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 싶어 퇴사하려 합니다

QNA-21화

by 흔희


Q가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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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계속 같은 루틴의 업무를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열정도 사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조직의 일을 하다 보니 나도 사라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구요.


이러다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흐릿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를 알고 싶어 퇴사하고 싶은데.. 그만두자니 경력도 걸리고 다시 취업할 길도 막막하긴 합니다.

그래도 인생은 기니까.. 한 번쯤 모험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퇴사하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흔희가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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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Q님,

보내주신 글이 제가 예전에 쓴 글이 아닌가 싶을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도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나라는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담도 받아보고 각종 서적들도 읽어보고 관련 영화나 자료도 찾아보고..

방황 아닌 방황을 했었는데요.


대학 때는 나를 찾아보겠다는 이유로 휴학하기도 했고, 사회초년생 때는 충동적으로 퇴사한 적도 있습니다. 불쑥 장기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구요.

그때마다 목적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내가 모르는 나를 찾고 오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 당시의 방황을 거창한 타이틀로 명명했었죠.


이렇게 꽤 열심히 오랜 시간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김 빠지게 해 드려 죄송하지만, 저도 아직 완전히 저를 찾지 못했습니다.

나를 찾겠다는 목적은 매번 달성하지 못했고, 찝찝함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은 여행대로, 일상은 일상대로 즐기지 못했죠.

차라리 그런 실체 없는 목적의식이 없었다면 여행이라도, 일상이라도 맘 놓고 즐겼을 텐데 괜한 불안감과 이상한 의무감에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로 돌아와서는 다시 실체 없는 목표를 찾아 일상을 살아갔죠. 그때는 내가 부족해서 나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나를 찾고 싶어요'라는 말은 사실 허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찾고 싶어'라는 말의 속뜻에는 항상 다른 이유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하기 싫거나, 지쳤거나, 상황이 힘들어 도망가고 싶거나.

하지만 그렇게 직접적인 이유를 내보이기보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했었죠.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고, 주변 사람들도 빨리 이해해줬거든요. 응원해줬구요.


님께서 말씀하신 쉬는 것, 퇴사하는 것 다 좋습니다.

하지만 '나를 찾아야지. 나를 알아내야지'에만 너무 매몰되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깝게 흘러갑니다.

온전히 현재에 몰입할 수 없거든요.

여행을 가거나 쉬어도 복잡한 생각 때문에 상황에 몰입하거나 즐길 수가 없습니다.


어찌할 수 없이 다른 사람들 눈이 신경 쓰여 그런 이유를 대더라도 스스로에게는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정답 없는 질문에 휩싸여 끙끙대며 괴로워마시고 그냥 차라리 '좀 쉬어야지' 생각하는 게 훨씬 나아요. 그러면 '지금' 상황에 몰입하게 되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나를 발견하는 열쇠는 회피해서 도망쳤을 때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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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엇이 가장 힘드신가요?

도망치고 싶은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요?

어렵겠지만 직면해서 생각해보시고,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하시는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조금 늦게 가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Q님은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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