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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May 11. 2020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순례길을 걷다 적은 글(18-07-17)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처음 나에 대해 적어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임경선 임유나

이석원 천성호

강세형 김동영

이슬아 그리고 팀 페리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

에세이

자전적 소설

자기 계발

책-영화-여행-음악에 대하여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정체성' 확립

매일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내적/외적인 모든 것 화살표 위로

말 예쁘게 하기

혼자여도 즐겁기

악기 연주 / 노래 만들기


친구가 나에 관해 말해준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평이나 영화평 공유하여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노래 부르는 것

베푸는 것

책 읽는 것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 보내는 것

사진 찍는 것



내가 꼭 해야 하는 것

먹고살 궁리


순례길에서 끄적인 글

엄마(이후로는 영희 씨라 적을게요)가 여전히 너무나도 생각나고 보고 싶다.

아까 호텔에서 유튜브로 지오디 노래 처음 듣는데 맨 처음 나온 노래가

'어머님께'였다.

어릴 때 들었던 노래라 그저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만

강렬했었는데.

우리 영희 씨는 천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언니가 해준 얘긴데, 영희 씨는 모임이 있어 밖에서 외식을 하고 오시면

항상 우리 가족을 데려가야 한다고 하셨단다.

영희 씨 덕분에 안양의 맛있는 음식점을 갔었다.

홍성 시골 산골짜기의 육 남매 중 외동딸 우리 영희 씨.

먼 길을 걸어 읍내에 도착. 겨우겨우 빵을 먹을 때면 항상 나중에 우리 자녀가 태어나면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을 수 있게 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하셨단다.

미성년자 때까지 철이 없던 둘째 중 막내인 나는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해달라는 것은 대부분은 해주셨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인사도 못 하고 나왔다.

그날은 회사 사무실 층 변동이 있는 날이어서 퇴근이 늦었다.

소파며 책상이며 갖가지 물품들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다고. 얼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핸드폰에 소영이라 저장되어있을 뿐 가족이나 딸 등이 적혀있지 않아 연락이 더 늦어진 것이다.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상사에게 얘기하고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아빠, 언니, 나중 내가 제일 먼저 병원에 도착했고

바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술 동의서가 무슨 소용이람?

사람 생명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1분 1초가 급한데...

만약 내가 연락이 안 됐더라면 수술 도안하고 놔뒀을 거니?

그 상황이 그 현실이 믿기지 않았고

듣고 싶은 대로 들었다.

수술만 하면 사실 줄 알았다.

결국 엄마는 죽었다.


현재 영희 씨는 내 곁에 없다.

자상한 목소리로 소영아~ 불러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날 믿어주고

아낌없이 베풀던 영희 씨가 이젠 없다.

내가 혼자 일어설 수 있을까?

엄마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사랑과 인생에 대해

그날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일 난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산티아고 길을

땀 뻘뻘 흘리며 걸을 수도 있다.

나는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걱정과 고민만 하며 살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우리 인생은 한정되어있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부정하고 아니라고 외면 한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내 곁에 소중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정답고 즐겁게 살아나가야 한다.

영희 씨도 분명 그걸 바라실 거고

항상 날 응원해주시고

북돋아 주시며

지켜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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