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력(力) 기르기
'고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왠지 외롭다거나, 고립되어 있다거나 하는 쓸쓸한 느낌이 우선 떠오르실 겁니다. 어떤 무리와 동떨어져서 덩그러니 혼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고독에 '력'을 붙이면 느낌이 좀 달라집니다. '고독력(solitude)'이라는 단어는 '고독을 당당하게 누리는 힘'이라는 뜻으로 ‘외로움’이라는 단어 'loneliness'와 구분되게 'solitude'를 심리학적인 의미에서 사용한 용어입니다. 어찌 보면 고독을 즐거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왠지 '고독'이라고 하면 우울하고 쓸쓸한, 수동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고독력'의 경우에는 '력(力)'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느낌이 듭니다. '고독력'은 혼자 있어 외롭다고 느끼는 '고독감'과 대비되어, '홀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 힘'을 의미하는 말로 종종 인용되기도 합니다.
고독에 대해 논하자니, 문득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떠오릅니다. 그는 혼자 있는 사람보다 혼자 설 수 없는 사람이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혼자 설 수 없으므로 무리를 짓는다면서, 무리 짓는 사람들을 되려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들로 낮추어 말하지요. 혼자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관계를 의무적으로 맺기 위해 노력한다는 겁니다. 무리 짓는 사람을 의존적이고 나약한 이미지로, 반면 혼자 있는 사람을 자립적이고 늠름한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오늘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인싸'라 추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또한, 이전에 화제가 되었던 가수 박진영의 유튜브 영상이 기억납니다. '인맥 무용론'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었죠. 그는 인간이란 이해타산적인 존재여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무언가 상대방에게 얻을 게 있어야 만난다는 거죠. 그러므로 의미 없이 인맥 유지를 위해 애쓰는 대신, 일단 내 능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상대가 필요하면 나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요. 굳이 인맥을 관리하지 않더라도 의지와 목표를 향해 행동하면 사람들이 저절로 모인다는 겁니다. 내가 성장하여 잘되고 능력 있다면 자연히 사람들이 찾을 것이나, 나를 키우지 않고 인맥에만 의존하려 들면 결국 모두 떠나갈 것이므로, 의미 없는 모임에 참여할 시간에 나를 더 발전시키고 갈고닦을 것을 권장합니다. 영상을 보고 고독을 활용하는 신선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평소 고독을 즐기는 편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워낙 좋아하고, 인간관계 역시 좁고 깊게 맺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렇게 살면서도 문득문득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건가? 한켠에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좀 많이 만나야 할까?', '너무 좁게 관계를 맺으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모임에 나간 적도 있고, 연락이 뜸한 친구에게도 먼저 연락을 건네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려 노력했었죠. 사회적인 시선도 일부 영향을 주었습니다. 뭔가 항상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주변이 북적거리는 것을 더 이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친구가 많은 게 인간성이 좋고 쾌활하며 사회성이 높다는 이미지를 주곤 합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 사람을 흔히 '아싸'라고 표현하며 폄하하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점점 바뀌더군요. 영원할 것 같았던 사이도 별것 아닌 일로 끝나는 것을 목도하고 보니, 관계유지를 노력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던가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았습니다.
요즘은 주기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관계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편입니다. 물리적 연결보다 더 중요한 건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생각해 보면, 같이 있지만 서로 따로국밥인 관계도 많으니까요. 억지로 이어가려 노력하는 관계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관계가 장기적으로 보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게 지낼만한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좋지만, 혼자여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잘 지낼 수 있기 위해선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함께 있을 땐 함께 즐기되,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제가 고독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그러고 보면 고독력이란 '내가 나와 연결될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관계를 잘 맺어, 나와 연결된 느낌만으로 충만한 상태인 거죠. 외부의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아도 그리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겁니다. 어디선가 '몰입할 것을 찾으면 고독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몰입의 상태에 돌입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게 됩니다. 몰입이 극도에 이르면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이 오기도 하죠. 외부가 아닌 내부의 나와 연결된 상태입니다. 자신이 자신과 연결되면 혼자 무언가를 하더라도 외로운 감정을 느끼거나, 다른 잡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독력은 무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몰두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고독력이 많이 길러진 시점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였습니다. 무언가 열정을 쏟을 대상을 만난 이후부터지요.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 중에는 '푹 빠져서 할 만한 무언가'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공허한 기분을 털어내려 하는 거죠. 하지만 상대에게 의존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고독이 해결되지는 않으므로, 내부의 고독력을 키워서 나를 주체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
.
.
지금 고독에 휩싸여 괴로운 당신에게,
외롭고 불안하다면 고독력(力)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요?
무언가 나만의 몰입할 대상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