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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Mar 03. 2021

소중한 존재

에세이 드라이브 13기 글감 퇴근

 2020년 12월 6일 일요일 기점으로 나는 직장이 없다.(내 친한 친구는 일 하고 있는 줄 안다 굳이 내가 그만뒀다고 말을 안 했다 이제는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런데 에세이 글감 주제가 퇴근이다. 아이코 이를 어쩌나. 마감기한은 다음 주 월요일 밤 11시. 목요일에 면접 본 곳에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떨어졌다) 주말 동안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을까 말까 하다가 넣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라디오도 듣고 운동을 했다. 아마 이 글은 책과 영화, 라디오와 운동 그 어딘가에서 영감을 얻고 쓰는 글일 것이다.(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오늘 역시  면접 떨어짐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라 있던 약속들이 다 취소됐다. 한 명은 회사에서 회사 집 말고는 가지 말라 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이후에 만났다) 부산에 있는 애는 코로나가 심각하다며 다음에 잠잠해지면 보자고 한다. 또 다른 애는 임신 계획 중이라고 남편이 많이 걱정해한다고 다음에 보자고 미안하다고 한다.(진짜 임신했다. 축하한다 친구야) 미안할 일은 아니지. 코로난데. 조심해야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거지.      


 조금 전에는 38살 형아랑 통화도 했다. 어찌나 소중하던지. 사실 요즘 밤에 잠도 안 오고 회사도 관두고 내 마음의 크기가 바다처럼 넓지가 않다. 지지난 주 일요일에는 결혼식이 2개나 있었다. 그러면서 집들이도 2개나 했다. 소중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인데 내 마음 상태가 온전치 못해서인지 그 자리들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 못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친구들은 자기들 얘기만 한다. 소금아 요즘 어떠니 괜찮니 잘 지내지 라고 묻지를 않는다.


 친구들 전화가 와도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내 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걸? 나부터 챙겨야지 어떻게 해. 순덕이가 그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얘기를 한 번은 들어줄 수 있어도 만날 때마다 한다면 더 들어줄 수가 없어. 들어주기 싫다. 덕자가 그 친구한테 배신당해 덕자 속이 상한 건 알겠는데 하고 또 한다면 들어줄 수 없다. 덕자 너를 배신한 친구와 난 여전히 친구란 말이다. 내가 그 얘길 들어준다면 뒷말하는 것밖에 안 돼. 그러고 싶지 않다. (이 글을 썼을 때 이후로 3개월이 지난 얼마 전 이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가운데 형아의 전화는 너무 소중했던 것이었다. 형아의 어머니는 식도암 4기 판정을 받으셨다. 그래서 형아는 뭘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어머니 간호를 마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다 준 거다. 우리는 누가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형아도 형아의 얘기를 했고 나도 나의 얘기를 했다.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오늘 밤 자기 전에 형아 어머님께서 쾌유하시길 간절히 기도할게요.     


 이런 걸 원한다.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이야기를 받아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음이 그렇다. 이번에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너무 많이 고민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형아가 있어서 참 고맙다. 형아는 나의 소중한 존재다.

라고 끝나는 글이었다. 오늘(2021년 3월 2일)은 다른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그런데 나에겐 이미 답이 있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 늘 그래 왔듯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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