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NA-24화
Q가 묻고,
안녕하세요.
퇴사를 결심한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상사의 괴롭힘과 회사의 갑질에 견디다 못해 퇴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만두려고 마음먹다 보니.. 지금까지 아무 말 않고 참아온 게 억울합니다.
그만두면서 빅엿을 날릴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제가 생각한 건 '퇴사 통보 인사팀에 바로 하기(직속 상사 거치지 않고)'
'인수인계 엉망으로 하기'
'퇴사 하루 전 통보하기'
입니다.
흔희가 답하다.
안녕하세요 Q님,
퇴사를 앞두고 계시군요.
일단 Q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예전 직장에서 '어떻게 엿 먹이고 퇴사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생각해서는 '어차피 안 볼 사인데 마음이라도 후련해지게 시원하게 쏴주고 나오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조금 길게 바라보면 마냥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번의 입퇴사를 반복해본 제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그 당시에는 후련할지 몰라도 지나고 나면 그다지 내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부질없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하면 정말 후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지른 후에 돌이켜 보자면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찜찜하고 뭐 마려운 마냥 개운치 않은 게 별로였죠. 막상 생각했던 복수를 실행하고 나면 후회가 남습니다.
퇴사 일자나 인수인계도 그렇습니다.
회사에 빅엿을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근로자는 적어도 30일 전 퇴사 통보 의무 조항이 있습니다.
물론 상호 간 협의하에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저도 이직할 때 그랬었구요) 일부러 보란 듯이 굳이 하루 전에 통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수인계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해줄 필요는 없지만, 겉으로 보이기에 기본적인 인수인계는 해주고 나오는 게 나중에 뒤탈이 없습니다.
또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회사로 레퍼런스 체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을 때 보통 평판 확인은 직속 상사에게 하게 되구요. 물론 내가 잘하고 나온다고 해서 그 상사가 평판을 잘 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굳이 감정이 상한 상태로 나올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생각보다 업계는 작아서.. 돌고 돌아 소문이 나면 내게도 그다지 좋을 게 없습니다.
또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복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다지 회사에는 큰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현실을 마주하면 허탈함마저 밀려오죠.
어떻게든 회사 운영에 차질을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연히 책잡힐 일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Q님의 노고를 망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해서 잘하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애티튜드는 지키는 게 Q님에게도 좋을 겁니다(그래도 나름의 귀여운 복수는 오케이입니다).
한 가지 유념하셔야 될 건 절대 그 회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얼마나 근무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길든 짧든 그 기간 동안 구성원으로서 몸 담았던 나를 위해서,
스스로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마무리는 잘하고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너무 지쳐서 이미지고 뭐고 다 망쳐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요.
Q님,
사실 지금은 고조된 마음에 그렇게 하기도 싫겠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기본적인 애티튜드만 지키고 퇴사하세요.
Q님의 넓은 마음과 도량으로 부족한 인간/회사를 안아준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퇴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오면 스스로 잘했다 느낄 거예요.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라고 이상적으로 얘기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북받친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스스로에게 유리한 게 뭔지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덧붙이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복수는 내가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나서 보란듯이 성공하면 돌고돌아 Q님에게 상처 준 사람들에게 간접적이나마 복수할 수 있게 되는거죠.
무튼 힘든 시기를 보내시느라 고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Q님을 우선에 두시고 심사숙고하셔서 좋은 결정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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