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도전기
시작은 지인의 '유튜브도 한 번 해보지 그래?'라는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림 작업해두는 과정을 영상으로 편집해서 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주었지요. 그 말에 저 또한 유튜브라는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듣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죠. 콘텐츠는 제가 쓴 글을 읽어주는 내레이션에, 영상은 그림 작업 부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기획했습니다. 기획 후에 유튜브 개설 준비에 매진해왔습니다. 최근 3개월 정도 평일 저녁과 주말 시간을 고스란히 반납해서 준비를 했죠. 좀 더 퀄리티 있는 내레이션을 위해서 보이스 학원에 등록해서 다니기도 하고, 연습한답시고 몇 백건의 녹음을 하기도 했으며, 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유튜브 채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채널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로움이 녹아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본 이욱정 푸드 다큐멘터리 PD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운 이후에는 타인 요리의 품평을 함부로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요리 하나 만들어지는데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거친다는 것을 직접 해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거죠.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 구독자 입장에서 볼 때는 별생각 없이, '왜 영상이 매끄럽지 못하지, 소리는 왜 이렇게 작지, 내레이션이 어색해.' 등 쉽게 평가했다면, 이제는 그 정도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간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처음 호기로운 다짐과 달리, 실제로 해보니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대충 하고 싶지는 않아서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가 되었고요. 유튜브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게 되어 정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에는 소홀하게 되었지요. 기존에 글을 쓰는데 공을 들였던 시간을 영상 제작이나 편집, 내레이션 녹음에 할애하고 나니, 점점 글의 퀄리티는 떨어져 갔습니다. 구독자님들과 약속했던 콘텐츠 업로드는 지켜야 하니 어떻게든 마감 기한에 맞춰 글은 발행했지만 어느 순간 만족스럽지 않은 작업물을 억지로 내보내는 제 자신을 발견했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글쓰기와 유튜브 두 가지에 매진하기가 버거워졌습니다. 일을 하면서 병행하자니 물리적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도 했고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유튜브는 여기에서 잠시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포기하는데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가장 큰 건 일단 기회비용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동안 투자했던 시간, 노력, 돈 등의 각종 비용들이 아까웠습니다. 무언가 아웃풋이라도 있다면 덜 억울할 텐데, 그게 아니다 보니 그동안 투입했던 것들이 무용지물 되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들 또한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고생했다 해도 사실 결과물이 있다면 덜 속상할 텐데 아웃풋은 없이 헛된 시간만 쓴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또한, 포기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끝까지 해내고 싶었는데 흐지부지 끝내버리다니, 뭔가 제 자신에게 지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한편으로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유튜브에 도전할 거라 말했는데, 맺음을 못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끈을 붙잡고 꽤 오래 이어왔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는데요. '합격'이라는 결과물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을 때, 두 가지 느낌을 모두 받았습니다.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과 포기했다는 찝찝함 말이죠. 여기에 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까지 얹어져 마음이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포기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그에 투입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을 수 있었고, 다양한 사회경험으로 채울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포기하지 않고 그 끈을 계속 이어왔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었을 겁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건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겁니다. 하루 24시간의 시간 뿐 아니라, 비용과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슬기롭게 배분하지 않고 중구난방 흩뿌리다 보면 번아웃 상태에 다다르는 것 같습니다. 문득 이전에 읽었던 책 'the one thing(원씽)' 속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단 메시지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애쓰다 길을 잃는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유튜브에 쏟을 에너지를 좋은 '글'을 쓰는 것에 사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지금의 결정이 최선이라 믿습니다. 지금은 잠정 중단했지만 나중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죠. 한 번 해봤으니, 그리고 그 끝을 경험해봤으니 후회는 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연마했던 시간도 내게 도움이 되는, 나중에 언젠가는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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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끝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련과 아쉬움에 놓아야 하는 끈을 차마 놓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용기를 내보셨으면 합니다.
시작에 용기가 필요하듯, 끝내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문득, '포기'가 꼭 가야할 길에 대한 핑곗거리로 활용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