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Sep 11. 2023

행운을 불러들이는 소소한 팁

잘~~~ 받기



 얼마 전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직장동료와 주변 지인들에게 휴가 다녀오며 사 온 선물을 건넸지요. 선물을 건네받는 사람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인 점이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반응 1 : 무덤덤하고 담백하게 받아들인다.

반응 2 : 진심으로 기뻐하며 고맙게 받아들인다.

반응 3 : 멋쩍어하며 불편해한다. 뭘 이런 걸 다 주느냐며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지막 반응을 접하며 문득 이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받는다는 게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하자니 왠지 멋쩍고 또 미안함이 뒤엉켜 '뭘 이런 걸 다 주느냐며' 거절하는 뉘앙스를 비치거나 실제로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받고 나면 왠지 계면쩍고 미안해서 덥석 받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받고 난 이후엔 나도 언젠가 보답을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전전긍긍하곤 했습니다. 왠지 기브 앤 테이크처럼 나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돌려주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죠. 누군가가 제게 베푸는 호의는 늘 '언젠가는 되갚아주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특히 아무런 이유 없이 무언가를 받으면, 나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것을 꼭 돌려줘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죠. 그리고 기억해 두었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서 되갚아주곤 했습니다. 일종의 의무감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기필코 호의를 되갚아주고는 '드디어 도리를 다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주시는 것들도 항상 '감사함'보다는 '미안함'을 먼저 느끼며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학원비나 옷, 신발 등을 사주실 때 넉넉지 못한 형편에 무언가를 받는 것이 죄송스러웠지요.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패턴은 이어졌습니다. 회식에서도 가능하면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을 주문하려 노력했고, 또 누군가가 베푸는 호의에 "아… 저는 괜찮은데…… 그럼… 아… 고맙습니다." 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감사를 표하곤 했습니다. 누군가 주는 호의에 대체로 멋쩍음과 미안함으로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그 호의가 내 기대보다 훨씬 클 경우에 그런 현상은 더 도드라졌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또 우연한 계기로 이 생각은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느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잘 받을 줄 아는 사람에게, 좋은 것들이 더 많이 흘러들어온다.


 여기서의 방점은 '잘'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당연시하며 받기만 하라는 소리가 아니라(그러면 자칫 민폐가 되지요), 상대의 호의를 감사하게, 충분히 그 마음을 표현하며 받을 때 좋은 것들이 더 많이 흘러들어온다는 겁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유난히 잘 받았던 직장 후배가 떠올랐습니다. 회식자리에서, 늘 메뉴의 가격을 보며 눈치를 봤던 저와는 달리 그녀는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약간의 애교 섞인 말투로 "이거 시키면 안 될까요~?" 묻고는, 상사가 오케이하면 세상 모든 걸 가진 것처럼 크게 리액션을 하며 맛있게 먹었죠. "와~ 진짜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이런 것도 다 먹어보네요~" 그 외에도 그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누군가 주는 호의를 넙죽넙죽 잘 받고, 고마움도 항상 듬뿍 담아 표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이나 예기치 않은 행운도 그녀에게 유독 자주 찾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더불어 이전의 충격적이었던 인도 여행도 떠올랐습니다. 거리에서 너무도 당당히 적선을 요구하는 풍경에 당황하는 제 모습을 보고, 누군가 말했죠. 인도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본인이 적선하는 사람의 덕을 쌓게 돕는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덕을 쌓게 도와줬잖아?'라며 오히려 당당해하고, 또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 말을 듣고 당시에는 뭐 그런 논리가 다 있나 황당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 적선이나 기부를 한다면 그 역시 그 만한 능력이 되니 나누는 것이고, 그가 나누는 행운이 다시 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그래도 선의를 강요하는 행위는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누군가 무언가를 베푼다는 건 그만한 여유가 있다는 것이고, 줄 만한 상황이나 능력이 돼서 주는 것이므로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베푸는 사람도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고 점차 사회 전역으로 확산되어 선순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멋쩍어하거나 거절하면 선의로 나누었던 사람만 도리어 민망하게 만들 뿐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잘~~ 받는 게 중요하지요. 상대가 준 보람이 있게 말입니다. 고마움을 '기억'하고 나중에 기회 생기면 나 역시 그렇게 나누면 되는 것이지, 그 마음 자체를 불편해하는 건 어쩌면 베푼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 연차가 늘어나고 나이가 들며 무언가를 나눌 기회가 많다 보니 알겠더군요. 기왕이면 주었을 때 멋쩍어하거나 미안해하는 상대를 보는 것보다(부담스러운 건가, 내가 괜한 짓을 했나 후회되기도 하고), 기쁘고 감사하게 받는 것이 훨씬 더 보람도 있고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덮어놓고 받기만 하는 건 도리에 살짝 어긋나긴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받기만 하고, 고마움의 표현이나 일언반구도 없이 덥석 가로채는 태도는 인정상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받은 것에 충분히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그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깊은 감사의 표현이 우러나기도 하고요. 또한 이렇게 받은 것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보다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받았을 때 느끼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걸 받을 자격이 있다', '넝쿨째 들어온 행운에 감사한다'라는 충만한 마음 말이죠. 사실 무언가를 받는다는 건 '예기치 못한 행운'과도 같습니다. 이전에 제가 무언가를 받고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어찌 보면 '예기치 못한 행운'이 불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도 있었을 수 있고요. 






 언젠가부터 무언가를 받으면 깊이 감사를 느끼고 충분히 그 마음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호의를 받으면 멋쩍고 왠지 민망했는데, 요즘에는 넙죽 잘 받고 감사 표현을 아끼지 않지요. 그랬더니 일상에서 생각지 못하게 좋은 것들이 많이 흘러 들어오는 편입니다. 피자 한 조각을 주문했는데, 갑자기 한 조각이 더 생기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할인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 지나가다 들렀다면서 간식을 한 아름 안겨주기도 합니다.  비단 눈에 보이는 물질뿐 아니라 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받는 태도는 행운과도 연결되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무언가를 내게 줄 때 그것을 감사하고 기쁘게 받는 연습이 되어있으면, 일상의 행운에도 그렇게 대처하게 됩니다. 예기치 못한 행운이 닥쳤을 때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것이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감사하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럴수록 일상의 소소한 행운이 많이 끌려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전과 같았으면 갑작스러운 행운이 당황스럽고 그리 편치 않았을테지만, 지금은 내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행운을 감사히 맞이할 수 있게 되었죠.


.

.

.


당신은 누군가 주는 행운을 잘~~ 받고 계신가요?


일상에서 소소한 행운을 끌어당기고 싶다면..

갑자기 찾아온 행운 손님을 기쁘고 감사히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