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하는 파 vs 당하는 파
평소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수동적이어서 연락 오면 답은 하고 만나자면 만나긴 하지만, 먼저 만나자고 하거나 연락은 잘 안 하는 편입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에는 종종 연락하는 편이지만, 나머지 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주로 오는 연락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떠올리더라도, 가끔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정도이고요. 이렇게 먼저 연락 오는 사람에게 관계의 지속을 내맡기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더 깊고 좁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관계에 있어서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이어질 인연이면 어떻게든 이어지지 않을까(설사 연락을 자주 안 하더라도) 생각했었지요.
그러던 중 오랜만에 지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으니, 벌써 안 만난 지 몇 년도 더 되었더군요. 잘 지내느냐는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지인이 먼저 연락 좀 하라며 서운함을 내비쳤지요.
나만 보고 싶은 거야? 서운해!!
원래 연락 잘 안 하는 편인 거 알지 않느냐며 웃으며 넘겼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더군요. 지인도 워낙 친한 사이라서 장난스럽게 말했다는 걸 알지만, 내내 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지인이 먼저 연락했던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이 있고 오래지 않아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화두가 되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작은 서로의 MBTI에 관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E형이 주로 먼저 연락하는 쪽이고, I형은 주로 연락을 당하는 쪽 아니냐는 말 끝에 대화의 주제는 '왜 도대체 먼저 연락하는 사람만 연락하는가'로 흘러갔지요. 공교롭게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주로 '연락하는 파'와 '연락 당하는 파'가 비슷하게 나뉘었습니다.
'연락하는 파'의 입장은 이랬습니다.
내가 연락해도 진짜 반가운 거야?
싫은데 계속 나만 연락하는 느낌이 든다구!!
가끔은 나도 힘들어
반면, 저를 포함한 '연락 당하는 파'의 입장은 이랬죠.
싫은 게 아니야.. (안 하는 걸 뿐)
가끔은 집에 있는 나를 끌어내줘서 고맙다구~~ (표현을 안 할 뿐)
그냥 귀찮을 뿐이야
'연락하는 파'의 입장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연락 먼저 하는 친구들의 경우, 으레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원래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니야.'라며 느슨하게 관계를 대하는 사이, 상대는 지쳐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연히 먼저 연락을 취하는 쪽에서는 그게 더 좋아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각자 성향 차이라고 느꼈을 뿐인데- 그들도 나름 노력을 하는 것이었고, 거절의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물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연락하는 파'의 친구도 있었습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그동안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원래 연락 안 하는 편이니까'라는 핑계로 관계에 수동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좋은 인연을 떠나보낸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때는 단순히 유효기간이 다해서 인간관계가 끝난 줄 알았지만, 생각해보면 관계에도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굳이 이어가고 싶지 않은 관계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계속 같이 가고 싶은 인연이라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애쓰는 게 아닌, 쌍방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요).
연락 횟수가 꼭 마음의 크기에 비례하는 건 아니므로
인연이면 어떻게든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먼저 연락하려는 노력도 좀 필요하다 싶습니다.
이제 곧 연말인데, 소중한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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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하는 파' vs '연락 당하는 파'
독자님은 주로 어느 쪽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