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씩 걷다 보면 완성되겠지.
꿈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방을 마련했지요. 꿈을 꾸기 위한 방과 꿈을 키우기 위한 방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 방에 앉으니 두려워졌어요. 그 방은 모래가 가득한 사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고통 끝에 올 쾌락을 생각하며 용기를 냅니다.
그다음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침이 밝았다. 사실 아까부터 아침은 밝아있었다.
마지막 휴가를 즐기며 느지막이 여유를 부리며 일어나서 그것보다 더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느리게 움직일수록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지 않을까 바라지만 성실한 시계는 한 번도 제 갈길을 망쳐본 적이 없다.
하루 한쪽 필사를 펼쳐서 필사를 한다. 시작한 지 일주일 되었는데 글씨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펜으로 꾹꾹 눌러 흰 종이를 채우는 즐거움이 있다.
이어서 어제 읽다만 책을 펼치지만 간헐적으로 울리는 메시지음에 자꾸 신경이 간다. 꾹꾹 참고 오늘 분량을 다 읽고 그제야 잠시 딴짓을 한다.
아침밥을 먹으며 보게 된 어느 영상(주 1)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귀에 닿으면 살살 녹을 것만 같은 목소리로, 반달눈을 하고서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라는 교수님의 영상에 마음이 말랑해졌다. 글을 쓰며 꿈을 찾겠다며 공공연히 공언을 하면서 마음속에 적지 않은 갈등이 일었다.
‘이 나이에 무슨, 이 상황에 무슨, 내가 뭘 할 줄 안다고,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무언가 도전하기에는 먹고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잘하건 못하건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서 해야 하는 책임감 넘치는 역할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현저히 떨어져 가는 체력과 건강 그리고 그 보다 더 낮은 무기력과 게으름 등
하고 싶은 이유는 하고 싶다는 그거 하나뿐인데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수만 가지가 있었다.
핑계가 많아질수록 실천의지는 줄어들었고, 마음이 약해지는 나를 보며 또다시 질책하는 쳇바퀴속에서 나를 향한 마음이 팍팍할 때가 많았다.
‘맞아.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나에게 다정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
커피잔을 내려놓고 화면창을 키워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것처럼 책과의 만남도 그와 같다고 말했다.
표지가 예뻤거나, 내 시선이 닿는 곳 거기에 그저 책이 있었을 뿐인데 우연히 어떤 책과 만나진다고.
정지용의 시구절처럼 “당신은 내 마음에 꼭 맞는 이” 와 같은 책 속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러한 만남을 소중히 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한 문장을 잡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말이다.
‘맞아, 내 마음에 꼭 맞는 것. 나도 그러한 만남을 갖고 싶어.’
드디어 꿈을 찾는 여정의 단서가 될만한 힌트를 발견했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이
내 마음에 꼭 맞는 구절
내 마음에 꼭 맞는 이야기
그 무엇이라 하여도 내 마음에 꼭 맞는 것을 찾아가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내 꿈이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하루에 하나씩 내 마음에 꼭 맞는 것을 책과 자연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발견해 내야겠다.
그렇게 한 발 앞의 장면이 하나씩 하나씩 켜지면 한 발 한 발 걸을 수 있게 되겠지.
그게 바로 내 꿈의 지도를 완성하는 여정이 되겠구나.’
어디로 갈지 막막했는데 머릿속이 개운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에 꼭 맞는 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지?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멀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
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의 울림이 없다.
영혼의 울림이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법정스님의 시를 읽고서야 내 마음에 꼭 맞는 무엇은 분명 내 영혼을 울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내 영혼을 울리지 않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니까.
그럼 지금부터의 모든 만남 속에서
무엇이 내 영혼을 쿵쿵거리게 할지
어떠한 순간에 내 마음이 찌릿할지
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으로 눈물이 날지
그 모든 만남을 만나면 되겠네.
띵동. 하고 울리는 영혼의 울림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아침이었다.
주 1) 독서, 내 인생의 지도를 찾아서 / 세바시 강연_서울대 나민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