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작가의 지문
'문체가 너무 평범하지 않나?'
원고 쓰며 어느 순간 들었던 고민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을 보면 그만의 독특한 문체가 있고, 또 그를 선호하는 독자층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 글은 평범하고 평범한 문체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로 유명합니다. 혹자는 그의 문체를 번역투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만의 리드미컬하고 심플한 문체의 매력에 빠진 고정 독자층이 많지요. 김훈 작가도 떠오릅니다. 거침없이 휙휙 풀어내는 개성적인 문체는 열혈 독자층 확보에 큰 영향을 주었죠.
저도 그들처럼 고유한 문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독창적인 매력이 있는 문체를 접하면 정말 부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문체란 무엇일까요?
위키백과에서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문체(文體, writing style)는 문장의 형태로 구어체, 문어체, 논문체, 서한체, 서사체, 간결체, 만연체, 강건체, 우유체, 건조체, 화려체 등으로 사용한다. 또한, 작가가 개성적인 특색을 발휘한 스타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체론(文體論)은 언어학과 문예학의 중간 영역에 있기 때문에 다의적이어서 정의하기가 곤란하나, 기로에 의하면 '쓰는 사람 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본성이나 의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표현수단의 선택에서 생기는 서술의 여러 가지의 모습'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보통은 '문체'하면,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만연체, 강건체 등의 문장 형태를 나타내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반면 글 쓰는 입장에서의 '문체'는 '작가가 개성적인 특색을 발휘한 스타일'이 좀 더 와닿습니다. 다시 말해 글 쓰는 스타일인 겁니다. 같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도 백이면 백, 다른 스타일의 독후감이 나옵니다. 혹은, 같은 상품에 대한 후기를 적어도 마찬가지고요. 동일한 현상이나 사물을 보고 느끼는 감상이 다르기도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본성이나 기질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그것을 표출해내는 방식이 다채롭기에 그렇지요. 혹은 사용하는 어휘의 느낌이나 문장 길이, 문장 성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문체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말로 치자면 '어투'와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습관적인 어투가 각각 있습니다. 누군가는 다소 급한 빠르기에 높낮이가 큰 언어 습관을 가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느린 어조에 주로 길이가 긴 문장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어투가 글로 옮아가는 경우도 많은지라, 대부분 개인의 어투는 그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문체는 작가로서 '지문' 같은 게 아닐까 하고요. 지문은 모든 사람에게 있지만, 그리고 비슷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전부 다르듯, 글 역시 쓰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이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강원국 작가는 '문체는 글쓴이의 캐릭터'라고 했고, 철학자 뷔퐁은 '문체는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한 후,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본인만의 고유한 문체를 구축했을까 알아보았습니다. 은유 작가는 '실패를 많이 해야 문체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글의 정체성을 만들어준다.'라고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영어로 일단 쓰고 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본인만의 문체를 형성한다'라고 했습니다. 임경선 작가는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삶에 저항하며 자기 줏대대로 살아온 삶이 있는 작가들에겐 자신만의 확실한 문체가 있다'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자료를 수집해 보고 고민 끝에 찾아낸, 나만의 문체 만드는 세 가지 방법을 공유합니다
1. 일단 많이 쓰기
나만의 고유한 문체를 가지려면 양적인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느 작가의 문체라고 떠올릴 때, 그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독창적인 문체라고 하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양적인 결과물이 있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비슷한 결이 발견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내게 맞는 문체를 알아내려면 일단 많이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점점 나만의 고유한 문체나 매력이 묻어나는 글이 나오는 듯합니다. 저 역시, 고작 첫 책을 쓰면서 '문체'에 대해 고민할 단계는 아니었던 거죠.
2. 일단 많이 읽기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건 불변의 진리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게 맞는 문체를 찾아내려면, 이런저런 문장을 많이 접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마치 고유한 패션 스타일을 찾으려면 옷도 많이 입어봐야 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여러 음식을 먹어봐야 하는 것처럼요. 글 역시, 잘 쓰인 글을 많이 읽다 보면 내게 와닿는 문체가 있고, 그렇지 않은 문체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료 수집을 하게 되면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글 쓰는 도중에 그 모든 것들이 융합되는 지점이 오면서 나만의 고유한 문체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3. 나의 강점을 캐치하고 부각하기
글을 쓰며 단점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가로서 나의 강점은 스스로 느낄 수도 있지만, 독자의 반응으로 체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순간만이 작가가 컨트롤할 수 있고, 그 후의 일은 온전히 대중의 판단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개인의 의도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이나 반응이 훨씬 중요하다고 느끼죠. 이러한 반응 중에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잘 캐치해서 그 부분에 대해 부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유난히 글에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으면 유머러스한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문체가 깔끔하다는 피드백이 많으면 그쪽으로 부각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독자 피드백을 유의미하게 보는 편인데요. 평소 브런치 댓글이나 출간된 책의 리뷰를 주의 깊게 보고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 글이 주로 듣는 피드백은, 술술 잘 읽히고, 읽기 쉬우며, 평범한 순간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힘이 있다는 건데요. 평소 글을 쓰면서도 이러한 강점을 특화해서 부각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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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을 쓰며 나만의 문체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세 가지만 기억하면 어떨까요?
1. 일단 많이 쓰고,
2. 많이 읽으며,
3. 강점을 부각하기!
나만의 문체 만들기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