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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May 25. 2021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어요?

'좋은 관계'가 있는 여행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어요?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받으면, 항상 '미국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라고 대답을 합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특별할 게 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한적한 마을로 이민 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기 위해 간 여행이었죠. 2주 동안 머물며 같이 아이들을 픽업해서 등하교시키고,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주말이면 함께 아울렛에 가서 쇼핑을 하고.. 동네 이웃들과 함께 홈파티를 하기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와인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게 전부였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재회, 또 그 가족들과의 평범한 나날이 행복했습니다. 그 기억이 소중했기에, 미국 여행은 지금까지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고 행복했던 여행으로 남아있구요.


 반대로 최악의 여행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망설임 없이 떠오르더군요. 라오스였습니다. 몇 년 전 친한 친구와 갔던 여행지였는데, 정말 사소한 이유로 여행 막판에 크게 다투었습니다. 한국 도착해서 그 친구와 영영 연락이 두절되었구요. 지금 생각하면 자세히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로 다투었지만, 어쨌든 여행 내내 너무 괴로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라오스 자체는 너무나 평화로웠고 좋은 여행지 었지만, 불편한 관계의 기억이 그 나라의 이미지마저 최악으로 남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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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다닌 수많은 여행지 중에 유독 미국 여행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딱히 유명한 관광지를 간 것도 아니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본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또, 그렇게 평화롭고 여행자들의 성지로 유명한 라오스가 최악의 여행지로 기억에 남은 이유는 왜였을까요? 

 제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여행지에 있어 풍경이나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 못지않게 여행지에서 맺는 '관계'가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감명 깊었던, 기억에 남는 여행지에 대해 얘기할 때 공통적으로 그 여행지에서 있었던 스토리에 관하여 언급합니다. 같이 갔던 사람과의 에피소드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그 여행지에서 만났던 누군가와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죠. 대부분 그 도시에서 맺은 관계, 혹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느낌으로 그 도시의 이미지를 규정합니다. 친절했던 사람들, 환히 반겨주는 웃음 등 말이죠. 그냥 단순히 그 도시의 좋은 인프라나 자연환경만을 꼽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렇듯 여행지의 느낌은 동행했던 사람이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아무리 좋은 여행지였더라도 관계가 없던 여행은 그리 강렬한 느낌으로 기억되기 힘듭니다. 정말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누군가와 나누거나 소통하지 않았다면 감명은 오래가지 못할 확률이 높거든요. 관계가 있긴 했으나 다툼이 있거나 불편한 관계였을 경우에는 여행지에서의 기억 역시 최악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구요.






 우리는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합니다.

여행의 전 과정이 인생의 흐름과 비슷하다구요.

그에 비추어봤을 때, 여행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역시 '사람' 간의 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도 됩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느냐가 하루하루에 대한 느낌을 많이 좌우하죠. 마치 여행지에서의 환상의 하루, 최악의 하루를 결정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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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이신가요?

그곳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었나요?


코로나 때문에 여행 못 간지도 한참인데.. 이렇게라도 미리 희망 회로를 돌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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