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은 죽음 Jul 18. 2024

도덕교과서의 지향점

공감은 없고 반응만 있는 세상 

도덕시간 계속된 주제는 성찰이었다. 

성찰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성찰이 왜 중요한지 사례를 통해서 

성찰의 과정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도덕을 책으로 가르치는 것은 참 어렵고 난감하다. 

책은 지극히 교훈적이며 아이들도 정답을 알고 있는데 그 답은 실제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교과서가 원하는 답을 입으로 말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기에. 


 교과서 속 상황은 이랬다. 




여름방학에 해외여행에 다녀오고 새집으로 이사를 간 한 아이가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 

친구들에게 멋진 방학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날 저녁에 걸려온 전화는 

"너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 우리 모두 조금 불편했어."라는 이야기 

초대받은 아이 중에는 어머니가 아프시고 집안이 가난한 아이가 있었던 것. 


"자~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이 친구가 해외여행과 새집을 자랑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이 친구의 행동은 괜찮은 것일까? " 


교과서대로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고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지만 

딱 3명의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들이 그 행동은 괜찮은 행동이며, 잘못한 점이 없다고 대답했다. 


"내가 해외여행을 간 것과 친구의 부모님이 아픈 것은 전혀 관련이 없는데 왜 미안하죠? " 

"내가 해외여행을 간 것은 사실이잖아요. 왜 그것 때문에 속상하죠?"

"우리 집이 새 집으로 이사 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온 거잖아요." 

"그 친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반면 괜찮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한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꼭,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였어요. 그 친구가 없을 때 해도 되고요."

"상대방이 불편하게 생각될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남자아이 세 명이었는데 이 친구들 역시 그 친구의 마음이 어땠을 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를 기준으로 이야기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평소에 친구에게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지점이 이런 것이었구나! 


본인은 사실을 말하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되묻는 일이 이래서 그런 것이었다.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기분을 갖게 하는지 모르는구나. 

공감형 인간은 공감받지 못하는 교실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교실 속 상황이 파악은 되는데 마음은 참 헛헛하다. 


도덕은 참 어려운 교과이다. 

도덕교과서를 만드는 사람은 이런 요즘 아이들의 특성을 알고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콜라비는 무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