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생
직장에 다니면 매일의 루틴이 비슷합니다.
평일에는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 먹고, 다시 오후에 일하고, 퇴근해서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개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잠깐의 아침 시간과 퇴근 이후 저녁시간뿐이죠(그것도 야근하지 않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잠깐의 자유시간은 어영부영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곤 합니다.
주말 역시 시간이 빨리 갑니다. 평일에 못한 빈둥거림을 만끽하거나 미뤄뒀던 것들을 하다 보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갈 때가 많고요.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불현듯 한 달이 지나 있고, 몇 장의 달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해가 바뀌어 있지요. 같은 날을 쳇바퀴 돌듯이 살다 보면, 가끔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로울 때가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그만큼씩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스개 소리로 10대는 10km/h로, 30대는 30km/h로, 50대는 50km/h의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고 하죠.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생활이 점점 단조로워지는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면, 시간이 더욱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지만, 세월은 쏜살 같이 흘러갑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므로 딱히 기억날 게 없는 겁니다.
평범한 일상의 한 달보다, 여행지에서의 일주일이 더 강렬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행지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비슷한 날일 때가 많죠. 새로울 게 없고 특별할 것도 없으므로 설렘을 느끼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매일 비슷한 날에 지치기 쉽고요. 생각해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무기력해지는 것도, 우울해지는 것도 일상의 반복의 굴레에 빠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성취해낸 사람은 이러한 무한 반복의 굴레에 지치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만화 '미생'에서 보았던 글귀가 기억납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사실 대부분의 일상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흔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순간순간이 설레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하기 싫어지거나 지루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요.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람들의 노선은 갈립니다. 지치고 힘들다며 포기하는 사람과, 묵묵히 일상에 지지 않고 해내는 사람으로 말이죠.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입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과 물리적인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녹록지 않아서 때로는 조급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정체 구간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지치는 시점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임계점을 넘어선 이후에 비로소 성장하거나, 기회를 잡고 인정받는 타이밍이 옵니다. 다들 지루해하는 순간에 그만두지 않고 묵묵히 그 기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성장하고, 또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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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소망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지 않기를,
그리고 그 끝에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