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Jan 25. 2024

이 얘기를 쓰면 욕먹지 않을까?

#13. 자기 검열 



이 얘기를 써도 괜찮을까?

 원고를 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과 마주하곤 합니다. 특정 에피소드를 써도 괜찮을지, 혹은 어느 생각에 대해 주관을 펼쳐도 될지 고민되는 지점이 옵니다. 민감한 소재나 문장을 다루게 될 때 순간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한 배경에는 '혹시 욕먹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글을 보고 오해한다던지, 논란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닐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었죠. 원고를 쓰며 에피소드를 추릴 때 더욱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너무 민감한 소재인 걸까, 조금 밍밍하더라도 다른 소재를 채택할까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힘든 시점이 왔습니다. 새로 무언가를 쓰기 두려워지는 상황에까지 이른 거죠. 자기 검열이 거듭되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에세이 장르의 특성상 저자의 생각과 감상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의견이나 주관이 들어가는 게 필연적이죠. 사실 인터넷에 올린 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내 생각을 펼칠 때가 많았다면, 출간의 경우는 무게감이 남다르기에 신중해집니다. 온라인상 글과 다르게 출간은 삭제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있기도 하고요. '이 책이 전국 혹은 전 세계에 퍼져나가면?' 하는 생각에 사소한 문구에도 민감해지고 조심스러워집니다. 이전에 별생각 없이 썼던 글이 논란의 중심에 오르거나, 악플이 달리는 경험을 해보니 좀 더 조심을 두게 됩니다. 






 책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을 쓰면서도 그랬습니다. 본문 중에 '사랑도 반반이 되나요?'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연인 사이 더치페이 문제를 다룬 꼭지였습니다. 학생 때야 경제적인 부분에 민감할 수 있지만, 사회생활하는 경우에는 칼로 무 자르듯 더치페이하는 것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다뤄도 될지 꽤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연인 간 경제적 비용 부분은 각자 알아서 할 문제인데, 소재로 활용하는 게 맞는 건지, 자칫 성별의 양자구도로 논란이 생기진 않을지 망설여졌지요. 독립에 대한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독립을 하든 하지 않든 각자의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므로, 자칫 논점이 흐려지면 이 또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에세이 중 상당 부분은 개인의 가치판단을 다루는 문제들이었고-장르 특성상 당연하긴 하지만-, 이에 다소 민감한 문제는 어떻게 언급해야 할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지요. 




 물론 글을 쓸 때, 작가로서 최소한의 윤리 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 중에 차별적인 요소는 없는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성차별적 표현은 없는지, 장애인 차별 요소는 없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확인하는 부분이지요. 아무래도 대중에게 선보이는 글이므로,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퇴고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검증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죠. 

 저 또한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번 글을 다듬고 검토했습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작가가 흔히 하는 실수에 대해 되짚어보기도 했고요.  

 '무지도 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잘 몰랐다는 핑계로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실수를 할까 걱정되어서, 부단히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지나치게 신경 쓰자 부작용이 일어났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깊이 고심하느라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한 글자도 써나가기 힘든 때가 왔습니다. 결국 생각은 극단적으로 이르러 '원고 마감을 할 수 있을까?'로 흘러갔지요. 

 끙끙대는 제 모습을 보던 친구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그렇게 남의 생각을 의식하면 오히려 네 색깔이 약해질 수 있어'라고요. 친구는 창작자는 욕먹기를 두려워말아야 한다고 하며, 솔직함과 진솔함이야말로 에세이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마따나 타인의 생각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했지요. 


 머리로는 그렇다고 이해했음에도, 실전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작가의 의식 흐름과, 불특정 독자 생각 간의 절충선을 찾는다는 것이 어려웠지요. 너무 내 생각을 고집하자니 혹여나 불편해할 누군가가 두려웠고, 그렇지 않자니 흐리멍텅하고 색깔 없는 작가가 될까 봐 걱정됐습니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이렇게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되,
누군가에게 상처 줄법한 말은 하지 말자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가 상처받는 글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에 하나 위로가 되는 사실은, 생각보다 남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출간 이후 이를 한번 더 체감한 적이 있는데요. 제 책에 달린 리뷰와 포스팅을 보며 느낀 것이, 사람들은 내가 걱정했던 부분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를 너무 찌질하다고 느끼진 않을지, 이상하게 보지 않을지 하는 생각은 하등의 쓸모없는 고민이었던 거죠. 그리고 신기한 건 독자마다 책에서 영감을 받는(밑줄 긋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겁니다. 책 출간 이후 서평을 종종 찾아보면 다들 인상 깊던 구절을 써놓는데, 겹치는 부분이 크게 없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느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

.

.



지금 글을 쓰는 그대에게,


'이 얘기를 써도 괜찮을까?'

지나친 자기 검열의 늪에 빠져 괴로워하고 계신가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라면, 

좀 더 자유로워져도 괜찮습니다^^

이전 12화 원고 쓰기 - 어디 물어보기는 사소한 물음(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