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Sep 06. 2021

계속 쓰면 잘 써져요!?

재능 vs 노력



 글 쓰는 데 있어 타고난 재능이 중요할까요, 노력이 중요할까요?

비단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예술 계통 전체에 적용해볼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예술가 중에 선천적인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한 살리에르처럼, 아무리 애써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간극에 위압감을 느낄 때가 있죠.


 저는 제가 작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정말 잘 쓰는 작가들의 필력과 마주할 때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구요. 나무랄 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유려한 문체를 보며 좌절감에 빠져들죠. 그런 글들을 읽고 나면 갑자기 내 글이 너무 형편없는 것만 같고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능력도 안되면서 괜한 욕심에 꿈이랍시고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슬럼프에 빠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노력보다 재능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으면, 계속 글을 써나갈 동력을 잃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동기부여도 안되구요. '노력해봤자 재능 있는 사람을 못 이길 텐데..'라는 짙은 패배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한 글자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작가로서 사망선고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자기 최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우위이냐'는 오랜 논쟁거리이지만, 계속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글쓰기에 중요한 건 재능보다는 노력이다!'라고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워낙 저질체력에 몸치인지라 아무리 해도 운동이 늘지 않아 포기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악화되는 건강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운동을 시작했죠. 타고난 저질체력인 제가 각고의 노력 끝에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을 하는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느낀 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건데요. 매일 꾸준하게 하다 보니 조금씩 변화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어제는 되지 않았던 동작이 연습과 노력으로 오늘은 성공할 때 체감하는데요. 처음에는 온통 물렁살에 근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몸뚱이도 계속 운동을 반복하니 조금이나마 근력이 잡히더군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와의 싸움이지만, 포기하고 싶어질 때 비로소 쑥 자란 실력과 마주하게 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운동처럼 글도 쓰면 쓸수록 늡니다. 물론 타고나기를 천부적인 필력을 가진 천재 작가들도 있지만, 결국엔 꾸준히 쓰는 사람을 이기질 못합니다. 평범한 사람도 생각을 정리해서 계속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필력이 늘기 마련입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몸이 단단해지고 근력이 생기듯, 글쓰기 역시도 꾸준히 단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순간 뮤즈가 찾아와서 미친 듯이 좋은 글을 쓰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뮤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온다구요. 글이 잘 써질 때를 찾고 기다려 영감을 받아 쓰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각에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글 쓰는 시간에 비례해서 필력이 좋아지는 게 바로바로 보이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는 만큼 실력 향상이 바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소위 말하는 포텐 터질 때가 있습니다. 효과가 마치 계단식으로 나타나는 거죠. 계속 안되던 운동 동작이 어느 순간 되었던 것처럼, 글쓰기 실력 역시 평소엔 체감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높은 경지에 올라오는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주 초창기에 썼던 글을 보면 차마 올리지도 못할 만큼 오글거리고 부족한 점 투성이인데, 최근에 올린 글을 보면 예전보다는 많이 다듬어졌다는 것을 느낍니다(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요).






 한창 왜 내 필력은 늘지 않을까 자괴감에 빠져 의기소침해있던 제게 지인이 얘기하더군요. 10년은 해봐야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죽을 때까지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쓰면 점점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또 재능이 있든 없든 한 명이라도 제 글을 좋아해 주는 분이 계시다면 계속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리고 한 가지 합리화를 해보자면, 저는 글을 쓸 때 화려한 기교나 필력보다도 그 안에 담긴 콘텐츠의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의 경우에는 더더욱이요. 글의 진정성은 작가의 애티튜드와 맞닿아있는 부분이죠. 얼마나 글 앞에서 솔직하고 진지할 수 있는지는 노력한다고 길러지는 영역은 아니니까요. 그에 반해 기교나 필력은 쓰면 쓸수록, 노력하면 할수록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

.


혹시 들러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쓰기에 재능과 노력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느끼시나요?


다양한 의견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글감 찾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