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set helper
이전에 브런치 작가 1주년 기념으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오직 저를 위해서 썼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어서, 글 쓸 때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느낌이 들어서 등 개인적인 괴로움을 해소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저를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 최근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미세하게 방향이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이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상황에 딱 필요한 말이었다', '위로를 받았다'와 같은 피드백은, 글쓰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거라고는 한낱 글쓴 것 밖에 없는데, 위로나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 황송하기도 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앞으로 쓰는 글이 단순히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고, 무언가 같은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아직 마음 상처가 가시지 않은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우연히 접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이런 생각에 좀 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만약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다면)
Or cool one pain
(또는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Or help one fainting robin
(또는 기진맥진 지친 울새 한 마리를 도울 수 있다면)
Unto his nest again
(둥지에 다시 넣어 줄 수 있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By Emily Dickinson
내가 쓴 글의 한 구절로 인해 누군가의 무너지는 마음을 달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글을 써나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살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무너지는 마음을 겪었던 적이 많기에, 그리고 그 마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온갖 군데의 활자들을 유랑해보았기에, 누군가 제 글을 읽고 힘든 마음을 위로받고 또 치유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마음 상태를 조금이나마 편한 상태로 바꾸는데 일조하는 거죠. 쉽게 말해 'Mindset helper(마음가짐 조력자)' 역할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누군가 꿈을 물으면 '작가'라고 대답을 했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작가=글 쓰는 사람이고, 이미 저는 글을 쓰고 있으니 '작가'가 되는 것에 너무 큰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겠더군요. 단지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이 좀 더 편해지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인생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떤 상황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투입 대비 훨씬 결과가 좋았거든요. 딱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아니고, 단지 마음 에너지의 방향만 바꿔 주면 됩니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현실성도 있고.. 시도해보니 다른 분들도 꼭 편안해지는 마음을 경험해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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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는 활자로 존재할 당시에는 오직 기록으로써만 기능할 뿐이고,
그 글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었을 때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단순히 기록된 글에서 나아가 한 사람의 지친 마음을 보듬고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