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도전!
제게는 '못 한다 리스트'가 있습니다. '못한다 리스트'에 있는 것들의 공통점은 누군가 물었을 때 '아~ 저는 잘 못해서요.'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는 겁니다. 지레 자신이 없어서 아예 시도해볼 생각 자체도 하지 않습니다.
제 '못 한다' 리스트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였습니다. 예전에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몇 년 동안 타지 않았거든요. 꽤 오래 '못 한다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지요. 새로 옮긴 근무지 교통편이 살짝 애매해서, 자전거 타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곤 했었는데요. 그때마다 '저는 자전거 잘 못 타서요.'라고 회피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가 공유 자전거로 시도해보라며 제안했고, 불안했지만 한번 타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마주했을 때 모든 게 생소했습니다. 안장 내리는 법, 기어 변속하는 법, 파킹하는 법, 브레이크 잡는 법, 핸들 조작하는 법 등,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처음 배우듯 하나하나 다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빨리 늘고 싶은 욕심에 급한 마음으로 서두르다가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길에서의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들을 사실 예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문득 예전에 운전 연수받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운전연수 강사님은 입버릇처럼 제게 말씀하곤 했습니다.
서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세요
조급함에 핸들을 급히 꺾거나, 불안함에 시야 확보를 못하고 운전대에 바짝 몸을 기대어 운전하려는 제게, 자주 이렇게 얘기하셨습니다. '서둘지 말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 말이 가끔 생각납니다. 무언가 급하게 하거나 서두르려 할 때마다 공연히 일을 그르치곤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자전거 라이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둘지 말고,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 많았지요. 그러면서 서서히 익숙해졌고, 타는 시간과 비례하여 점점 몸에 익어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앞에서 리드하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했던 것도, 옆에 차가 지나가는 도로 주행이 무서웠던 것도, 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 어찌할 바 몰라했던 것도, 모두 시간이 지나니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질주하는 느낌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자연 속의 산책도 좋아하긴 하지만, 자전거는 좋은 풍경을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마치 문 하나 없이 뻥 뚫린 오픈카에 앉아 달리는 느낌이랄까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인데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잡생각이 들지 않고 그냥 온전히 지금에 몰입하게 됩니다. 일단 주행에 집중해야 해서기도 했고, 아무래도 아직 완전한 안정감이 없는지라 계속 긴장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인이 공유 자전거로 입문한 뒤에 자전거 세계에 흠뻑 빠져서, 이런저런 자전거 용품이며 꽤 고가의 로드 자전거까지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이제야 공감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라이딩에 재미를 붙여, 최근에는 꽤 자주 자전거를 탑니다. 그동안 재갈이 물려있던 본능(?)이 봉인 해제되어 더 그런가 봅니다. 조금씩 타다 보니 늘었고, 지금은 자전거 타고 출근할 정도로 처음보다 꽤 발전했습니다. 아직 코너링이 조금 불안하고, 오르 내리막이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싶을 정도로 라이딩하는 시간이 꽤 재밌고, 또 행복하죠.
결국 이제와 생각해보니, 사실 필요했던 건 아주 사소한 용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저도 모르게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나도 모르게 못한다 못한다 하니 잘하려야 잘할 수가 없었던 거지요. 물론 내 상태를 객관화하여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이 지나치면 자신감을 갉아먹는 괴물이 등장하나 봅니다.
이번 자전거 타기를 계기로 '못 한다 리스트'에서 목록 한 가지가 줄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다음엔 또 어떤 '못 하는 일'에 한 번 도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