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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01. 2021

넷플릭스를 해지한 이유

의지박약에게 극약


 6개월 정도 넷플릭스를 구독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신세계였죠. 넷플릭스의 바다에 빠져서 헤매다 보니 아침이고 밤이고 딱히 구분이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누워서 미국 드라마, 한국 드라마, 각종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몰아 보다 보면 시간이 후딱후딱 가있더군요. 사실 구독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왜 사람들이 그토록 넷플릭스 예찬론을 펼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넷플릭스에 빠져들수록 부작용 또한 생겨났습니다. 아래 이유들로 인해 결정적으로 해지를 결심했구요.






첫째, 점점 줄어가는 독서량


 원래는 무료했던 시간을 책으로 달랬습니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다가 서서히 잠드는 게 일상이었구요. 하지만 넷플릭스를 구독한 이후 바뀐 게 엎드려 책 읽는 대신, 누워서 넷플릭스를 켜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하루 한 회만 봐야지 싶다가도 막상 켜면 자제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책은 사실 '여기까지만 읽자' 조절하기가 쉬운데, 넷플릭스는 조절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 회만 더, 한 회만 더 하며 새벽 동터올 때까지 보는 날이 늘어갔죠. 중독성이 강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더 자제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을 물리적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책 좀 읽어야 하는데..' 마음먹고 책을 집어 들려다가도 눈 앞의 넷플릭스 프로그램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책 보다 넷플릭스가 훨씬 재밌다 보니 선뜻 책을 집어 들지 않게 되더군요. 점점 책장 위에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갔습니다.



둘째, 심해지는 불면증


 원래도 불면증이 좀 있긴 한데요.

매일 밤 자기 전에 자극적인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불면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잠들기 직전에 전자 기기를 가까이하면 숙면에 좋지 않은 건 다들 아시죠? 저도 그래서 가급적 취침 두 시간 전부터는 핸드폰도 멀리하려 노력했었는데요. 그 허전한 시간은 독서로 채웠었구요. 그런데 독서 대신 넷플릭스를 하다 보니 숙면 리듬도 완전히 깨졌습니다. 안 그래도 숙면에 안 좋은 전자기기에 자극적인 콘텐츠까지 더해지니 잠은 더 멀리 달아났죠. 어렵게 넷플릭스를 끄고 침대에 누워도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아 '에잇 이럴 거면 궁금한 다음 화나 이어서 보자' 하고 다시 넷플릭스를 켜고, 좀비 마냥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날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때가 많았구요.



셋째, 좁아지는 인간관계


 넷플릭스 덕에 주말이 풍성했습니다. 미국에 영국에 일본에 중국에, 각국의 드라마와 영화로 가상의 해외여행을 떠나느라 아주 바빴죠. 현실은 집구석에 있었지만, 넷플릭스와 함께면 낯선 공간에 화려한 사람들과의 관계, 또 멋진 남자 친구와의 하루를 보낼 수 있더군요. 잠시나마 우울한 현실을 잊을 수 있어 대리만족에 제격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모임도 없고 사람 만날 기회도 적다 보니, 주말에 어디 나가서 누굴 만나는 것 대신 넷플릭스를 보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몰아보고 싶어 약속 취소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시청을 끝낸 후였습니다. 끝나고 나면 발 딛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며 공허함과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제대로 현타가 오는 거죠. 화려한 사람들과 멋진 남자 친구는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물론 의지력 강한 분들은 적당히 조절해서 보면 너무 좋은 취미겠지만..

저는 의지박약인지라 하루에 시청하는 시간이 조절이 잘 안되어서..

그리고 넷플릭스를 너무 오래 보다 보니 점점 삶이 피폐해져서 해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생각이 바뀌어 재구독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지하고 당분간 좀 소홀했던 독서를 몰아서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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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넷플릭스 구독하고 계신가요~?

본인만의 밸런스 유지 비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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