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 노예근성
※ 해당 글은 출간 도서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중 일부로, 전체 내용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 때 직장과 나를 동일시하곤 했습니다. 업무와 사생활 분리가 잘 안 되는 편이었지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지친 몸을 뉘어도,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떠올라 쉬이 잠들기 힘들었습니다. 시뮬레이션 돌려보다가 문득 해야 할 일이 떠오를 때면, 새벽에도 일어나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했습니다. 처리 못한 업무를 휴일까지 끌고 와서 괴로워하기 일쑤였고요. 업무를 곱씹어 보다가 실수했다는 느낌이 들 때면 그 자리에서 두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집에서 인트라넷 접속 후 메일을 체크하거나 파일을 검토해보는 등 자체 잔업을 진행했지요.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상황이면 다시 회사에 가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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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름휴가를 하루 앞두고 선배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했습니다. 해외 여행지에서 혹시나 급한 연락을 못 받을까, 걱정은 이미 한도 초과인 상태였습니다.
아직 업체 리스트는 안 왔는데, 아마 내일 중에는 올 거니까 체크해주시면 되고요. 홈페이지에 팝업 요청한 거는 정보통신팀에 한 번 더 확인 부탁드릴게요.
박람회 건은 부스랑 현수막 시안 미리 보내뒀는데, 혹시 제가 없을 때 오면 담당자에게 전해주시면 되고요. 아차차, 다음 달 워크숍 말인데요…….
선배는 속사포처럼 이야기하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 너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
당시에는 무심한 듯한 그 말이 살짝 서운했습니다. 내가 회사에서 별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로 들렸거든요.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회사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는 깊은 뜻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선배의 말마따나 자리를 비운다고 큰 문제나 차질이 생겼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항상 걱정을 달고 살았던 것이 무색하게 말이죠.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갑니다. 내가 중요하지 않아서, 내게 주어진 기대와 역할이 적어서가 아니라 조직의 메커니즘이 그렇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없어도 잘 돌아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거죠. 누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자체로 정체되어 있지 않거든요. 유기체처럼 스스로 움직여서 풀리거나, 다른 누군가에 의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회사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 있지 않은 곳이지요. 고로, 내가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건, 조직 프로세스가 잘못된 것이지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직장인의 과한 주인의식은 노예근성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지나치면 탈이 날 수 있다는 건데요. 필요 이상으로 회사에 얽매이거나 신경 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나를 갈아 넣어 회사를 생각하는 비뚤어진 애정이지요. 내가 맡은 일은 회사 일이지, 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장기간 해외에 다녀왔는데
대한민국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을 때,
집에서 한참을 앓다가 나왔는데
세상은 너무 잘 돌아가고 있을 때,
묘한 마음이 들며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맞습니다.
세상은,
그리고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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