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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03. 2020

팀장님 저는 짬뽕 말고 볶음밥 하겠습니다

유리 멘탈에서 강철 멘탈 되기

※ 해당 글은 출간 도서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중 일부로, 전체 내용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 때 상당한 유리 멘탈이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사방에서 내 멘탈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느낌이었죠. 멘탈은 한두 발의 총격으로도 쉽게 함락되어 금세 바사삭 부스러기가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주로 비상구 계단이나 화장실에 숨어서 답답한 마음을 토해냈습니다. 퇴근 후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기도 했고요. ‘한 번 더 확인할 걸……’ 지나간 일을 자책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린 날도 수 없이 많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직장에서 ‘멘탈 강하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 간의 내공이 쌓이기도 했지만, 의식적으로 멘탈을 강화하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철 멘탈이 되기 위해 연습했던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과 일을 분리하는 겁니다. ‘고객이 내게 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또는 회사에 욕하는 거다’, ‘상사가 내게 욕하는 게 아니라, 업무처리 방식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욕하는 거다’ 등 덜 다치기 위해 일종의 내 주변 결계를 치는 겁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계속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고요. 여기서 포인트는 설령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겁니다. 고객과 상사가 작심하고 골탕 먹이려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의도적으로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해보는 거죠. 사람과 일을 동일시하게 되면 나만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는 겁니다. 마음이 다치는 상황에서 나조차도 내 감정을 외면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거야’, ‘내가 너무 나약한 거야’ 등 때때로 비난의 화살은 나를 향하곤 했습니다. 감정을 숨기고 부정하다 보니, 지금 어떤 마음인지 알아차리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상황을 더 회피하고만 싶어졌고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기분 나쁘다면,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합니다. 감정에 솔직해지려 노력하지요. 괴로운 마음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세 번째는 부당한 상황에서 할 말은 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상황이 불합리하거나 상대가 수시로 선을 넘어도 그냥 넘어가곤 했습니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 앞섰고요. 하지만 입 꾹 다물고 가만히 있었더니, 상대방도 우습게 보거나 만만하게 여기더군요.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댄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며 속에 쌓아둘수록 화병만 생겨났고요. 지금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면,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그만(STOP)’이라고 외칩니다. 이렇게 터트리고 나면 의외로 쉽게 해결방안이 모색되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속으로 ‘그래서, 어쩌라고’를 되뇌는 겁니다. 가끔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막무가내인 상황에서는 사람과 일을 분리하거나 할 말은 하려 해도, 도무지 쉽지 않습니다.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게 정답이더군요. 스트레스나 상처 받으면 결국 나만 손해이니까요. 겉으로 밀랍 인형처럼 표정을 짓되,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죠. ‘그래서, 어쩌라고.’ 말도 안 되는 불쾌한 일을 겪을 때 이 말을 읊조리면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답이 없던 상황이 조금은 단순해지고요.     


 

 멘탈이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나니 좋은 점이 많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되었고, 간이 커지고 배포가 생겼습니다. 습관적으로 눈치를 보던 것에서 벗어나, 점점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요. 


 가끔 트레이닝의 소소한 위력을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점심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식사 주문은 보통 상사의 추천(이라 쓰고 강요라고 읽는)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중국집에서 상사는 이 집이 짬뽕을 잘하는 집이라며 짬뽕을 주문했습니다. 마치 명령처럼 내려온 그 말에 눈치 보던 동료들이 줄줄이 짬뽕으로 통일을 하더군요. 이미 속으로 다른 메뉴를 정해둔 저는, 눈 딱 감고 볶음밥을 외쳤지요. “다음에 추천하신 짬뽕 꼭 먹겠습니다!” 하면서요. 뒤이어 주관이 참 뚜렷하다는 상사의 말이 이어졌지만, 동료들 표정 역시 가관이었지만, 재빨리 다른 화젯거리를 찾아 분위기를 전환했습니다. 재밌는 건 제 말에 얹어서 조용히 볶음밥으로 변경하는 팀원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어느덧 나온 볶음밥을 맛있게 먹으며, 그리고 메뉴 사태(?)는 잊고 화기애애하게 식사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진작 이렇게 살 걸 그랬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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