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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Mar 02. 2024

잔소리는 사랑이 아니다

#엄마일기

"너 살쪘어." 


딸아이가 예상했듯 엄마는 오늘도 그녀에게 같은 말을 합니다. 

딸아이의 동성애를 인정하지 못하는 엄마는 그녀의 애인을 친한 친구라고 가족에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화가나서 가려는 딸에게 살쪘다고 이야기하죠. 


'요즘 어떤 생각을 주로하니?'

'혹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맛있는 밥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집에 오렴.'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너를 보면 힘이나거든.'

'언제든 돌아오렴. 엄마는 늘 네편이야.' 


라고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모든 마음의 말들은 마음에만 머무르며 고작 아이에게 하는 말이 살쪘다 라니요. 

살쪘어라는 말을 할 때 아이의 눈을 들여다 봤어야 합니다. 

아이가 정말 원하는 말은 그게 아님을 눈치챘어야 합니다.


지난 저녁에 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멀티버스 세계관으로 구성되었고 서양과 중국의 독특한 유머가 섞인 영화입니다. 다채로운 화면구성에 눈이 아플지경이지만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은 하나였습니다. 

모든 세계를 파괴하는 것과 모든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 이라는 결론입니다. 

그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실로 온 우주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온 우주에는 내가 선택하며 살았을 수 많은 나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무기력하고 힘없는 나인 에블린이 주인공입니다. 늘 포기를 선택해서 최악의 나를 만들었기에 오히려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는 말은 에블린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또 그녀의 곁에서 최선의 인내심으로 사랑을 준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에블린은 우주를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랑은 온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었습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닦고 자렴." 


안해도 되는 말입니다. 


'오늘도 행복했니? '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설레이지 않니?'

'자기전에 오늘 감사했던 일을 서로 나누어 볼까?'

'엄마가 꼭 안아주고 싶어. 너를 너무 사랑하거든.' 


이렇게 좋은 말이 많은데 말이지요.


영화속 에블린은 이제 딸아이에게 살쪘다 라고 말하지 않겠지요. 

저도 아이들에게 이닦고 자라는 잔소리는 그만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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