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쓸래? 상품은 콜라비
텃밭 상자에서 키우고 있는 콜라비가 동그란 양배추처럼 자라났다.
기껏해야 물밖에 준 것이 없는데 알아서 잘 크는 식물들은 참 기특하다.
보라색 줄기를 튼튼하게 뻗어내는 콜라비는 잎은 구멍이 숭숭 뚫리도록 벌레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가운데의 동그란 줄기는 함께 나눠먹기로 했다.
콜라비를 먹어 본 아이들이 있는지를 묻자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줄 수야 없지.
"어제 선생님이 미리 깎아서 하나 먹어봤거든. 와. 생각보다 너무 맛있더라.
먹고 싶니?"
"네! 무슨 맛이에요?"
"궁금하면, 시를 쓰자."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
삶을 다채롭게 가꿀 수 있다면 글도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이럴 때 기가 막히게 순발력이 좋은 나는 배고프고 목마른 저들을 고작 한 입이면 끝날 콜라비로 유혹했다.
"시간은 딱 10분. 이번 시에서 1등으로 뽑히면 세 번째로 수확한 콜라비를 줄게요."
라고 말하며 얼른 콜라비 하나를 입에 넣었다.
"음~~~ "
단단할 줄 알았던 콜라비는 과도로 싹싹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잘도 잘려나갔다.
"오~~ 생각보다 맛있는데?"
"선생님 이거 무 맛이에요."
"우웩~ 뱉어도 되나요?"
오이를 나눠 먹었던 것에 반해 처음 맛본 콜라비 맛에 아이들은 두 편으로 나뉘었다.
몇 번 씹고 삼킨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달큰한 맛을 내뿜는 유기농 콜라비.
그 맛을 알고 두 개 세 개를 먹은 아이들도 있다.
겨우 한 뼘짜리 지름을 갖고 있는 보라색 야채하나 지만 25명이 나눠먹는 기쁨은 계산할 수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이 써 준 시를 열심히 읽었고, 나중에는 선정이 어려워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보여줬다.
두 번째 콜라비를 획득한 우리 반 당선작
- 우리 반 o윤-
사람 흉내 내는 콜라비
동글동글 자줏빛 콜라비
속은 겉과 다르다
마치 사람의 겉모습이 내면의 모습과
다른 것과 비슷하다.
콜라비는 달달하게 보였지만 쓴 맛이었다.
콜라비는 사람처럼 참 겉과 속이 다르다.
아쉽게 떨어진 작품
- 우리 반 o훈-
보라색 동그란 공
먹으면 아삭할까
먹으면 씁쓸할까
먹어보니 아삭아삭 무
형태는 보라색 공인데 맛은 왜 무맛일까?
사실 콜라비가 무를 닮은 게 아니고
무가 콜라비를 닮은 게 아닐까?
읽자마자 웃음난 작품
- 우리 반 o준
옷이랑 색이 다르네?
식감은 아삭아삭
느낌은 푸욱푸욱
두 번째는 선생님의 것
세 번째는 나의 것
기억하면 좋겠다.
우리는 시를 쓸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한 때는
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