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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ug 16. 2022

지금 당신이 불안한 이유



 한창 불안 지수가 높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몰라서 방황했던 20대였는데요. 

친구들과 만나서 막막함을 토로하고, 혼자 있을 때도 갖은 생각에 휩싸여 불면증까지 오기도 했지만, 정작 불안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걸 한번 해볼까', '저걸 해볼까', '아니야 그게 낫겠지' 머릿속은 바삐 움직였지만 실행은 하지 않았지요. 그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뿐이었습니다.


 어느 한 가지에 꽂혀서 이걸 해볼까 싶다가도 막상 첫 발을 내딛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싶으면 빠르게 마음을 접었죠(힘들 것이라 귀결되도록, 생각을 이어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동안 방황하다가, 누군가 해준 이야기에, 그리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에 귀가 팔랑거려 또다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온갖 걱정에 일은 흐지부지 되었고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내적 갈등과 방황의 무한반복이었죠.




 당시 이런 제 모습에 친구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불안해하는 거야?


 그 말마따나 불안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돌이켜보니 불안은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걱정만 주구장창 할 때 찾아오곤 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랬습니다. 저는 시험기간에 주로 놀면서 불안해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책상 앞에는 앉아 있으나 갖은 공상과 딴짓으로 의미 없는 시간만 흘려보내는 때가 많았죠. 차라리 제대로 놀았다면 후회는 없었을 텐데, 놀면서도 걱정을 하니 불안은 점점 커지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진로 고민으로 불안하던 당시에도 '생각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발을 담가서 직접 해봐야 했습니다.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몸이라도 움직여야 했고요. 직접 그 일을 해보거나,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만나거나, 이도 저도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 검색이나 그 분야의 책을 찾아볼 수도 있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의 고민부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다소 무거운 걱정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하지만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지 않아 불안했던 것처럼, 진로 고민을 하며 초초했던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백날 걱정만 해봐야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해결되는 것도 없고요. 도리어 여러 정확치 않은 정보가 뒤섞여 혼란스러워질 가능성만 높아집니다.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회차가 있습니다. 

배우 배두나님이 출연한 편이었는데, '일'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배우'라는 업의 특성상 아무래도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 이어졌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대중들의 인기는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허상과 같은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녀 또한 미래에 일이 없으면 어떡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고 했고요. 그날을 대비하여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느냐 MC가 묻자,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더 열심히 합니다.


 어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했던 제 생각을 단박에 깨준 말이었습니다. 거창하게 무얼 할 것이고, 이러한 준비를 할 예정이라는 막연함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집중하여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안한 미래의 대안은 오로지 지금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걸 그녀는 일찌감치 깨달은 겁니다. 쉬지 않고 계속 작품 활동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이 너무 아까우므로,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하죠. 몸담은 분야에서 이미 최정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

.

.


지금 실체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으신가요?

실행은 하지 않으면서 주저앉아 걱정만 하고 있지는 않나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두렵더라도 일단 한 발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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