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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ug 16. 2023

휴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면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최근 독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독서법 다루는 책을 여러 권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동진 저자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도 그러던 중 집어든 책이었는데요. 책 전반부에는 책과 독서에 관한 저자의 직접적인 생각을 다루고 있고, 책 후반부에 씨네21 이다혜 기자와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저자의 생각을 친근하고 디테일하게 전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반부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후반부에서 특히 '행복'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서 방식에 관한 내용에 도움을 얻고자 읽게 된 책인데, 전혀 생각지 못한 의외의 부분에서 깊이 공감하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게 독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내게 울림을 주는 문장을 만나는 것 말이죠. 요즈음 제가 했던 생각들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고, 또 그것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주니 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아래에 제게 울림을 준 구절들을 소개합니다.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에요.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이 있잖아요. 남극에 가보겠다, 죽기 전에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싶다, 우유니 사막을 방문하고 싶다 이런 것. 한번 보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고, 실제로 가보면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게 행복이 아니고 쾌락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은 이미 많이 알려진 말입니다.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저는 예전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평일 루틴은 [기상 - 출근 - 점심 - 퇴근 - (야근 또는 회식) - 뒹굴거리며 하루 마무리]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일 회사에 있던 시간은 내가 나로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이벤트(휴일에 여행을 간다던지)에 더 신경을 썼고, 나머지의 나날들은 그 이벤트를 위한 일종의 희생 같은 것이었달까요. 회사에 다니는 평일 주간은 불행하고, 행복은 주로 퇴근 이후나 주말, 혹은 휴가 때 꿈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일주일 남짓의 여름휴가에 어디 갈지 계획을 세우며 일 년을 버텼고, 평일은 주말만 기다리며 버텼습니다. 퇴근 이후에 친구들과 놀거나, 주말에 어딘가를 가는 것 등에 큰 의미를 두었고, 그 외의 시간(대부분 일하는 시간)은 그 특별한 시간을 위한 들러리였습니다.


 업무용 달력을 연초에 받으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한 해의 공휴일 개수를 세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돌아오는 연차일에 형광색 테두리를 그어가며 쉬는 날을 특별한 하루로 인식했지요. 일상과 다른 하루에 무얼 하며 보낼까 -평일에 쌓인 피로를 풀고 힐링하는 시간을 갖겠노라며- 신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맞이한 어느 날의 쾌락은 일시적인지라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우울모드로 돌아왔고, 꾸역꾸역 현실을 살아내며, 다시 언젠가 찾아올 특별한 '어느 날'을 꿈꿨습니다

 지나고 보니 특별한 '어느 날'이란 신기루 같은 것이었습니다. 반짝 생겨나서 기분 좋게끔 착각하게 했다가(쾌락)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죠. 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빠르게 잊혀지고 다시 지친 현실을 살아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행복의 빈도가 아닌 강도에 집중했던 때였습니다. 주말을 포함한 휴일이면 최대한의 쾌락(당시 행복이라 착각했던)을 끌어올리고자 했고, 몇 번의 강한 자극이 지나가면 왠지 모를 공허함과 불안으로 점철된 일상을 살아냈지요. 일상은 사소하고 지루한 것이었기에, 거기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습관이란 걸 생각해보면, 습관이 없는 사람은 자기동일성이나 안정성이 유지가 안 돼요. ……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와 같은 그 시공간 속에서 일단 습관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최소한의 결정이 남는 시공간을 여집합으로 두는 거죠. …… 우리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이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거예요. …… 나머지는 오히려 쩔쩔매는 시간이에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 거죠. 


 평범한 일상의 주축이 되는 건 다름 아닌 습관입니다. 습관이 좋은 사람이 행복하다는데, 직장에 다니는 일상의 습관(출근-퇴근의 무한굴레)에서 행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말만 바라보며 평일은 무심히 흘려보내기 쉽지요. 

 언젠가부터 저는 의식적으로 '평범한 하루'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근 전에 글을 쓰고, 주간에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소소하게 저녁을 먹으며 지내는 나날에 감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물론 항상성 때문인지, 자꾸 예전의 그 습성이 돌아오려고 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게 지내자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평일과 휴일의 기분 편차가 그리 크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극단적으로 평일은 우울하고, 휴일에 즐거웠다면, 요즘에는 온도 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직장인 입장에서 주말이나 계획에 없던 휴일이 물론 좋긴 하지만, 예전만큼 절실하고 간절히 기다려지지 않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월요병도 많이 치유가 되더군요. 평일의 소소한 하루에 집중하고 감사함을 느끼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어느 날 보다 더 중요했던 건, 지금 내가 살아내고 있는 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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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은 최근 어떤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만약, 이따금 찾아오는 휴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한 순간의 강렬한 쾌락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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