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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Feb 21. 2020

사람 때문에 퇴사하고 싶을 때

고작 그X 때문에 그만두기 억울하다면


※ 해당 글은 출간 도서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중 일부로, 전체 내용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력직으로 이직했을 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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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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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건수가 잡힐 때마다 회의실로 호출해서 들볶거나, 사내 메신저로 다다다닥 쏟아내는 지적을 위한 지적을 견디고 있을 때면 정신마저 혼미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잘 지내려 사정도 해보고, 오해가 있으면 풀자며 대화도 시도했지만 먹히질 않더군요. 어떤 말을 해도, 무슨 행동을 해도 관계는 점점 악화될 뿐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하고 그냥 오롯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르게 되었지요.


 괴롭힘은 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기에, 대부분의 직원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누군가에게 고충을 토로할 수도 없었고요(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기도 힘들었습니다). 혼자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끙끙대며 하루하루를 연명했습니다.


 그 사이 점점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는 온몸의 기력이 빠져나가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기 일쑤였지요. 과장은 가끔 퇴근 이후에도 연락해서, 하지도 않은 업무 실수를 뒤집어씌우며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멘탈은 점점 흔들려갔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걸까, 아무 쓸모없는 사람인가 봐’ 등 스스로를 탓하고 비하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흐르더군요. 입맛도 의욕도 없고, 영혼 없이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퇴사할까 고민하다가도 섣불리 그만두기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 자체의 근무 여건은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거든요(아마 다른 문제마저 있었다면 관뒀을 것 같습니다). 그만두자니 경력이 애매해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퇴사하기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손해인 결정을 하긴 싫었습니다. 

 이 악물고 버티면서 꾸역꾸역 다녔습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지만,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도움 될 만한 책을 찾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끝은 있었습니다. 일 년 정도 시간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과장은 퇴사하고, 사수는 부서 이동을 하게 되면서 끔찍하던 시간도 끝났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결국 남는 자가 승자다’라는 말을 실감했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저를 괴롭혔던 이유는 연봉 때문이었습니다. 사내에서 연봉 누설은 금지였지만 과장이 우연히 제 연봉을 알게 되었고, 그걸 사수에게 흘렸던 거지요. 나름 그 회사에서 연차가 있던 본인들보다, 굴러온 돌의 직급 대비 연봉이 높다는 사실에 비위가 거슬렸던 겁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사수가 당시의 일을 사과하며 건넸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근데, 그때 되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수의 말처럼 제가 원래 강한 사람이었던 건 아닙니다. 웃픈 사실이긴 하지만 괴롭힘을 견디며 맷집이 세진 거지요. 고통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단단해졌고요. 나중에는 어떤 진상을 만나도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름의 대처 스킬마저 생겨났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이토록 충분히 되어 있지만, 그 이후로 직장에서 사람 때문에 괴로웠던 적은 없습니다. 아니면 웬만한 정도로는 ‘그때보다 양반이지’라고 생각해서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사람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시나요?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그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두기에 왠지 억울하다면, 

 버텨보는 것 또한 괜찮은 방법이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깟 회사보다, 고작 그런 인간보다, 

 나를 먼저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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