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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Nov 02. 2022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다른 시선



 직장에서 보도 자료를 작성할 때가 있습니다. 담당하는 사업의 홍보를 위해서, 행사 안내나 치적 사항을 작성하여 언론사에 배포하는 거죠. 언론사에서는 여러 곳에서 취합한 기사를 취사 선택하여 분량을 다듬어 기사로 내보냅니다. 보도 자료를 작성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읽던 기사가 사실은 배포한 곳의 프레임에 맞춰서 작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배포하는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은 최대한 가공하여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여 내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짜 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지 메이킹된 기사랄까요. 그렇게 대중은 작성자가 원하는 프레임에 맞춘 기사를 읽게 되는 셈이지요. 독자가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눈이 없다면, 고스란히 그에 맞춰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걸 몰랐을 때에는 사실 별생각 없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뉴스 기사만 읽고 단편적으로 판단했지요.

예를 들어 'A가 B를 기만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본다면, 'A가 나쁘네.'라고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겁니다. 기사 이면의 일까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사례들을 많이 접한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양쪽 입장 다 들어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신중해졌달까요. 자칫 언론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향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제가 좋아하는 영어 속담입니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뜻을 담고 있죠. 평소 어렵긴 하지만, 한쪽으로 쏠린 시각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편향된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이지요.


 문득 신입 면접 단골 질문이 생각납니다. '조직에서 불합리한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일반적인 답변은 '사규에 어긋나거나 위법한 일이 아닌지를 먼저 확인한 후에 행동한다.'이지만, 실제로 근무하다 보면 오랜 관행처럼 내려오던 업무 처리로 인해 나 혼자 정의감에 불탈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곤 합니다. 그걸 무시하고 원리원칙대로 하자니, 융통성이 없다며 되려 면박을 받기도 하고요.

 특히 조직에서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권자인 윗분들의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운이 나빠서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독박쓰게 되지요. 사실 따르지 않자니 조직 내 입지가 위태로워져서 상사의 명령대로 따랐을 뿐인데, 책임을 추궁 당하고, 정작 모든 것을 설계했던 사람은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처럼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고 '잘못했네'라고 당사자를 향해 손가락질 하지만 -물론 실제로 그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오해인 부분이 있다면, 그 나름의 사정이나 입장이 있었다면, 덮어 놓고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섣불리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을까요? 과연 내가 같은 상황일 때 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마녀사냥 식의 언론 보도나 댓글을 볼 때면, 조금 냉정함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덮어놓고 남들 따라서 욕하거나, 언론이 만든 프레임대로 휩쓸려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동일한 글에 너무도 다른 시각의 댓글이 달린 것을 읽을 때 체감하곤 합니다.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또 이해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낍니다. 동일한 현상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옳은 일이 그른 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른 일이 옳은 일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아직 어렵기는 하지만, 어떤 현상을 볼 때 단편적인 사실 관계가 아닌, 그 이면의 가능성까지 보려고 합니다. 또한 내가 해석한 것이 전부라고 섣불리 일반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가끔 직장에서 언짢게 하는 상사나 동료를 마주할 때, '그도 그만의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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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떠신가요?

서로 다른 입장 차로 인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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