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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볍게 살 수 있을까

하루는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by 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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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이 삶의 모토로 삼는 한 줄의 문장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고 간단명료한 말인 듯 보이지만, 무게감은 남다릅니다. 원래 단순한 진리일수록 지키기 어렵기도 하구요.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문구를 접하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볍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딱 맞는 문장을 만났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로 살고 있던 제게 경종을 울린 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정확히 반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인생 전체의 계획은 정말 거창하게 세웁니다. 특히 새해가 되면 항상 다이어리를 사서 새로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목표를 달성해보리라 다짐하죠. 다이어리 빼곡히 5년 뒤의 목표, 10년 뒤의 목표, 20년 뒤의 목표 등 장기 목표를 세워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전력투구할 것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한 개인은 무력할 때가 많았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예전에 세웠던 장기 플랜을 보면 그중에 이룬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을 잘게 쪼갰을 때 나오는 하루하루, 더 쪼개자면 한 시간 한 시간, 그보다 더 쪼개 보자면 지금 이 순간을 밀도 있게, 촘촘하게 보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인생 전체를 잘 살아내는 것보다, 오늘을 잘 지내는 것.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성실하게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하루를 잘 살아낸 뒤에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 거죠.

우직하고 성실하게 매일을 밀도 있게 보내다 보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이룰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몇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몇 년이 모여 인생 전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가끔 삶에 치여 망각하곤 합니다.






인생 전체를 거창하게 생각할수록 가볍게 살아내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삶에 큰 의미 부여할수록 나만 힘들기도 하구요. 그냥 살아있으니 사는 겁니다. 사는 동안 즐겁게 살면 되는 거 아닐까요? 누구도 끝은 모릅니다. 언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구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느 정도 운명을 믿는 편입니다. 내가 언제 죽을지는 하늘의 소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갈 때 되면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끔 하구요. 그렇기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당장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을 성실히 살아내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면 예기지 못한 죽음이 닥쳐도 덜 후회되지 않을까요?(생각보다 그 시점이 빠르면 아쉽겠지만요) 최대한 눈감기 전에 후회할 만한 일을 적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어떤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인생 미션에 맞는 하루를 밀도 있게 사는 겁니다. 개인마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다르므로 미션 역시 달라지겠죠.

저의 인생 미션은 '좋은 글쓰기'이기 때문에, 또 죽기 직전까지 가능하면 글을 쓰고 싶기 때문에..

매일매일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직장을 열심히 다니는 것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매일 조금의 짬을 내어 내가 쓸 수 있는 만큼의 글을 쓰는 것도,

모두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기 위한 저 나름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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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고 계신가요?

아니면 되는대로 살면서, 거창한 인생의 무언가를 이루기 바라지는 않나요?

너무 당연하기에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거창한 무언가는 일단 치우고, 눈 앞에 놓인 일부터 성실히 처리해보세요.

그 시간이 겹겹이 쌓였을 때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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