면 우리가 아직 만나고 있다는 ,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번번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릴 , 네가 나의 손을 잡아줬다는 , 내가 너의 손을 잡아줬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 나의 손을 놓아버리지 않은 너에게, 너의 손을 놓아버리지 않은 나에게.







너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부럽다.


너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너는,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영원할 것만 같았던 많은 것들이 결국은,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을  왔다.  맘처럼 완전히 해결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은, 언젠가는.











그럼  우린 웃고 말지 않을까.
여전히 , 너답다 싶어서.

시간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분명 달라지고 있고,  그래서  무심한 우리들은  년에  번이나 겨우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너답다, 그것이 어쩐지  안심이 되어 우리는  그렇게 웃고 말지 않을까. 그럴  있었으면 좋겠다. 5년이  금세 흐른다 해도,  우리는  이런 생각으로 안심할  있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 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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